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 빚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무분별한 카드 대출을 억제하고 다중 채무자를 관리하는 등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과도하게 불어나고 있다. 개별 가계에 날아오는 총탄 단계를 벗어나 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포탄 같아 보일 정도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회사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3월말 현재 1765조원. 1년 새 153조6000억원 증가했다. 총 규모와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생활고에 쪼들리는 데다, 특히 젊은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 내 투자)’하기 때문이다. 숱한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치솟자 더 오르기 전 어떻게든 집을 사려 든다. 주택담보대출이 72조8000억원 불어났다. 1분기 가상화폐 신규 투자자의 3분의 2가 2030세대다. 집값이 뛰어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벼락거지 신세를 모면하고자 빚을 내서라도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며 일확천금을 노린다. 걱정을 더하는 것은 기록적인 가계 빚 속에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4월 소비자물가가
제임스 브룩스 감독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는 명배우 잭 니콜슨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이다. 과연 잭 니콜슨의 ‘악당’ 연기는 발군이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히 심각하다. 잭 니콜슨은 대단히 비사회적인 염세가이자 독설가이며 강박증세를 가진 소설가인 멜빈 유달을 연기한다. 이렇게 복잡한 ‘캐릭터’를 물 흐르듯 소화해내는 잭 니콜슨의 연기가 과연 일품이다. ▲ 유달은 관객들의 억눌린 욕망을 대리만족하게 해주는 또 다른 ‘영웅’으로 보인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멜빈 유달은 로맨스 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당연히 생활은 풍요롭다.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고급지게’ 살아가지만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다. 세상과 인간을 향한 혐오로 짜증과 분노가 충만한다. 당연히 독신이다. 거기에 더해 유달은 강박증 환자이기도 하다. 집밖을 나서면 모든 문고리나 손잡이를 손수건으로 감싼 다음 잡아야 하고, 매일 들르는 단골식당에 갈 때도 집에서 식기를 챙
▲ 한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1.6% 성장하면서 반등에 성공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은 경제상황과 코로나 변수를 면밀하게 따져 신중히 다뤄야 한다.[사진=뉴시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시급 1만원에 맞춰 대폭 인상을 압박한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가중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률이 아시아 최고라며 동결을 주장한다. 또한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음식숙박업 등을 배려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역시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기 반등을 위해 최저임금은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임기 내 1만원 목표 달성을 의식한 정부는 집권 초반 이태 연속 두자릿수 인상을 감행했다. 그러나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와 저임금 일자리 감소라는 ‘을(乙)들 간의 갈등’을 초래했다.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하며 빈부격차도 더 벌어졌다.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으며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로
▲ 임기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최근 원희룡 지사의 대권행보에 따른 차기 도지사 불출마와 사퇴시기가 이슈다. 이른 불출마선언이 도정공백이나 레임덕 현상을 가속 한다고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각자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도 가지각색이다. 그래도 공직사회는 잘 돌아 간다. 공직내부에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한 편이다. 전 도정과 비교해 많은 승진 기회, 업무 책임과 권한이 상대적으로 위임 강도가 높았고, 일반적 인사에 직접적 개입 않고 까다롭지 않는 업무 스타일 때문인지 도지사에 대한 평은 호의적이다. 도지사에게 공무원노조는 대화와 소통의 대상이 아닌 도정 수행에 있어 들러리일 뿐이었다. 두 번의 만남인 노사 청렴.성 평등 협약식 자리에서 자기 할 말만 하고 사진 한 장 찍고 악수가 전부였다. 도민들 사이에 코로나 확산 방지 및 매듭을 풀어야 할 지역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일부는 대권가도에 도민들 박수 받고 등 떠밀려 나서도 지역세가 모자랄 판인데 쿨 하게 지지를 못해준다고 섭섭해 한다. 평가는 순순히 도민의 몫이다. 하지만 도민들도 될 성부를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 연못. 숲 속 한구석에 자리를 잡아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연못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농사지을 땅이 아쉬운 농민들이 무심코 메워버리지 않아서 원형대로 보존되었다. 이 연못은 여러 종류의 새들을 위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청둥오리를 비롯한 물새들이 힘찬 날개 짓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얀 몸통에 기다란 다리와 목을 가진 새 한마리가 날아올랐다. 허공을 가르며 한 바퀴 돌아 높은 소나무 꼭대기에 내려앉아 귀족같은 모습이 돋보였지만 짝을 기다리는지 외롭게 혼자 멍하니 북쪽 하늘을 쳐다보는 중이다. 대여섯 마리 꿩 새끼(꿩 병아리)들은 어미 꿩의 뒤를 따라 줄을 지어 밭 가운데로 뒤뚱뒤뚱거리며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아직은 날개에 힘이 없어 날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연못이 없었다면 보지 못할 평화로운 모습이다. 이 연못은 가뭄이 오래 갈 때에는 식수와 가축 급수용으로 사용되었단다. 가뭄이 이어지면 대지가 바싹 말라 타들어 가면서 흙먼지가 날릴 때에는 하늘이 온통 부옇다. 농작물들이 고사(枯死)하고 가축들은 목이 말라 헉헉대면서 못견뎌했었다. 농민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애를 태웠었다. 먹을
‘테넷’의 주인공과 요원들은 ‘현재’를 바꾸기 위해 ‘미래’로 들어간다. 미래를 조작해 인류의 운명을 통째로 바꿔버린다. ‘과거’로 돌아가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꾸는 주제들은 꽤나 익숙하지만, 미래를 바꿔 현재를 바꾸는 방식은 특히나 우리들에게는 조금은 신선하기도 하다. 그런데 왠지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테넷의 우리나라 흥행 성적표가 썩 훌륭하지 않았던 이유일까. ▲ 동양의 미래관이 ‘운명론적’이라면 서양은 반대로 ‘의지론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래에 관한 관점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며, ‘정해진 미래’는 우리의 희망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오는 것(coming)’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없듯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미래도 바꿀 수 없다. 운명론(fatalism)의 뿌리다. 둘째는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making)&r
▲ [구글이미지] 독일 연방공화국 헌법재판소는 2021년 4월 30일 '기후변화대응법 제3조제1항'이 기본법(연방 헌법) 제20a조에 위반되며 '2031년 이후에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가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이 없으므로, 2030년 이후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내년도 말까지 명확하게 제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은 기본법이 헌법질서 안에서 '미래 세대'를 위하여 국가는 모든 입법ㆍ행정ㆍ사법 수단을 동원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대응법은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2030년 이후로 미루어버렸으며,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지 않아 '인류의 미래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지적한다. <독일 연방 기본법과 기후변화대응법> 기본법 제20a조 기후변화대응법 제3조제1항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이라는 점을 충분하게 염두에 두어, 국가는 모든 헌법질서의 범위 안에서, 법률과 판결에 따라, 행정과 사법 조치로, 입법으로 생명과 동물의 자연적 기반을 보호하여야
▲ 으름나무 꽃. 파란 색으로 점점 깊이 덮여지는 숲에 으름 덩굴이 파란 잎을 배경으로 꽃을 맺었다. 제주에서는 '졸갱이' 혹은 '유름'이라 불려 지는 덩굴은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면서 잎은 다섯 개의 손바닥을 펼친 것 같다. 나무 하나에 암꽃과 수꽃이 피어난다고 하는데 보라색 꽃잎에 더 짙은 꽃술이 암꽃인지 아니면 수꽃인지도 구분이 어렵다. 그게 그것 같기도 하다. 이 꽃이 지고난 후 맺어진 열매는 초록색이었다가 소시지 같이 커가면서 가을이 되면 차츰 갈색으로 변해간다. 때가 되면 활짝 갈라지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내면서 익어간다. 으름은 산에서 나는 머루와 다래와 함께 3대 과일 중의 하나라고도 한단다. 옛날에 먹을 것이 귀하고 어려운 시절에 지금은 어른이 된 아이들의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그 맛이 특별하고, 임금과 신하들이 나누어 먹을 만큼 그 맛이 뛰어 났단다. 지금은 먹을 것이 풍부하고 흔한 시대에 으름의 달콤한 맛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새들이나 곤충들이 풍족한 만찬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열매다. 사람들이 찾지를 않을 테니 새들이나 곤충들에게 더 많은 몫이 되어 돌아간다. 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들어낸 ‘시간여행’에는 이전의 시간여행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혹은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가 충돌하고 뒤엉켜 싸우는 장면이다. 최신작 ‘테넷’에도 그런 장면이 등장한다. ▲ 나의 적은 ‘다른 시간대를 살았던 나’와 ‘다른 시간대를 살아갈 나’일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기 위해 미래로 출동했던 주인공은 현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미래로 출동하던 자신과 맞닥뜨려 뒤엉켜 싸운다. 똑같은 주인공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현재의 주인공은 미래에서 오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저지하고, 미래에서 현재로 돌아가려던 주인공 또한 자신을 막아서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각자의 임무에만 충실한 채 뒤엉켜 죽기살기로 싸운다. 나의 적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타인들이 아니라 다른 시
▲ 미국의 움직임에 맞춰 국내 금리가 오르면 당장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가계가 위험해진다. 정교한 물가관리와 세심한 금리인상 정책이 필요한 때다.[사진=뉴시스]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4월 소비자물가가 2.3% 오르며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물가상승률 2.3%는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2%)를 웃도는 수치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레이션 경고음은 나라 안팎에서 울려댄다. 주식과 부동산에 이어 국제유가와 원자재, 농축산물까지 들썩이며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한국보다 한달 빠른 3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3월 물가상승률 2.6% 또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목표치(2%)를 넘어선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당시 “물가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통화긴축을 일축했다. 그런데 지난 4일 직전 Fed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고, 미 증시의 나스닥지수가 급락했다. 미국에선 코로
지방자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야임에도 소홀히 다루는 분야가 있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계획고권(planning sovereignty)이다. 아직 학술적으로는 접근이 되지 않았으나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 권한은 각 개별 법령이 정하는 법정계획으로 중앙정부는 국가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계획'을 수립하도록 위임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자체 사업에 대하여 조례가 정하는 바에따라 기본계획이 수립되기도 한다. 지역계획은 모든 자치입법과 자치재정의 근거가 되며 모든 자치행정이 시작되는 기본적인 자료다. 그러한 점에서 지방자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권한이므로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용역보고서인지 지역계획인지도 불투명 관광진흥법은 중앙정부가 '관광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도지사가 '(권역별) 관광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외된다. 대신에 제주특별법 제239조는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면서 이를 '(권역별) 관광개발계획'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대사회를 지배한 변수 중 하나는 ‘무당의 한마디’였다. 중세사회에선 ‘천국의 예언’이 사람들의 삶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현대에도 미래의 예언자들이 있다. 과학자, 기술기업, 그리고 언론이다. 이들의 예언은 통찰력이나 비전이란 이름으로 대체되곤 한다. ▲ 현재가 과거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과거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간을 오가는 ‘타임머신’ 영화는 대개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어버리는 상상을 담는데, ‘테넷’은 특이하게도 미래로 넘어가 현재를 바꾸는 상상을 담는다. 역사학자 E.H. 카(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한다. 과거에 일어난 ‘사실’은 박제처럼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역사가나 혹은 현재의 특정한 필요에 의해 현대인들의 생각과 관점으로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중국의 거친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그렇고 말썽 많은 하버드대학 램지어 교수라는 사람의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