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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의 '세상풍경'(2) ... 제주공항의 결항률이 문제다

 

도지사후보마저 공항에서 발이 묶이던 2일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는 한 대도 예외 없이 결항이었다. 암수술을 받은 아내를 동반하고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남편은 "5개월 전에 예약을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소리 나게 울먹였다.

 

"서울에는 병원밖에 아는 곳이 없어 공항근처 찜질방에서 대기하겠으니, 제발 내일 아침에 비행기 좀 타게 해달라"는 남편은 새벽 3시부터 공항에서 대기하겠다고 사정한다. 그러고는 돌아서다가 갑자기 카운터로 다가가더니 "투표도 꼭 해삽니다. 제주도는 투표가 정말 중요해서 일부러 오늘 퇴원해수다"라며 제주도 사투리로 통사정을 한다. 다행히 새벽 6시 20분에 출발하는 첫비행기의 예약확인증을 받은 그는 상기된 얼굴에 안도의 웃음기를 머금었다. 어쩌면 투표보다 병색이 남아 있는 그의 아내를 위해 발휘된 순발력인지도 모르겠다.

 

온종일 제주도는 출발 133편, 도착 137편, 국제선 왕복 2편이 모두 결항돼 국내외 관광객과 도민 등 2만명에 가까운 이들의 발이 묶였다. 비좁은 제주공항은 오늘도 아수라장을 이루었을 것이다. 어쩌면 위급한 병이나 당면한 경조사, 사업이나 회의 등으로 가슴을 졸이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무사히 살아가려면 이런 악천후에는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날이다.

 

5년 동안 매주 제주 서울을 오가다 보면 이렇게 결항이나 회항, 지연 등으로 공항에서 애태울 때가 적지 않다. 가장 답답한 경우는 애를 태울 희망마저 사라져버렸을 때다. 공항이 태풍 영향권에 있더라도 바람이 잦아들면 드문드문 기회를 엿보아 이착륙이 가능해진다. 공항 자료에 의하면  2012년 8월 28일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덮친 전국 공항에서는 항공기 결항이 속출하였다. 그러나 인천공항만큼은 이륙한 비행기(152대)가 결항한 비행기(75대)보다 두 배가 많았다. 결항률이 불과 33%로, 태풍이 불면 대부분의 항공기가 운항을 취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기록이었다. 참고로 볼라벤은 최대 순간풍속이 51.8 m/s인 강풍으로 전국에서 19명이 나무나 벽돌 등에 깔려 숨지고 제주도는 그야말로 정전, 결항 등으로 고립무원의 땅이 되었다.

 

사실 항공기 결항을 결정짓는 가장 큰 기상 요인은 측면에서 부는 바람이라고 한다. 이 측풍이 통상 초속 15m 이상으로 불면 비행기가 중심을 잃는 등 안전을 위협해 대부분 결항조치를 내리게 된다. 다만, 인천공항처럼 규모가 크고 첨단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 더 강한 바람에도 비행기를 띄울 수가 있다. 하지만 시설이 열악한 소형 공항은 조그만 돌풍에도 결항이 잦다. 결항은 공항 측이 아니라 항공사가 바람․안개·강수량 등 기상 조건을 시시각각으로 분석해서 여부를 결정한다. 항공사마다 결항 기준이 조금씩 다를 뿐 아니라 공항 시설·기종·기장 능력을 고려해 결항 여부를 판단한다.

 

2009년부터 2011년 8월까지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항공기 결항은 1280회(0.2%)로 하루 평균 1.3회다. 이에 반해 13개 국내공항을 이용한 항공기 결항 수는 2009년부터 2011년 8월 현재까지 1만6169회(1.8%)로 하루 평균 16.6회가 결항한다. 국내공항은 인천국제공항에 비해 결항률이 9배나 높은 실정이다. 국내공항을 이용한 항공기는 1편당 평균 140명이 탑승하므로 하루 동안 결항으로 2324명이 불편을 겪는 셈이다.

 

제주도는 2014년 2월부터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운영등급이 Category(Cat)-I(착륙 시정치 550m)에서 Cat-II(300m)로 상향 조정돼 항공기 결항 편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로 김포공항은 Cat-IIIa(175m 이상- 300m 미만), 인천공항은 Cat-IIIb(50m 이상- 175m 미만)이다. Cat는 항공기의 정밀 이·착륙을 지원해 주는 항행안전시설의 성능에 따라 항공기가 착륙할 수 있는 최저 시정거리로, 이 등급이 높을수록 착륙 시정거리가 줄어들고 결항율도 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주공항의 결항률은 인천보다 4.5배 더 높을 것으로 계산된다.

 

더욱이 제주공항의 문제는 이런 악천후의 결항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오일장처럼 붐비는 불편과 불만의 현장이란 사실이다. 제주는 전체 국내선 노선 비중의 80%에 육박하면서 여객 수가 이미 한계수용능력인 1254만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2013년 기준 제주공항 이용객수는 2005만5000명으로, 2020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던 제4차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의 1988만7000명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이는 김포공항 이용객수인 1990만4327명을 추월한 수치로, 제주공항이 국내선 공항중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임을 입증하는 통계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민은 공항에 들어설 자리가 없다. 질병이나 경조사를 당한 이들에겐 전쟁터에 다름 아니다. 한없이 늘어진 대기줄과 엉킨 동선들로 인해 사람들끼리 부딪치는 것은 물론이고,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미리 예약을 해놓지 않으면 일요일 저녁에 제주에서 김포행 비행기표를 구입하기가 보통 사람으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결항이라도 이어지면 공항은 무섭게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소리 지르고, 삿대질 하고, 아무데나 주저앉고, 드러눕고, 한숨짓는다. 그야말로 터미널이다.

 

그렇다고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언제나 귀빈실과 엘리베이터를 경유해서 비행기로 직행하는 국회의원인가? 그와 같은 동선을 따라 바쁜 걸음을 옮기며 혼잡을 외면하는 도백인가? 이들의 눈에는 관광객의 불만도, 도민의 불편도 비쳐들 여지가 없어 보인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남의 불편이요 아픔이다.

 

제주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일까? 지난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한목소리로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호언했다. 사실 신공항은 2008년 총선 때도 이들에 의해 동일하게 장담된 공약이었다. 게다가 민선 5기 우근민 도정도 큰 목소리로 확약한 게 공항문제다. 물론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도 하나 같이 공항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니 결항을 예측치 못한 도지사 후보에게 차라리 해결책을 주문하는 게 어떨까? 아니, 도지사 후보들 모두의 공항에 대한 공약이 타당하고 실천 가능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는 건 어떤가? 더불어서 도민과 함께 줄을 서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탑승구까지 찾아 들어가는 공항의 불편을 동일하게 경험하고 시정해 나갈 것을 약속받으면 안 될까? 언감생심, 차라리 공항에는 바람이 불지 말기를 기도하는 게 상책인지 모르겠다. 부디 애끓는 제주도민 부부가 투표할 수 있도록 바람아, 새벽이면 잦아들어다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육지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했으며, 언젠가 해녀가 되어 서귀포바다를 얼싸안고 살아가고 싶은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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