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된 '온라인 역베팅' 불법도박이 제주에서도 은밀하게 퍼지고 있지만 폐쇄적인 지역 분위기 탓에 공식적인 피해 신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법 도박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 일부 내용이다. [도박없는학교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415/art_17443482291056_86a74d.jpg)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된 '온라인 역베팅' 불법도박이 제주에서도 은밀하게 퍼지고 있지만 폐쇄적인 지역 분위기 탓에 공식적인 피해 신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1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온라인 역베팅 수사 공조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제주지역에서는 관련 피해 접수 건수가 '0건'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곳곳에서 관련 소문은 빠르게 확산되며 사회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
'역베팅'은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스포츠 베팅의 일종이다. 일반적인 승부 예측과 달리, 승산이 낮은 팀에 일부러 돈을 거는 방식으로 '역베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이 베팅은 다단계 형태의 구조를 갖추고 있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른바 '팀장'은 지인이나 제3자를 베팅에 끌어들여 팀을 구성한다. 일정 규모가 되면 각종 보상과 수익 분배로 이탈을 막고 신규 인원을 유입시킨다.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베팅 정보가 공유되고, 팀원들은 팀장의 지시에 따라 일정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한다.
도내에서도 실제 투자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
'역베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도민 B씨는 "지인을 통해 한 모임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소개를 받았다"며 "텔레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베팅 정보가 공유됐고, 초반에는 소액이지만 실제 수익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손실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털어놨다.
제주는 과거 2000년대 초반 국내 최대 다단계 기업 제이유(JU)의 피해 사례가 있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불법 도박에 대한 피해 신고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좁은 지역사회 특성상 '도박 가담자'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개인 신상이 금세 퍼지면서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족, 지인, 직장 동료 간 얽히고설킨 구조 탓에 다툼과 신뢰 붕괴를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경험자 Y씨는 "'동호회를 통해 역베팅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봤다', '목욕탕에서 누가 추천해서 해봤는데 전세금이 날아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지만 모두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천과 권유가 엮이다 보니 신고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스포츠토토나 경마, 경륜 등 합법 도박을 제외한 모든 해외 스포츠 베팅은 불법 도박으로 간주된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가자 역시 형사 처벌 대상이다. 특히 자금을 조달하거나 투자자를 모은 경우에는 도박개장방조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온라인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인 '00볼' 운영 조직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와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에는 약 6만~7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달 26일 운영 측이 투자자들의 통장을 일방적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출금이 차단되자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역베팅은 구조상 다단계 성격을 띠고 있어 피해가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크다"며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도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함께 수사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도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