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의 상징적인 담론들 ‘폭낭’은 제주어로 팽나무를 말한다. 제주에서 폭낭은 깊은 의미가 있다. 폭낭은 오래된 마을일수록 수령(樹齡)과 형태가 을씨년스러울만큼 기괴하지만 그 나무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바닷가 마을일수록 그 형태가 상상을 초월하며 풍향수(風向樹)로써 한라산을 향해 빗자루처럼 누워있다. 폭낭의 역할 중 한 가지는 폭낭이 있는 곳이 마을의 중심지가 된다는 사실이다. 평소에는 더위를 쫓는 쉼터의 역할도 하고, 마을 소식도 서로 전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긴급할 때 마을 공회(公會)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또한 폭낭은 대표적인 神木(신목)이 되기도 한다. 본향당 안에 오방색 물색(컬러)을 걸고 신체(神體)가 되는 것이다. 해안 마을은 신체가 석상이나 잡목이 되지만 중산간 마을에선 폭낭이 주요 신체가 되고 있다. 김산이 폭낭을 마을의 중요 사건을 지켜본 목격자, 시간의 증인이라고 하는 것은 그 나무가 인간보다 훨씬 오래도록 역사 앞에 의연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풍경’이라는 담론은 풍경 속에 은닉(隱匿)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찾는 것이었다. 멀리서 자연 그대로 보이는 풍경도 가까이에서 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으로 생채기를 입고 있다.
세살배기 제주의 한림작은영화관이 특별한 만남을 준비했다. 즐거움과 먹거리, 그리고 볼거리까지 갖춘 특별한 이벤트다. 제주도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오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한림작은영화관에서 개관 3주년을 맞아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림작은영화관은 지역주민들의 영상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2021년 4월 8일 개관한 제주 첫 작은영화관이다. 최신영화와 다양한 기획전 상영 등으로 운영되는 특별한 문화공간이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해 5만2000여 명의관람객들이 한림작은영화관을 방문해 보여준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개관 3주년 기념 떡 나눔, 뽑기판 경품 이벤트, 어린이 판박이 스티커 체험, 축하메시지 보내기 등을 마련했다. 또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서 상영됐던 애니메이션 단편 수작들을 모아 상영하는 ‘BIAF 기획상영전’도 한다. BIAF 기획상영전 영상들은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무료로 볼 수 있다. 한림작은영화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아울러 한림작은영화관에서는 제주 4‧3 76주년을 맞아 4‧3 특별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된다. 제주 출신 고훈 감독의 '그날의 딸들'이 4·3
바닷속 파도의 의미 - 타미키오 L. 둘리(Tamikio L. Dooley) 저물녘이 되어서 햇빛이 쉬고, 달이 밤을 즐겁게 하네. 내 뒷마당이 나를 맞이하지, 바다 앞의 해변 소리와 함께, 매 저녁 이 순간에만, 긴 낡아지는 가운을 걸치고 맨발로 거닐어… 바다로 향해서 나 자신을 찾아가고, 바다의 파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듣고 포용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네, 내 발밑의 모래를 느끼며, 세상에 신경을 쓰지 않네! 매일 나 자신을 보면서, 잠이 들지 않는다 해도, 바닷가 가장자리에 물이 뿌려질 때, 얼음 같은 파도가 내 발가락에, 희망을 가득 심어주지 내가 충분히 용감해져서 다가오는 파도로 발을 디딜 때, 강철의 명예, 목표의 흉갑을 얻지, 그리고 나는 숨 막힐 듯한 파도 속에서 건강한 정신을 얻지. What the Waves Mean in the Ocean (By by Tamikio L. Dooley) Evening approaches where sunlight rest and the, Moon entertains the nightfall. My backward patio greets me, With the sound of the beach befor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완성을 향한 일상이다. 일상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어엿한 건물로 우뚝선다. 건축이란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메시지를 알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건축사사무소 소헌 대표 양현준(48) 건축사가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거인의 정원(제주시 대원길 58)에서 ‘소소적소(小小適所)’ 건축전시회를 연다. '소소함이 제자리에 있어 결코 소소하지 않다'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건축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건축사가 가진 건축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래전부터 건축은 예술 분과에 포함돼 있지만, 회화나 조각과 달리 목적이 있는 특수한 분야다. 예술로써 온전한 자율적인 객체이자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인정받기 어려운 분야다. 건축주의 요구조건 및 법적인 제한과 더불어 건축물의 기능성과 심미성이 적절하게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양현준 건축사는 "건축가가 만들어내는 도면, 스케치, 모형, 영상 등의 자료들을 통해 건축이 단순한 건물로써 결과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 완성되는 긴 여정의 과정과 건축을 대하는 건축가의 신념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건축가
김산은 최남단 항구도시 모슬포 출신의 젊은 작가로 2023년 제49회 제주특별자치도미술대전 대상 작가이다. 2024년 3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내 제주갤러리에서 유화작품 22점으로 김산 초대개인전 ‘염원’을 선보이고 있다. 화가 김산은 제주대학교에 미술학과에 출강하고 있으며 현재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2010년 대학 2학년 때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회의 개인전과 70여 회의 초대전·단체전에 참가했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젊은 모색 2021’에 선정된 바 있는 유망작가이며, 2024년 3월 이중섭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함께 열고 있다. 이번 서울 제주갤러리 초대전 ‘염원’은 작가가 죽음의 문턱에서 느꼈던 삶의 소중함에 대한 염원(念願)을 통해, 생명의 근원은 자연이며, 자연과 사람이 서로 교감해야만 상생공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자각에는 고향에서 느꼈던 ‘본향(本鄕)’에 대한 깊은 애정의 결과이며, 본향은 제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써 거기에서 나오는 ‘본향의식’이야말로 자신의 정체성의 본질이라는 것을 작품마다 진득하게 담고 있다.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4‧3 진상규명의 여정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 4명의 초대전이 열린다. 제주4‧3평화재단은 오는 25일부터 제주4‧3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제주4‧3 사진작가 초대전 : 4‧3을 담다' 초대전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선 작가 강정효, 김기삼, 박정근, 양동규의 사진 200여 점을 선보인다. 공개적인 첫 추모제였던 1989년 41주기 추모제부터 최근까지 유족들의 모습과 학살의 풍경, 그리고 희생자들을 위령하기 위한 고 정공철 심방의 생전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 강정효는 199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진상규명운동 시기에 따라 변화해 가는 유족들의 표정을 클로즈업해 4‧3 역사의 진전과 함께 어둠에서 빛으로 변모하는 유족들의 얼굴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박정근 작가는 2018년 4‧3 70주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옛날사진관’ 프로젝트에서 담은 유족들의 사진을 전시한다. 김기삼 작가는 1989년 41주기 추모제를 시작으로 2012년 강정마을 4‧3해원상생굿까지 4‧3의 원혼들을 달래는 자리에 늘 함께해 온 고 정공철 심방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양동규 작가는 제주의 풍경 속에 남은 4‧3의 흔적을 추적하며 그 땅과 바다에 아직 남아있
나는 여류 시인이다 - 안나 게이코(安娜 惠子) 21세기 여성 시인이 된 것은 행운이지.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리는 늘 미천했어. 이제 나는 현재의 선두주자 가운데 서고 싶어. 단순히 좋은 딸, 아내,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바느질하고 요리하는 데만 힘과 시간을 쓰지 않고, 소나무만큼 강하고 독립적이어야 하지. 물론 우리도 꽃처럼 웃어. 마리 퀴리의 지혜가 높이 솟아오른 것처럼, 시의 창시자인 나이팅게일처럼 시몬느 드 보봐르가 자신의 철학을 쓴 것처럼 말이지. 다른 사람을 위해 우산을 들어줄 수 있을 때 비나 눈이 와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그런 면에서 당신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당신은 또한 이 시대의 창조자이기도 하지. I am a poetess (By Anna keiko) I am lucky to be a female poet in the 21st century. During thousands years of history, Women's status and rights have always been humble. Now I want to stand among the forerunners of the present
황무지(신인 시인에게) - 타로 효코(法橋太郎) 시인 계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층 빌딩 숲속의 보이지 않는 황무지. 예를 들면, 자동차 배기음으로 시작되었지. 이른 아침 지하층을 걷는 쓸쓸한 발소리. 보이지 않는 비밀의 방에는 노인, 병자, 시체가 숨겨져 있어. 지폐의 조용한 배포. 배수로로 흐르는 깨끗한 하수. 보이지 않는 방사선. 불쌍한 감정. 단락된 동작. 이 지구상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고 건물만 아름답게 보여. 황무지. 나의 삶과 죽음은 둥둥 떠다닐 만큼 가벼워졌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날이 밝았다. 기차는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달렸어. 내가 알고 있던 지구는 빠르게 노화되었지. 세계가 균형을 회복하려고 노력함에 따라 지폐의 밀도는 증가했어. 미친 트럭이 지나갔지. 시간이 왜곡되었어. 세상의 기둥은 똑바로 서 있지 않아. 시는 어떻게 솟아오를까? 새로운 단어의 불타버린 대지. 황무지. 시인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외부 사물에 모방한다. 시에 대한 반항은 눈에 띄지 않는 잡초 밑에 있는 잡초와 같다고 감히 말한다. 말로, 유연하고 우뚝 솟은 야생화를 흉내 내봐. 진심으로 말을 전하려고 하면 풍부한 물이 쏟아져 나오고, 네가 밟는 푸른
제주도립미술관이 12일부터 11월 3일까지 장리석기념관에서 장리석 화백의 소장품 상설전 '노(老)화가의 독백'을 연다. 6·25전쟁을 계기로 월남한 장리석 화백(1916~2019)이 4년간 체류하며 인연을 맺은 제주는 ‘제2의 고향’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화백은 2005년 제주도에 작품 110점을 기증했다. 장리석 화백은 근현대 격변기 서민의 삶을 대변한 대표적인 작가로,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인 오광수 평론가는 “서민의 애환을 좇는 시대적 증인”이라고 평한다. 이번 상설전은 1950년대에서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의 시대별 작품 성향과 변화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1950년대 남성상을 대변한 노인 시리즈와 제주도 정착시기에 그린 해녀가 중심을 이루는 일상 풍경부터 작가의 완숙기에 다채로운 해녀가 다시 등장하는 1990년대까지 장리석 화백의 작품 변화상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제주도립미술관 이종후 관장은 “장리석 화백의 작품에서 제주를 안식처로 여긴 작가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다”며 “더불어 작품 기증을 통해 도민과 만나고 싶어했던 작가의 생전의 깊은 뜻을 들여다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 명화를 소개하는
제주도 해녀박물관이 올해 문화갤러리 두 번째 기획전시로 오는 12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김하영 작가의 ‘LOOK INTO-들여다봄’전을 연다. 김하영 작가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녀들과 소통하며 해녀문화, 바다환경, 업사이클링 분야에서 교육, 전시,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 겸 문화기획자다. 이번 전시는 해녀물질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작가가 붓 대신 해녀들이 쓰던 낡은 수경, 빗창, 까꾸리, 오리발 등 물질도구를 이용해 해녀들의 꿈과 희망을 표현한 콜라주 작품 10여점을 선보인다. ‘물꽃을 찾아서’라는 작품은 오리발에 물감을 부어 캔버스에 흘려 바탕을 표현했다. 또 해녀들이 가져다 준 치마, 커튼, 이불의 꽃을 오려붙여 바다속 꽃밭을 탄생시켰다. 작품에 활용된 오리발, 빗창, 까꾸리 등 물질도구도 예술적 쓰임을 부각해 함께 전시된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생생한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낡은 해녀도구를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킨 작가의 혼이 담긴 전시”라며 “해녀박물관에서 다양한 작품전시로 해녀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4·3과 광주5·18 등 국가적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직접 배우로 출연하는 연극이 제주에서 출발해 전국 순회공연을 나선다.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는 오는 16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국가적 참사 희생자의 실제 가족들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연극 '사난 살주'를 초연한다고 8일 밝혔다. '사난 살주'는 '살아있으니 살아간다'는 뜻의 제주어 표현이다. 연극에는 10세에 아버지를 잃은 소녀, 8세에 11세 형을 잃은 소년, 18년 고이 키운 딸을 잃은 아버지, 30세 아들을 잃은 어머니 등이 출연한다. 제주 출신의 현애란 배우, 광주 출신의 김호준 배우, 세월호 참사 유가족 문종택 씨,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기자 씨 등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 기획과 연출은 '이녁', '사랑 혹은 사랑법' 등으로 10년째 제주의 아픈 역사를 무대에서 탐구해온 방은미씨가 맡았다. 방은미씨는 "불행한 사태로 가신 분들의 한 맺힌 눈물을 닦아주고, 억장 무너지는 좌절과 외로움, 절망을 겪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진혼의 마당을 마련해 공감과 격려, 연대와 희망을 나누고 함께 사는 세상으로 전환하는 해법을 찾고자 했다"고 전했다.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는 제주 공연에 이어 서울과 광주 등지에서 공
보편적 형제애 - 로히니 베헤라(Rohini Behera) 우리는 함께 일어서고 우리는 함께 넘어진다 존재들이 묶여 있는 곳 묻혀버린 감정으로 보편적인 형제애를 열망하자 사랑에는 상호 존중과 신뢰가 필요하니 인간의 문화는 지혜를 따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제애를 지키자 손을 맞잡고 평화를 도모하자 필요할 때 서로를 섬기는 것 좋은 분위기를 위해 새롭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평화 구상을 확산하자 인생의 마지막 별은 형제애이다. Universal Brotherhood (By Rohini Behera) Together we rise Together we fall Where beings are bound With buried emotions Let’s aspire for universal brotherhood Love needs mutual respect and trust Human culture is to follow wisdom With the passage of time Let’s uphold love of brotherhood Promote peace by joining hands Serving each other in times of need 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