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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국민 걱정시키는 염치없는 정치권

여의도 국회 앞 주유소는 기름값 비싸기로 유명하다. 땅값이 비싸니 임대료가 높기도 하겠지만, 주유소 이용객 중 상당수가 기름값에 연연해하지 않을 분들, 국회의원인 측면도 있을 게다. 그도 그럴 것이 의원에게는 매달 차량 기름값 및 유지비로 146만원씩 지원된다.   

국회가 개점휴업 52일째인 7월 2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위해 문을 열었다. 여야 충돌로 상임위원회 구성은 못한 채 본회의만 열었다. 마침 그날은 의원 월급날, 50일 넘게 일을 하지 않고서도 세비 1285만원은 어김없이 받았다.

[※참고: 여야는 22일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을 타결했다. 지난 5월 30일 전반기 국회 임기가 끝나고 국회 공백 상태가 된 지 53일 만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와 행정안전·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가 1년씩 번갈아 가면서 맡기로 했다.] 

의원 세비는 주말을 포함해 하루 일당으로 치면 42만8500원.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에 사유 없이 불참하면 1회에 3만1360원을 감액한다는 규정(국회법 32조)이 있긴 해도 벌칙성 금액은 일당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더구나 6월부터 50일간은 국회에서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아 감액할 일도 없었다. 

의원들이 1년 동안 받는 세비는 1억5426만원(수당 1억722만원+의정활동비 4704만원). 의석 수 300석으로 계산하면 올해 463억원의 세금이 의원 급여로 지급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유류지원비, 업무추진비, 공무수행 출장지원금 등 이런저런 명목의 경비가 지원된다.

 

 

의원 보좌진에게는 세비와 별도로 급여가 지급된다. 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이하 5명 등 9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연간 약 5억원이다. 결국 의원 1명에게 매해 지원되는 국민 세금은 총 7억5600만원꼴이다.

어지간한 중소기업 규모 인건비가 지급되는데, 생산성은 바닥이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안건은 총 1만6111건(7월 21일 기준). 그중 70%인 1만1337건이 처리되지 않고 계류 중이다.

4516건이 법률안에 반영됐다지만,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상임위에서 병합해 논의해 단일안을 만들고 나머지는 없앤(대안반영 폐기) 3013건을 제외하면 가결률은 10%도 안 된다.

물가가 치솟으며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대표적 민생 법안인 유류세 인하 법안을 비롯해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 화물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이 방치돼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간담회에서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인상을 압박하고, 고임금이 다시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솔선수범해달라는 당부였는데, 스스로 세비를 결정하는 국회는 무풍지대다.

주요국 의회 중에는 경제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보수를 스스로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의원들의 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마지막으로 인상된 뒤 13년째 동결되고 있다. 

일본 의회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로 지난해와 올해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다. 반면 한국 의원들은 총선거를 치를 때면 보수 삭감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올렸다. 

주요국 의회 상당수는 의원 보수를 의회가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 영국은 독립기구인 독립의회윤리청이 매해 의원들이 받는 보수와 각종 지원 금액의 한도를 정한다. 독일 의원들의 보수는 대통령·총리 등 정무직 공무원 보수와 마찬가지로 통계청이 작성하는 국민 평균 임금통계에 연동된다. 반면 한국은 국회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에서 인상폭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의원 세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문제다. 주요국 의원의 연봉은 국민 평균 연봉의 1.5~2배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 의원 연봉은 임금근로자 평균의 4배를 넘어선다.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걸핏하면 개점휴업하자 국민에게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의원들 스스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자는 법안을 냈지만 흐지부지됐다.

국회의 원 구성 지연은 고질적 악습이다. 13~20대 국회 원 구성 평균 소요기간은 41.4일. 21대 후반기 국회는 이를 훌쩍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웠다. 74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국회 공백 속에 진행됐다. 국회가 멈춘 50여일 동안 50여명의 의원들은 국민 세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국회가 뒤늦게 민생경제특위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에 신음하는 경제현실을 완화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여야 정당이 정쟁과 내부 주도권 다툼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면 국민이 나서 심판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을 채택하거나 회의 불참 시 세비 감액을 대폭 높이는 결단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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