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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기상천외-제주'(5) ··· 유대 역사 비극의 현장이자 천연요새

이스라엘 사해(死海) 인근의 유대 광야 오른편에는 우뚝 선 특이한 형태의 언덕이 있다. 꼭대기는 평평하고 주위는 급경사인 메사(mesa)지형으로 높이는 450m, 정상 부분은 길이 600m, 폭(가운데 부분)이 250m 정도다.

 

유대 역사상 잊을 수 없는 비극의 현장이자 천연적인 요새(要塞)인 이곳이 바로 ‘마사다(Masada)’이다.

기원후 70년 반란군이 400m 높이인 난공불락의 바위산 ‘마사다’ 요새를 거점으로 게릴라 활동을 펼치자 반란의 불길이 번질 것을 우려한 로마 황제는 제10군단장인 루시우스 플라비우스 실바 장군을 시켜 요새를 토벌토록 지시한다. 72년 실바가 이끄는 로마 제10군단이 마사다로 진격했다. 로마군은 마사다 요새를 포위하고 여러 차례 공격했으나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곳의 기후는 로마군의 편이 아니었다. 이곳의 여름은 50℃에 이르는 무더위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다. 겨울엔 가끔 장대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매우 나쁘다. 혹독한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마사다 요새를 만든 헤롯왕이 거대한 탱크를 만든 이유다. 과거 기록에 따르면 로마군은 유대인의 기습, 느닷없이 쏟아지는 집중호우, 와디(Wadi·건곡이라고도 하는 지형으로 사막에서 나타나며 평소 물이 흐르지 않다가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돼 물이 흐르는 곳) 등으로 많은 병력을 잃었다.

황야나 사막에서 비가 오는 날은 매우 드물지만 한번 내리면 지구상의 어떤 곳과도 전혀 다른 형태의 결과가 나타난다. 이곳은 지표면에 식물이 아주 조금 있거나 아예 없고 표토가 얇은 먼지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폭우가 내릴 경우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를 따라 흐르게 된다. 그 결과 순식간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지형을 깎아 와디를 형성한다. 물줄기는 급작스럽고 강력하게 흐르면서 지면을 침식시킨다.

 

 

금이 간 바위와 자갈을 깎아내고 지면에 느슨하게 쌓인 사막의 먼지와 토양의 얇은 층을 침식시키며 지나간 자리에는 엄청난 양의 토적물이 남고 새로운 수로를 형성하기도 한다. 튀니지의 메제르다 강에서 1973년 발생한 거대한 폭풍이 순간적으로 많은 비를 뿌려 138㎢나 되는 면적에 엄청난 모래와 점토층을 만드는 등 지도를 바꿔야 할 정도로 사막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따라서 와디에 진을 친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공격에도 마사다 요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로마군은 서쪽의 고원과 같은 높이의 거대한 성채를 쌓아올려 공성(攻城)을 준비했다. 역사학자 요세푸스는 이 전투에서 유대 저항군의 반격을 기록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마사다의 저항군이 로마군에 대항할 전력이 없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역사학자들은 로마군이 성체를 쌓아 올릴 때 같은 열심당(=당시 유대교의 한 분파)인 유대인 노예를 이용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열심당원이 차마 동족을 죽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로마군은 유대인 포로들을 이용해 요새의 서쪽 벼랑까지 흙과 돌을 다져 비탈을 쌓는데 성공한다.

 

이들은 공성탑(攻城塔)을 만들어 비탈 위로 올린 다음 투석기로 마사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25㎏이나 되는 돌을 맞자 마사다 성벽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반란군은 무너진 성벽에 나무기둥을 두 겹으로 박은 후 그 안에 흙을 넣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유대인들의 처절한 방어에 로마군은 주춤한다. 이때 바람이 바뀌면서 고온건조한 남풍이 강하게 불어왔다. 로마의 실바 장군은 화공으로 전략을 바꾼다. 이스라엘 지역에 남풍이 분다는 것은 아라비아 사막 쪽에서 뜨거운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뜻하기 때문. ‘샤라브’라 불리는 이 바람은 상대습도가 0% 정도의 매우 건조한 대기다. 워낙 건조하고 무더운 공기이기에 바람이 불면 풀들조차 말라버린다.

로마군이 공격 방식을 화공으로 바꾸면서 불화살을 맞은 나무 벽은 순식간에 불에 휩싸이면서 무너져 내렸다. 로마군이 마사다 요새로 진격해 들어갔을 때 그들은 불타버린 건물과 960명의 장렬한 죽음, 무섭도록 고요한 적막을 마주치게 된다. 단 하나 식량창고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것은 최후까지 자신들이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자살한 것이지 식량이 없어서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 이스라엘 정부는 인류 문화유산이기도 한 마사다 요새를 관광지로 개발해 내외국인에게 선전한다. 마사다는 유대인들이 힘이 약해 죽음으로 항거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굳은 결의를 다짐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도 이스라엘 군대 훈련의 최종 코스는 마사다에 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반기성은?=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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