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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양식장 배출수, 하루 1968만 톤의 부담 ... 죽어가는 연안의 딜레마

제주의 바다는 여전히 '청정'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현장의 풍경은 점점 더 무겁다. 구멍갈파래, 갯녹음, 괭생이모자반 등 해조류 이상 증식과 자원 고갈은 어민의 삶과 해녀의 일터를 위협하고 있다. 통계로는 '매우 좋은 수질'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 수치와 실제 풍경의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이누리>는 제주 연안의 환경 변화와 관리 공백을 짚어보고, 나아가 일본 가고시마의 연안 관리 사례와 비교함으로써 제주가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제주 바다의 현실과 제도의 한계, 그리고 일본 가고시마 연안의 대응 사례를 살펴보며 정책적·사회적 대안을 모색한다. / 편집자 주

 

 

제주 연안의 바다는 수치로만 보면 여전히 '매우 좋은 수질'이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이 평가와 크게 다르다. 성산 신양섭지해수욕장에서는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썩어가는 구멍갈파래가 발목까지 차오르고, 백사장은 파리떼로 가득 메워진다.

 

해녀들은 "예전엔 오분자기와 조개가 발에 밟힐 정도였다"고 회상하지만 지금은 채취를 멈춘 지 15년이 넘는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주민들의 탄식은 제주 바다가 안고 있는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관광객조차 발길을 끊은 해변은 ‘청정 제주’라는 간판 뒤에 가려진 현실의 민낯이다.

 

최근 제주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는 구좌읍 행원리 해역의 이중적 실상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는 해수수질 I등급에 해당하는 '매우 좋음'으로 분류됐다. 엽록소-a 농도는 리터당 0.001~1.3㎍으로 제주 기준값인 1.6㎍보다 낮았다.

 

겉으로만 보면 오염 우려는 크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표층에서 측정된 용존무기질소(DIN)는 13.4~1345㎍/L, 용존무기인(DIP)은 0.4~67.4㎍/L로 나타나 기준치인 165㎍/L와 15㎍/L를 초과한 지점이 적지 않았다. 수질평가 지표상으로는 '좋음'이지만 부영양화를 촉발할 수 있는 오염물질은 이미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연구진 역시 "단회 조사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며 "계절별 모니터링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연안, 특히 동부 해안과 성산 신양리 일대에서는 최근 구멍갈파래가 대량으로 번져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산 신양리 주민들은 이 같은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방파제와 양식장에서 흘러나오는 배출수를 지목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20여 년 전 방파제가 설치되기 전에는 지금처럼 심각한 파래 문제가 없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방파제는 조류의 흐름을 막아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 과정에서 썩은 해조류가 해저에 쌓여 부영양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어르신들은 원인의 80%가 방파제라고 본다"고 단언한다.

 

정영식 평대마을지킴이는 "해초가 이렇게까지 번지는 건 결국 바다 속 질소 농도가 높아지고 수질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동풍을 타고 밀려온 각종 쓰레기까지 뒤엉키니 수질은 더 악화되고, 두 악재가 겹치면서 이제는 손 쓸 방법조차 없는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행정은 온난화와 용천수 유입 등 복합적 요인을 들어 방파제 영향론에 선을 긋는다. 아직 정밀한 유속·체류시간 모델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해양학자들의 시뮬레이션은 방파제 전후의 유동 차이가 파래 번식을 가속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연안 구조물과 해양환경 변화의 상관관계를 밝혀야 할 중요한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의 바다는 매일 엄청난 양의 배출수를 떠안고 있다. 도내 육상양식시설 331개소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방류수는 하루 1968만5975㎥에 이른다. 이는 제주 전역의 공공하수처리장 34곳이 하루 처리하는 24만5511㎥보다 무려 80배 많은 수치다. 문제는 양뿐만이 아니다.

 

오염부하량은 공공하수보다 훨씬 높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양식장에서 하루 6442㎏이 배출돼 공공하수의 3.5배, 부유물질(SS)은 9922㎏으로 공공하수의 9.7배에 달한다. 총질소(T-N) 역시 1.3배 많아 연안의 부영양화 위험을 상시적으로 끌어올린다.

 

양식장 배출수는 '처리 후 방류'라는 명목이 붙지만 실제로는 사료 찌꺼기, 배설물, 폐사어, 슬러지, 항생제 잔류물까지 포함된다. 침전조와 거름망을 거쳐도 걸러지지 못한 잔여물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든다. 표면적으로는 '처리' 절차가 기록되지만 해양환경에 누적되는 오염은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쌓여간다.

 

 

이 배출수는 단순히 바다를 더럽히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 질소(N)와 인(P)이 연안에 축적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수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조개·전복·성게 같은 저서생물은 서식지를 잃고, 해조류 숲은 갯녹음으로 변한다. 이는 곧 어획량 감소로 이어져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양식업이 제주의 먹거리를 책임져왔지만 바다가 무너지면 산업도 무너진다."

 

현장의 어민들이 입을 모아 경고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실제로 어민 사회에서는 양식업 성장과 동시에 마을어장의 자원 고갈이 가속화됐다는 체감이 널리 퍼져 있다. 공공하수보다 훨씬 큰 오염 부하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은 공공시설만큼 체계적이지 않다는 점은 근본적인 문제다.

 

게다가 양식업계는 "생산성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배출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는 단기적으로 산업을 지탱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김태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는 "지금처럼 공공하수보다 훨씬 큰 오염 부하를 내보내면서도 관리 체계가 공공시설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양식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며 "생산성과 수출 경쟁력이라는 명분으로 단기적 이익을 택하는 것은 결국 산업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히 배출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배출수를 다시 자원으로 전환하고 순환 구조 안으로 편입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영양염류를 회수해 비료나 산업용 소재로 재활용한다면 수질 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런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양 생태계의 붕괴는 곧 양식업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3월 '수산물 육상양식시설 배출수 수질 기준 조례'를 제정하며 관리 공백을 메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조례에는 질소(N)·인(P)과 같은 핵심 오염물질 항목이 빠져 있고, 지도점검 빈도도 연 1~2회에 불과하다. 점검 인력은 고작 2명 남짓이라 90여 개 대형 양식장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밀물·썰물에 맞춘 불시 채수가 필수임에도 현재 체계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3년간 적발된 위반은 단 2건, 과태료 100만원 부과가 전부였다.

 

주민들은 "용역만 반복될 뿐 답은 없다"고 토로하고, 전문가들은 "제도가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이처럼 지방 조례만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의 법·제도 미비와 감시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해양오염과 연안 규제는 본래 국가 차원에서 규율하는 해양환경관리법의 영역이다. 이 법은 해양시설이나 배출원으로부터 오염물질이 해양에 배출되는 것을 규제하고, 해역별 해양환경 기준을 설정하며 오염도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조례가 정한 수질 기준과 점검 체계는 이러한 중앙 법제도의 하위 구조로 작동해야 하지만 핵심 항목 미포함과 인력 부족, 불시 채수 불가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조례 제정 과정에서도 중앙 제도와의 정합성 문제가 제기됐다. 제주 조례안은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 19>에 따른 육상 양식시설 배출수 기준 설정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규칙 개정이 2019년에 이뤄지고 2021년부터 시행됐음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해야만 관리할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은 최근에야 시작됐다.

 

중앙정부는 여전히 해양 배출수 감시·기준 설정에서 뚜렷한 역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양식장 배출수 감시 인프라 구축과 상시 감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수산자원보호구역 내 양식장의 배출수를 활용한 수력발전 시설 설치를 허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배출수를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러한 재활용 시도가 실질적인 오염 관리와 실시간 감시 체계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결국 조례는 시작일 뿐이다. 제주의 연안 해양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법제 재정비, 해양환경관리법과의 정합성 확보, 국가 수준의 감시 인프라 구축, 배출수 감시와 공표 기준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제주도가 만든 조례가 실질적인 관리 체계로 작동하려면 중앙과 지방이 함께 책임을 지는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제주 연안의 현재는 '좋음'과 '죽음'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수질 지표는 양호하다 말하지만 실제 해수욕장은 기능을 잃었고 해녀들은 일터를 떠났다. 이 모순은 곧 정책 부재와 관리 공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모두의 공유재산인 제주 바다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청소의 문제가 아니다. 합리적인 수질 기준과 실효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다.

 

제주가 다시 청정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단순한 단기 수거 작업이 아니라 체계적 데이터 축적과 과감한 정책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 답은 이미 선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은 지역 정부와 어민, 연구소가 함께 실시간 수질 감시와 어폐수 정화 후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어지는 하편에서는 일본 가고시마 사례를 통해 제주가 배워야 할 지속가능한 관리의 길을 탐색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 기획은 제주환경공익기금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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