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백신 스와프를 위해 삼성‧LG‧SK 등 한국 기업 및 기업인들의 힘과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21~22일 연속 7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3차 대유행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4차 유행이 시작된 양상이다. 계속 연장되는 거리두기 조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생계 절벽에 선 가운데 재난지원금 지급 재원이 바닥나고 있다. 진퇴양난이던 코로나 사태의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것이 백신이다. 이스라엘과 영국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환자수와 사망률 등 방역에서 앞섰던 우리나라가 백신 확보와 접종에선 뒤처지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가 확보했다고 밝힌 백신은 총 7900만명분. 하지만 도입됐거나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11.4%인 904만명분 정도다. 구호로만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외쳐선 안 된다. 제때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등 근거를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텐데 상황은 꼬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재
영화 도입부 우크라이나 오페라 하우스에서 작전을 펼치는 CIA 요원들은 혼란스럽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 피아我간의 식별을 위해 암구호를 사용한다. 한쪽이 ‘We live in a twilight world’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And there are no friends at dusk’라고 대답해야 ‘같은 편’임을 인증받는다. 어쩌면 이 암구호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인버전(inversion)’이라는 영화의 소재와 영화의 결말까지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 우리는 모두 어스름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세상이 점점 밝아올지 점점 어두워질지 알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 테넷 속 CIA 요원들이 피아 식별을 위해 사용하는 암구호를 다시 보자. 영화 자막에는 이 암구호가 ‘We live in a twilight world(세상에 어둠이 내린다)’ ‘And there are no friends at dusk(어두워지면 친구가 없다)’고 번역돼 있다. ‘개구리’ 하
▲ 세계 각국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산업의 미래 비전도 내놓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웨이퍼 대(對) A4 용지.’ ‘500억 달러(약 56조2500억원) 보조금 지급 대 반도체 강국 도약 지원 방안 마련.’ 12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회복 최고경영자(CEO) 회의’와 15일 한국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의 대조되는 모습과 양국 정부의 후속 조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칩, 웨이퍼와 배터리,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 이런 것들이 모두 인프라”라며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할 게 아니라 오늘날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를 이끌려면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손으로 발언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반도체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인류를 통째로 파멸시키려는 사토르에 맞서 인류의 종말을 막아야 한다. 요즘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대단히 통이 커서 지구 종말쯤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아예 우주까지 통째로 날려버리려 한다.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어마어마한 악당에 맞서야 하는 영웅들도 더 바빠지고 부담도 커져 버렸다. ▲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을 일어나지 않도록 한 ‘영웅’들의 이름은 묻히고 기록되지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 ‘테넷’에서 인류 몰살을 꿈꾸는 악당 ‘사토르’가 워낙 천재적이고 그 조직도 방대하다 보니 악당을 막아야 하는 영웅과 조직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누가 동지이고 누가 적인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악당에게 노출되고 덫에 걸릴지 모른다. 그들은 서로가 동지임을 확인하는 약속된 암호를 주고받는다. 그래서인지 인류 구원의 엄청난 사명을 짊어진 주인공은 이름조차 없다. 이름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다. 소련의 음모로부터 자본주의 세계를 지키는 첨병 ‘007 제임스 본드&r
▲ 여권은 총선에서 압승을 몰아준 민심이 왜 바뀌었는지 살펴봐야 하다. 성찰을 바탕으로 부작용이 노출된 정책의 기조를 전환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사진=뉴시스]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파란색으로 물들었던 서울 지도가 4ㆍ7 보궐선거에선 온통 붉은색으로 변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8일 서울시장 취임)가 4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 앞섰다. 특히 20대 남성은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20대 이하 여성과 40대 남성만이 오세훈 후보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민심이 폭발했다. 외형상 국민의힘이 압승했지만, 엄정하게 보면 민주당의 참패다.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무능과 오만, 위선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민주당은 조직력을 총동원하고 ‘생태탕’ ‘엘시티’ 등 네거티브 공세로 국면 전환을 꾀했지만 끝내 참패했다. 민심 이반의 근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내내 이어진 집값 폭등이다. 25차례의 부동산대책에도 치솟은 집값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
▲ 선거용으로 급조하는 부동산 대책으론 집값 안정도, 투기 근절도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3월 29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다. 투기 비리 공직자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투기수익은 전액 몰수하기로 했다.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한편 2년 미만 단기 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양도소득세를 더욱 무겁게 매기기로 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난 부동산 민심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들끓자 당정청(黨政靑)이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열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회의에 앞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경질되기도 했다.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부동산 투기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특히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정보로 투기에 나서는 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고, 적발될 경우 엄벌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의욕이 넘쳐 실효성이 적은 일에 국민세금과 행정력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신작 ‘테넷(Tenet)’은 공상과학영화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철학영화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어쩌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전작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나 테넷을 통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시간과 운명’이라는 주제는 철학적 명제에 가까워 보인다. 테넷에 굳이 장르의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면 ‘철학 공상과학 영화’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이 다시 일어날 뿐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인셉션에서는 ‘꿈속의 세계에서는 현실보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다루고, 인터스텔라에서는 ‘나’의 시간과 ‘상대’의 시간의 속도가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그린다.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아직도 젊은 주인공은 100살이 다 된 딸의 임종을 지켜봐야 한다. 덩케르크에서는 1주일, 1일, 1시간이라는 제각각
▲ 잔여 임기가 14개월에 불과한 서울 · 부산 시장을 뽑는 선거비용이 824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여야 정당 모두 돈 뿌리리기와 네거티브 비방에 치중하고 있어 실망스럽다.[사진=뉴시스] 서울은 대한민국 제1도시로 수도이자 특별시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도시이자 제1무역항이다. 유일한 직할시였다가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6대 광역시 중 하나로 불린다. 오랜 세월 우리나라 수도이자 정치ㆍ행정ㆍ경제ㆍ문화ㆍ교통의 중심지인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는 모든 면에서 1위, 2위인 줄 알지만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분야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명도 안 되는 0.84명. 현대자동차 등 큰 기업과 공장들이 있는 울산광역시와 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나머지 5대 광역시와 서울특별시는 평균에 미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은 0.64명으로 꼴찌, 부산은 0.75명으로 뒤에서 두번째다. 부산은 제2도시이자 제1무역항 별칭에 어울리지 않게 출산율로는 시도별 집계가 시작된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7년 내내 꼴찌였다. 같은
똑똑하긴 하지만 어질지 못한 수많은 인재가 나라 곳간을 털고, 회사 기밀을 팔아넘긴다.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똑똑한 입후보자들이 넘치지만 그들의 행적과 말은 그다지 어질어 보이지 않는다. 덜 똑똑하더라도 참으로 어진 사람들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 어쩌면 한 국가를 맡길 만한 ‘현자’란 곧 ‘바보’인지도 모른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플라톤은 영원한 고전으로 남은 그의 「국가론」에서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한 국가의 통치를 맡길 만한 ‘현자(賢者)’의 조건을 기술한다. ❶현명한 인간이라면 자신의 고귀한 목적을 위해 평생을 바친다. ❷현명한 인간은 학문을 귀하게 여겨 심신을 바로 닦고 야만성을 길들여 사악한 즐거움에 빠지지 않도록 절제한다. ❸현명한 인간이라면 재물을 취할 때도 분에 넘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❹현명한 인간은 세상의 그릇된 찬사에도 휩쓸리지 아니하며, 항상 자신의 세계를 관조하며 산다. ❺현명한 인간은 무질서나 태만이 스며들지 않도록 경계하며 혼란을 예방한다.
▲ 정부가 밝혀온 집값 상승폭의 몇배에 이르는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공개됐다. 시민단체는 ‘통계 조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신뢰를 잃은 부동산 통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사진=뉴시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만큼 민감하고 폭발력이 강한 사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체가 계층간 위화감과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문제이자 빈부격차와 각종 비용의 상승을 심화하는 경제 현안인 동시에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정치 쟁점이다. 시민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스물다섯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을 옥죄고 수요를 억제하는 데 치중한 대책이 통하지 않자 결국 수도권 신도시 추가 건설과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한 공급확대책(2ㆍ4 대책)을 내놓았다. 구체적 주택공급 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공공개발의 주역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문제가 불거졌다. 2ㆍ4 대책이 뿌리째 흔들렸고, 4ㆍ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와중에 정부가 밝혀온 집값 상승폭의 몇배에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문득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이반 데니소비치가 시베리아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보내는 하루를 그렸다. 특별한 날도 아닌 평범한 ‘하루’가 참으로 다사다난하고 길고도 길다. ▲ 기억이 없다면 사람의 일생도 하루살이의 일생과 다를 바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레스트 검프’의 이야기 전달 방식은 대단히 단순하다. 제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제니에게 줄 초콜릿 한 상자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다. 검프 옆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3번 바뀐다. 첫번째 청자聽者는 피곤한 간호사다. 아마 야간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하는 간호사인 모양이다. 극도로 피곤한 간호사는 검프의 ‘수다’에 일일이 반응할 기운도 없다. 검프의 수다를 피하기 위해 책을 읽는 척하지만 검프의 수다는 막무가내로 집요하다. 두번째 청자는 한가한 중년 남성이다. 남는 것은
▲ LH 사태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직면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정부와 국회는 재발 방지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국민적 의혹과 분노는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차명거래, 지분 쪼개기, 묘목 심기 등 투기꾼을 능가하는 수법은 말문을 막히게 한다. 합동조사단의 국토교통부와 LH 직원들에 대한 1차 토지거래조사에서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제기한 13명 외에 7명이 추가됐다. 모두 LH 직원들로 2급 3명, 3 급 9명, 4급 6명, 기타 2명이다. 투기 의심 사례는 의혹이 제기된 광명ㆍ시흥 에 머물지 않았다.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과천,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대부분 지역에서 확인됐다. 3기 신도시 인접지역에 국토부와 LH 직원 144명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는 여러 한계가 있었다. 직전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과 국토부 직원들이 대거 조사단에 참여해 불신을 샀다. 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