환경부가 추진하는 이동식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이 특정 업체의 독점 논란과 안전성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전기차 보급률 1위인 제주도 역시 이번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중소기업계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환경부는 조달청을 통해 이동식 전기차 충전시설의 1~3종 제작 및 구매를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 이동식 충전기를 보급해 전기차 사용자들의 편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 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번 입찰에서는 배터리 용량과 충전기 출력 사양별로 ▲50㎾h-50㎾(45대·68억원), ▲100㎾h-50㎾(50대·95억원), ▲100㎾h-100㎾(56대·113억원)의 계약이 공고됐다.
하지만 모든 사양에서 A사 컨소시엄이 긴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100㎾h-100㎾ 사양의 경우 A사가 해당 기준에 대한 KC 안전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B사 전기차 배터리 충전업체 관계자는 "50㎾ 사양을 병렬로 연결해 100㎾ 사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심각한 안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배터리셀 간 균형이 무너지면 화재 등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입찰에 참여한 C사는 "전체 평가점수 중 75%에 해당되는 정성평가에서 47%를 차지하는 구매규격서 내용과의 적합성, 우수성, 안전성, 실용성 및 활용성 관련하여 KC 인증도 보유하지 않고 현장 운영 경험도 없는 업체가 높은 점수를 가져간 것에 대해 투명한 세부 평가 점수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KC62619 인증을 받은 55㎾h 사양을 사용하며 배터리 팩 두 개를 병렬로 연결할 경우 전류가 분산돼 오히려 안전성이 높아진다"고 반박했다.
환경부는 논란에 대해 "A사는 최종 계약이 아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라며 "KC 인증을 받은 업체가 소수라 모든 사양에 인증을 갖춘 업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종 납품 시점까지 필요한 인증을 완료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 또한 "나라장터를 통해 평가기준을 사전 공개했으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달청 평가위원회 시스템을 통해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동식 충전기 사업 논란은 국내 전기차 보급률 1위를 기록 중인 제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주도는 과거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통해 이동식 충전기 실증을 추진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선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SK네트웍스, 롯데오토케어, 쏘카, SK일렉링크 등 여러 기업과 연계한 차량 탑재형 충전기와 이동식 충전기를 활용해 제주도내 전기차 긴급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식 충전기의 안전성과 품질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제주 지역 전기차 사용자들의 신뢰 하락과 불편이 우려된다.
전기차 이동식 배터리 스타트업 T사 관계자는 "제주도처럼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충전 인프라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공공조달 시스템의 자격 검증을 강화하고,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이동식 충전기 사업의 핵심인 안전성과 효율성뿐만 아니라 공공조달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국내 상위 충전사업자(CPO·Chargoing Point Operator)들은 "대규모 전류를 다루는 충전 시설의 경우 기술적 안정성과 인증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철저한 기술 검증과 공정한 경쟁 기회의 제공을 촉구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