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 거품이 꺼지면 빚내 부동산을 구입한 가계뿐만 아니라 빚을 내준 금융회사도 위험해진다. 정부의 한은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보통 사람들이 보아도 경제와 사회 돌아가는 것이 기이하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째 지속되며 다들 힘들어한다. 지난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집값은 치솟았다. 주가도 올랐다. 가상화폐 시장도 달아올랐다. 여기에 식료품 가격까지 뛰니 장보기가 겁난다. 박사급 경제 전문가들이 포진한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과 주식 거품은 외환위기 직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경제가 역성장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6월 22일 공개된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 내용이다. 직설화법 대신 에둘러 표현해오던 평소 태도와 사뭇 다르다. 그동안 집값 거품에 대한 경고가 여러 곳에서 나왔지만,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이 직접 지적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서다. 한국 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굴러간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분명 괴팍한 소설가 멜빈 유달과 식당 웨이트리스 캐롤 코넬리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그만 강아지 버델도 만만치 않다. 이 강아지는 영화의 포스터에도 잭 니콜슨과 함께 당당히 투톱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이 ‘무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심상치 않다. ▲ 뮤즈란 관찰자로 하여금 기억의 창고 속에 잠들어 있던 무엇인가를 깨워주는 존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버델은 유달과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게이 화가 사이먼 비숍의 반려견이다.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젊은 화가의 반려견이니 서로가 죽고 못 사는 사이일 것 같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비숍은 버델에 죽고 못 살지만, 버델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상당히 쿨하고 주인과 거리를 둔다. 어느 날 비숍이 강도를 만나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맞고 입원해 있는 동안 유달이 임시로 맡아 돌본다. 지독한 위생 결벽증이 있는 유달과 털북숭이 강아지 버델은 예상외로 궁합이 잘 맞는다. 유달과 산책할 때면 유달처럼 보도블록 경계를 절대 밟지 않는 강박증도 닮았다. 버델을 돌
▲ 택배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고 노사가 합의를 이룬 것은 반가운 일이다. 관건은 2차 합의사항을 확실하게 이행하느냐다. 이번처럼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16일 전체회의에서 택배노조와 민간 택배사들이 정부 여당의 중재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9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파업은 종료됐다. 합의안의 핵심은 택배기사를 내년 1월 1일부터 분류작업에서 완전 배제하고,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을 하루 12시간, 일주일에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올 1월 1차 합의안과 의제는 같은데, 구체적 이행 시기를 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택배 노사와 정부, 더불어민주당,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가 도출돼 다행이다. 합의는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함에 따라 가능했다. 관건은 2차 합의사항에 대한 확실한 이행이다. 택배사들은 오는 9월과 12월, 두 차례로 나눠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데 맞춰 연말 안에 인력 배치를 마쳐야 할 것이다. 사실 1차 합의안도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 일 최대 12시간, 주 최대 60시간 근로 등이
솔직함이 팩폭이나 뼈를 때린다는 말로 용인되는 시대다.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하물며 논객이든 상대의 허물과 부족함을 솔직하게 팩폭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음 내키는 대로 내지르는 ‘솔직함’은 방종이다. 이것을 즐기는 우리 사회가 참으로 가학적加虐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 frank(솔직하다)의 어원은 자유(free)에서 유래한다.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을 내지르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대가 누가 됐든 상대방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느낌 그대로 퍼부어대는 유달(잭 니콜슨 분)은 어찌 보면 대단히 솔직한 인물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속으로는 동성애를 혐오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더라도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피부색에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하는 게 적어도 교양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덕목이 된 시대다. 하지만 유달은 자신의 소설 ‘왕팬’이기도 한 출판사 여직원에게도 거침없이 ‘여혐’을 드러낸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게이 화가에게는 대놓고 당장 밟아 죽여야 할 불결한 벌레 대하듯 한
▲ LH 조직 개편안이 미뤄졌다. 혁신적이라며 내놓은 대책들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택지개발과 주택공급, 주거복지의 3대 기능 중 일부를 민간으로 넘기는 등 더욱 혁신적인 조직 개편이 요구된다. [사진=뉴시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 신도시 후보지 등 땅 투기 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인 지 석달 만인 7일 정부가 발표한 대책 명칭이다. 그럴싸한 수식어와 거창한 명칭과 달리 국민 신뢰 회복이란 목표에도, 혁신에도 부합하지 않는 빈껍데기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관심을 모았던 LH 조직 개편안은 8월로 미뤄졌다. 혁신 방안이라며 열거한 대책들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급히 모아놓은 임시방편이 많기 때문이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개발할 때 관련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교통부가 LH로부터 회수해 직접 수행하겠다고 한다. 전국에 걸친 많은 공공택지 후보지를 조사하는데, 현 국토부 공무원만으로 가능할까. 해당 업무를 맡을 공공기관을 신설하거나 그 일을 할 기관의 직원 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혁신 방안에 담은 LH 직원 20%(2000
▲ 오등봉공원의 한천. 도심내 공원이지만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의 하천은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녹지축의 하나이다. # 하천은 제주도의 핵심 녹지축 제주의 하천은 제주도의 숨어있는 속살이다. 제주도에는 총 143개의 하천이 있지만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하천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하천 하류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제주의 하천이 제주도의 생태계를 얼마나 살찌우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것 같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방향으로 수많은 혈관처럼 뻗어있는 제주의 하천은 한라산 고지대와 중산간지대의 풍부한 영양분을 바다까지 이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혈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천이 있는 지역은 긴 녹색 띠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녹색 띠는 하천변에 형성된 숲이다. 즉, 하천의 물과 영양분이 울창한 숲을 만든 것이다. 특히, 하천변의 숲은 하천의 종착역인 바다에서부터 하천의 발원지까지 해발고도에 따른 식생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살아있는 숲 교과서이다. 왜냐하면 하천을 제외하고 숲을 포함한 제주의 모든 생태계는 도로, 건물, 골프장 등 시설물에 의해 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상’이라는 것은 ‘딴 세상’ 일처럼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기생충’과 ‘미나리’가 연거푸 아카데미상을 받는 걸 보니 이제는 제법 ‘이 세상’ 일처럼 여겨진다. 아울러 아카데미상을 받았다는 외국영화의 수준과 배우들의 연기를 우리네의 그것들과 비교평가해 보기도 한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잭 니콜슨의 연기만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무게를 되레 가볍게 느껴지게 만든다. ▲ 루틴을 중시하는 이들은 변화의 이유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독하리만치 인간 자체를 혐오하고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으며 괴팍스럽기 짝이 없는 유달이 로맨스 소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설정이 자못 흥미롭다. 이토록 인간을 혐오하고 사람들과 소통이 절벽인 인물이 독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는 소설 작가라는 사실도 의문이지만, 그것도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설정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진다. 유달은 매일 아침 정확히 똑같은 시각에 일어나 똑같은 동네 식당에서 반드시 똑같
▲ 2차 추경의 규모와 용도는 경기회복 속도 및 세수여건 변화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3월 대선 등 정치일정이나 표를 의식해 현금을 뿌리고 보자는 식이어선 안 된다.[사진=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했다. 이른바 ‘으샤으샤 전 국민 위로금’이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에 “온 국민이 으샤으샤 힘을 내고 소비를 진작하는 데 도움을 주자”며 제기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2차 추경 제안의 배경은 1분기 기준 지난해 대비 19조원 더 걷힌 국세 수입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확장 재정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더 걷히는 세수는 쓰고 가자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도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투입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며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여름휴가철 이전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2차 추경에 유보적이던 정부도 대통령의 추경 언급 이후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 조남준 보성리장. "그 죽음은 한 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삼십 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소설 「순이삼촌」의 한 구절이다. 순이삼촌은 제주 4·3 학살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충격과 고통을 평생 안고 살다가 그 현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내 고장 대정읍은 수많은 순이삼촌의 한이 서린 곳이다. 일제 강점기와 제주 4.3. 계속된 수탈과 핍박으로 상처난 역사를 끌어안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은 제주를 방어기지로 삼는 ‘결 7호 작전’을 위해 많은 대정읍민을 송악산 해안 진지구축에 강제 동원했다. 그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섯알오름 양민 학살터가 있다. 한국 전쟁 때 예비검속이라는 명목하에 무고한 마을 사람을 학살한 곳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충격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대정읍은 여느 농촌처럼 젊은 사람이 떠나가며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대정읍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영어교육도시에 국제학교가 생기며 정주 인구가 늘었다. 폐교 위기던 보성초는 학생이 늘어 건물을 증축했고, 읍내엔
▲ 천미천의 모습. 제주의 하천은 육지부의 강과는 전혀 다르다. 꽤 오래전 제주지방기상청장에게 들은 얘기다. 지금은 백록담에도 자동기상장비가 설치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없었다. 도대체 한라산 고지대에 얼마만큼의 비가 오는 것일까. 궁금하여 성판악코스 진달래밭 대피소에 수동 강우량 계를 설치해 보았단다. 어느 날 밤새 비가 왔는데 아침에 보니 하룻밤 사이에 1000㎖를 기록했다고 한다. 깜짝 놀랄만한 수치다. 우리나라 육지부의 연평균 강수량이 약 1100㎖이므로 거의 1년 치의 강우량이 하룻밤 사이에 내린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건천은 ‘내가 터져서’ 흙탕물로 범람하며 세차게 바다로 흘러간다. 만약 한라산 남북사면에 건천이 없다면 해안가 마을은 모두 홍수로 사람이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제주에서 하천은 우선 한라산 고지대의 엄청난 강우량을 바다로 급속하게 이동시키는 배수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건천을 ‘냇창’이라고도 불렀다. 평상시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하천 바닥의 암반이 그대로 드러난다. 큰 왕바위들도 놓여 있다. 제주에서 하천 조사는 이런 암반으로 이루어진 하천 바
▲ 성읍저수지와 성읍마을 사이에 있는 천미천의 소(沼). 이러한 소가 전 구간에 걸쳐져있다. 벌써 이십 년이 지났다. 1999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천미천을 탐사했다. 한라일보사에서 강문규 기자가 기획한 하천 탐사에 동행하게 되었다. ‘한라산 학술 대탐사’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인 탐사의 제1부가 하천과 계곡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멤버가 아니었다. 어느 날 시청 앞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강문규 팀장이 “시간 나면 언제 한번 같이 가게”라고 하여 그러겠다고 해두었다. 동행의 목적은 하천을 한번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당시 오름을 전수 조사한 후라서 야외조사에 불이 붙기 시작하던 때였다. 동굴도 따라가 보았다. 벵듸굴을 하루종일 기어서 그야말로 고생 직 싸게 했다. 하천과 한라산 계곡도 보고 싶었다. 마음속으로 나는 제주의 자연 전부를 단지 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한라산과 오름은 물론 곶자왈, 하천, 해안선과 섬을 거의 다 둘러본 셈이다. 백문의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봐야 연구를 하던지, 생각을 할 것이 아닌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자연은 현장에 나가서 직접 보면
로맨스 소설가 멜빈 유달(잭 니콜슨 역)은 지독한 강박증과 결벽증을 지닌 채 뉴욕시의 고급 아파트에서 참으로 ‘싸가지’ 없고 별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멜빈 유달(잭 니콜슨)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게이 화가 비숍이 집안에 침입한 강도에게 거의 죽을 만큼 폭행을 당하고 병원에 실려간다. 사고를 수습하러 온 비숍의 에이전트는 능수능란하게 사고의 뒷수습을 한다. ▲ 반려견과 사는 이들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개를 통해 치유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고 수습과정에서 비숍이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 베델의 처리가 실로 난감하다. 비숍의 에이전트는 궁리 끝에 옆집에 사는 유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비숍이 퇴원할 때까지 이웃으로서 강아지 베델을 돌봐줄 것을 부탁한다. 그 에이전트는 아마도 유달의 악명을 전달받지 못했던 모양이다. 알았다면 언감생심 유달이 혐오해 마지 않는 ‘게이’의 강아지를 당분간 맡아달라는 부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강아지를 아파트 창밖으로 내던지지만 않아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그런데 사람을 기피하고 병적으로 청결에 강박증이 있는 유달은 자그마한 털뭉치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