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이었다. 처음에는 주위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제주사회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지난 11개월, 매주 월·화·수요일 사흘 동안 만난 제주사람들에게서 제주의 역동성을 봤다. 그들로부터 제주의 미래를 봤다.
제주지역 사회의 변혁과 소통, 발전적 미래를 구상하기 위한 제주포럼C(상임대표 고희범)가 11개월 동안의 길고 긴 마을 답사를 통해 본 제주의 모습이다. 27일 오후 제주시 청사로 3길 한국리더십센터 4층 강당에서 열린 제주포럼C 고희범 대표의 보고회는 지난 11개월 동안 제주도 곳곳을 누비며 만난 제주사람들의 날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보고회는 지난해 8월1일 ‘현장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시작된 대장정의 끝을 알리는 자리였다. 제주지역 사회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고민을 논의하는 장이었다.
이 단체는 ‘제주미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3차례에 걸쳐 부제를 달리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제1부 ‘선배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신구범 전 지사 등 전직 도지사와 의회 의장, 교육감, 대학총장, 상공회의소 회장 등 제주지역의 행정과 정치, 경제, 교육 분야의 책임자들로부터 재임 중 가졌던 비전과 성과, 반성을 듣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번 제주포럼C의 보고회는 제2부 ‘현장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제주도내 마을을 샅샅이 누빈 이야기로 이뤄졌다.
처음 출발은 지난해 8월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에서 시작됐다. 마지막은 지난 6월24일 가파도에서 끝났다. 그동안 172개 마을 가운데 160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제주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미래를 봤다. 우도와 추자도, 비양도, 가파도, 마라도까지 다녔다. 사실상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어느 마을은 바쁜 일손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해 사람을 만날 수 없었고, 어떤 마을의 촌로를 만나기 위해 밭으로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다.
고희범 대표는 수첩을 갖고 다니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일일이 적어나갔다.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의 어머니가 제주도에서 식모살이를 하고, 일제 강점기 당시 제주읍 내에서 막간가수로 데뷔한 사실도 알았다.
제주시 애월읍에서 취나물을 재배하게 된 사연도 알게 됐다. 해양레저를 중심으로 한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마을기업도, 선비의 고장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주민들도 만났다. 추자도 주민들에게서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 “감귤원 폐원 정책에 따라 폐원했는데 FTA(자유무역협정) 지원금은 감귤에만 집중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 결국 제주도의 시책을 잘 따른 사람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농민들은 중간상인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토지 임대료를 인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문제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고희범 대표는 “지난 11개월 동안의 제주 사회 답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제주도민의 변화의 의지와 근면·성실성, 특히 역동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어 “민간차원에서 보여주는 미래에의 의지, 경험을 통한 지혜, 미래설계 등 행정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조금만 이뤄진다면 커다란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주포럼C의 대장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3부 ‘함께 찾는 제주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주도 내 일부 단체에 '제주미래비전보고서'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각 단체가 추천하는 학계 인사, 현장 전문가들이 기획위원회, 분야별 위원회를 구성해 만든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제주미래를 살리는 데 공동으로 참여하고, 결과물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보고회 참석자들은“160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제주사람들의 현재 모습과 고민, 미래를 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