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고급차 판매회사를 운영하는 찰리 배빗(톰 크루즈)은 고객들로부터 주문 받은 차들이 판매소에 빨리 도착하지 않아서 골치가 아프다.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직원이자 연인 관계인 수잔나(발레리아 골리노)와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갈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와 다퉈서 고향인 신시내티를 떠난 후 한 번도 말도 붙여보지 않은 터라 장례식장에 참석하면서도 별 감흥이 없다. 옛집에서 잠시 둘러볼 때도 기억나는 거라곤 무서울 때마다 ‘레인맨’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노래를 불러줬다는 것. 1988년에 제작된 ‘레인맨(Rain man)’은 이렇게 시작한다. 숨겨져 있던 형제의 비밀 찰리는 유언장 대리인을 만났을 때 자신에게는 아버지의 오래된 자동차 한 대와 가꾸던 장미 몇 그루만 남겼고, 나머지 300만 불에 해당하는 전 재산을 다른 상속자가 받게 했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해한다. 자동차를 주문한 고객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회사의 상황이 안 좋은 처지에 그는 상속자가 누군지 알아내서 조금이라도 건지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겨우 찾아간 곳은 어느 정신병원. 원장은 상속자가 누구인지 절대 말을 안 해주지만 찰리는 수상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자기가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4076만㎡(약 1200만평) 규모의 15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지정이자 역대 정부에서 지정한 산업단지 중 최대 규모다.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개 첨단산업에서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12대 연구개발(R&D)에 25조원을 투자한다. 계획이 실현되면 전국 15개 산업단지가 첨단산업 제조기지로 변신하게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경기도 용인에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청사진이다. 정부는 이곳에 710만㎡의 산업단지를 지정하고,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공장 5개를 설립한다.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인근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와 연계하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업체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등 150개 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한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여 주도권을 쥐려는 미국, 반도체산업 고도화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중국에 맞서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본산이자 보루 역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3
1923년 3월 22일. 어머니의 생신이다. 막내딸 이름을 성춘(成春)이라 지으시면서, 외할아버지는 ‘봄을 이루어라, 봄이 되거라’고 기원하셨을까. 이제 내일 모레면 만 나이로 백 세가 되신다. 이웃들이 묻는다. 어머니의 장수비결이 무엇이냐고. 혹시 집안이 장수하는 가문이냐고..... 아니다. 어머니는 4남2녀의 막내인데, 형제분들 중 가장 오래 사신 경우가 80대 중반이다. 요컨대, 장수혈통은 결코 아니란 얘기다. 그럼, 무엇이 장수의 비결일까? 어머니와 함께 산 지 20년, 같은 방을 쓴 지가 10년 째다. 룸메이트로서 내가 경험하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장수비결을, 10가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일, 2) 식사, 3) 병원, 4) 자녀, 5) 기도, 6) 바다, 7) 잠, 8) 딸, 9) 긍지, 10) 감사. 지난 번 일기에서 4) 자녀, 5) 기도에 대해 언급했으니, 이번에는 6)바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바다는 해녀인 어머니에겐 일, 그 자체요, 식사의 비결(바다에 가면 모든 게 맛있어지는 걸 아시는지....)이요, 병원(건강의 비결)이자, 자녀들을 키워준 은인이요, 저절로 기도가 나올 정도로 위험한
헝가리 출신의 사막 탐사가 알마시와 영국의 유부녀 캐서린은 황량한 리비아 사막 한가운데에서 ‘눈이 맞는다.’ 알마시는 헤로도투스의 「역사(Histories)」에 나오는 칸다울레스의 전설을 읊조리는 캐서린에 꽂히고, 캐서린은 아무런 수식어 없이 글쓰기를 고집하면서 사물의 본질에 충실하고 사막 같은 무공해의 알마시에 꽂힌다. 알마시가 시장 구경에 나선 캐서린의 뒤를 밟아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갖기 시작하고, 알마시와 캐서린 단둘이 사막에 고립돼 하룻밤을 지새우면서 서로에게 더욱 끌린다. 결국 유부녀 캐서린과 알마시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고 만다. 여기까진 불륜 드라마의 정해진 수순을 밟는다. 그런데 알마시의 숙소에서 캐서린과 알마시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달달한 대화를 하던 중 무언가 꼬이기 시작한다. 알마시는 캐서린의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쇄골을 어루만지면서 그것을 ‘알마시의 협곡’이라고 명명한다. 자신이 아름다운 캐서린 쇄골의 최초의 발견자라고 한다. 미국 대륙에 인디언이란 본래 주인이 있었지만 콜럼버스나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들어가서 그곳에 자기들 이름을 붙이는 것과 같은 장면이다. 캐서린의 쇄골에 굳이 주인이 있다면 법적인 남편 클리프턴(콜린 퍼스)일 텐
3월 봄바람과 함께 기업의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시즌이 다가왔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8~15일 지원서를 접수한다. 예년처럼 1만명 안팎을 뽑을 예정이다. 삼성은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6개 계열사도 26일까지 신입사원 채용 원서를 받는다. SK그룹은 세자릿수의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4개 계열사도 22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54.8%는 상반기에 직원을 새로 뽑지 않거나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계획이 없는 곳은 15.1%로 지난해(7.9%)의 두배에 가까웠다. 채용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절반에 못 미치는 45.2 %였다. 그나마도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세계 경기가 침체하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압박하는 등 악재가 쌓이자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보수적으로 잡는 모습이다. 게다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기술(생산)직 채용에 나선 현대차의 지원 서류를 받는 홈페이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엄마 손에 이끌려 한 개인 병원에 온 엘렌(릴리 콜린스)은 새로운 의사 윌리엄 베컴 박사(키아누 리브스)와 면담을 하지만 여기라고 별거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신체검사를 하는데 엘렌의 몸은 뼈에 가죽만 씌운 듯이 앙상하고, 생리한 지도 꽤 됐다고 한다. 소매를 걷어보니 팔에는 여성임에도 털이 많이 나 있다. 엘렌은 “털 난 여성도 꽤 있잖아요”하면서 자기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대꾸하며 베컴 박사에게 쏘아댄다. 그러자 박사는 “물론 그렇지. 하지만 네가 몸에 털이 많이 난 것은 지방이 없어서 체온을 높이려는 신체 현상이란다"하면서도 더 말을 잇지 않는다. 이런 환자들을 많이 겪어봤듯이 설명을 해도 안 먹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 ‘투 더 본(To The Bone, 2017)’은 이렇게 전개된다. 섭식장애를 가진 7명의 젊은이들과 그 부모, 그리고 다소 독특한 치료법을 사용하는 베컴 박사..... 영화는 이들을 중심으로 섭식장애가 어떤 건지, 그 괴로움, 쉽게 치료되지 않는 이유까지 보여주며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을 시작한다. 영어 제목 ‘To the bone’은 해석하면 ‘뼈를 위하여’가 된다.
영화는 비행기 추락으로 전신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타버린 알마시(랄프 파인즈)의 회고를 따라간다. 폐허가 된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간호사 해나(쥘리엣 비노슈)와 단둘이 남은 알마시는 자신을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간호사에게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기막힌 사연’을 띄엄띄엄 털어놓는다. 죽음을 앞둔 알마시의 최후진술서다. 알마시의 회고는 리비아 사막에서 제프리와 캐서린 부부(콜린 퍼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와의 합류로 시작한다. 그날 밤 일행은 사막에서 간단한 술자리를 갖는다. 단합대회 성격인 듯하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팀을 만들면 ‘아이스 브레이킹’이 필요하다. 서로 간의 거리를 좁혀주고 경계선을 실선에서 점선으로 바꿔 그리는 데에 술과 노래만 한 것이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줘야 단합이 된다. 우리도 술집에서 1차로 망가지고 노래방에 가서 2차로 망가진다. 알마시 일행의 술자리도 돌아가면서 ‘막춤’과 ‘막 노래’로 이어진다. 제프리 아내인 캐서린의 차례가 돌아오자 캐서린은 참으로 분위기 깨지게 헤로도토스의 「역사(Historia)」에 기록된 이야기 한 토막을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나긋나긋하게 들려준다. 노래방에서 흥겹기론 첫손가락에
1983년 2월 8일,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일본 도쿄 출장길에 반도체 중에서 첨단 기술인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도쿄 선언’이다. 이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이 본격화한 날로 가히 삼성의 운명을 바꾼 날이다. 앞서 1974년 12월 삼성전자는 파산 직전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손댔다. 하지만 자체 기술 없이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당시 삼성은 가전제품용 고밀도 집적회로(LSI)도 겨우 만들던 때라 미국 인텔이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조롱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속전속결이었다. 6개월 만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그해 말 세계 반도체시장의 주력 제품인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일본과 비교해 10년 넘게 벌어졌던 기술격차를 단숨에 4년 정도로 줄였다. 이듬해인 1984년 5월, 삼성반도체 기흥 1공장을 준공했다. 국내 최초, 세계에서 세 번째 반도체 생산국은 이렇게 탄생했다. 한국의 반도체 신화는 기업의 의지, 우호적인 국제환경, 정부의 지원 등 3박자가 맞춰진 합작품이었다. 삼성은 창업주의 경영철학 ‘사업보국(事業報國)’에 맞춰 기술개발에 전념했다. 1
1923년 3월 22일. 어머니의 생신이다. 막내딸 이름을 성춘(成春)이라 지으시면서, 외할아버지는 ‘봄처럼 눈부시고 희망차라’고 기원하셨을까. 다섯 살에 함경환사건1)으로 아버지를 여읜 어머니는, 오는 3월이면 만 나이로 백 세가 되신다. 이웃들이 묻는다. 어머니의 장수비결이 무엇이냐고. 혹시 집안이 장수하는 가문이냐고..... 유전은, 아니다. 어머니는 4남2녀의 막내인데, 형제분들 중 가장 오래 사신 경우가 80대 중반이다. 요컨대, 장수혈통은 아니란 얘기다. 그럼, 무엇이 장수의 비결일까? 어머니와 함께 산 지 20년, 같은 방을 쓴 지가 10년 째다. 룸메이트로서 내가 경험하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장수비결을, 10가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일, 2) 식사, 3) 병원, 4) 자녀, 5) 기도, 6) 바다, 7) 잠, 8) 딸, 9) 긍지, 10) 감사 등이다. 지난 번 일기에서 1) 일, 2) 식사, 3) 병원을 다뤘으니, 이번에는 4) 자녀, 5) 기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4) 자녀 어머니는 10명을 낳으셔서 2남 7녀를 키워내셨다.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인 첫 번째 딸은, 생후 두 달만에 어머니
헝가리 출신 사막 탐사가인 라즐로 알마시(랄프 파인스)는 리비아 사막에서 영국 출신 사막 탐사가 제프리 클리프턴(콜린 퍼스)과 합류한다. 두 탐사가의 협업은 원래 문제 될 게 전혀 없는데, 제프리가 아내인 캐서린(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을 사막까지 데려오면서 심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반인’ 아내를 사막까지 데려온 남편도 어이없고, 따라온 아내도 딱하다. 알마시와 캐서린의 회복불능의 ‘잘못된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서로가 찾던 짝을 그 사막에서 만난다. 캐서린은 알마시와의 첫 대면에서 그가 쓴 사막 탐사기를 읽어보았다면서 “아무런 수식어 없이 그렇게 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고 인사한다. 사실 형용사와 부사와 같은 수식어 없이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캐서린은 사막을 향한 관심보다는 수식어 없이 글쓰기 작업을 해내는 알마시란 사람에게 호기심을 느껴 사막까지 따라왔는지 모르겠다. 흔히 글쓰기를 요리에 비유하면 형용사는 설탕이고 부사는 소금에 해당한다고 한다. 명사와 동사는 재료에 해당한다. 형용사와 부사를 쓰지 않는 글은 요리로 치면 ‘날것’이다. 조난을 당하지 않은 다음에야 날것을 먹기는 힘들다. 혹시 양념
지난번에 본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가 전형적인 우울증 이야기라면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우을증의 좀 독특한 증상을 다룬다. 부인을 잃은 상실감으로 우울증에 빠지고 괴이한 행동을 보여주는 ‘데몰리션(Demolition, 2015)’은 또 다른 느낌이다. 투자 분석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데이비스 C. 미첼(제이크 질렌할)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자신은 무사했지만 부인 줄리아(헤더 린드)는 사망하고 만다. 부인이 죽었다는 통보를 받은 병원에서 자동판매기가 고장으로 돈만 먹고 초콜릿이 안 나오자 항의를 해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부인의 장례식 날에는 차분해지든지, 부인을 회상하든지 해야 하는데, 자동판매기 회사에 항의 편지를 써서 부친다. 이러는 자기도 이상하다고 생각된다. 왜 슬프지 않지? 해체하고 분해하려는 주인공의 심리 장례식 다음 날에는 휴식도 갖지 않고 여느 때와 같이 5시 30분에 일어나 기차를 타고 출근해서 직원들이 놀란다. 사무실 컴퓨터도 분해해서 부품별로 가지런히 놔두는 것도 모자라 회사 화장실의 칸막이들을 전부 해체해버린다. 집에서는 고장난 냉장고는 도대체 뭐가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겠다고 분해해버리고, 카푸치노 기계도 분해하고..... 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의결한 23일 오전 그 시각 청와대 영빈관에선 대통령 주제로 수출전략회의가 열렸다. ‘수출 플러스(+) 전환’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로 지난해 말 제시한 것보다 50억 달러 늘렸다. 부처별로 수출 목표액을 설정하고, ‘수출·투자책임관(1급)’을 지정해 이행 상황을 점검·관리하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임을 자임하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약속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무역전선에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계속 증가했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적자 상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86억3900만 달러. 불과 50여일 만에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2억 달러)의 40%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69억8400만 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세배 수준이다. 비상 상황에서 범부처 수출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필요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