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제1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재일 작가 김석범 선생을 선정한 사실과 관련,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하면서 4.3추념식 노래선정에 이어 다시 한번 4.3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오창수 제주도 감사위원장은 15일 제32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김희현 의원의 질문에 대해 "행정자치부에서 12일 감사를 의뢰한 공문이 왔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감사를 해야한다"고 감사 불가피론을 들었다.
김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에서 4.3평화상 수상자와 관련해 큰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공식적으로 감사를 의뢰한 것은 큰 문제"라며 "초대 4.3평화상이고, 이미지 손상이나 김석범 선생에 대한 명예훼손 가능성도 있다. 감사위는 감사 의뢰가 오면 절차상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오 위원장은 "관련 법이나 규정을 보면 중앙부처에서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할 수 있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감사를 해야 하고, 이번 건에 대해 감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이어 "4.3평화상 제정 취지와 근거, 예산 집행 관계 등 평화상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감사해 달라고 의뢰가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김석범 선생은 제주4.3을 세계에 알린 분으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에서 문제 제기한 부분만 갖고 감사를 의뢰했다"며 "제주도민 가슴에 못을 박지 않았으면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4.3평화상 수상에 대한 감사의뢰가 알려지자 제주도내 정당 및 사회단체들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
새정치연합 제주도당은 성명을 발표, "보수세력의 목소리에 기대어 실시한 감사요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당은 "4․3추념식 식전 행사 노래 선정 과정에 부당한 개입으로 지탄을 받았던 행자부가 이번에는 제1회 4․3평화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당은 이어 "'문제 없다'던 기존 태도를 번복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일부 보수 세력의 문제제기를 근거로 감사 요청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는 정부 스스로가 제주4․3 흔들기에 나서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제주도당은 "김석범 선생의 4․3해결에 대한 헌신은 제주4․3의 해결을 염원하는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바"라고 지적한 후 "단지 수상소감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정부가 나서서 감사까지 요청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나친 것일뿐 아니라, 매우 부당한 것이다"고 반발했다.
제주도당은 "행자부는 일부 보수세력의 목소리에 기대어 실시한 감사요청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15일 성명을 내고 "이념논쟁을 통해 보수우익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제주 4․3을 행자부의 입맛대로 요리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며 "4․3평화상에 대한 감사 의뢰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박근혜 정부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는 제주 4․3에 대한 흔들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전제한 후 "새누리당 일부 국회의원에 이어 보수 우익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더니 이들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4․3 평화상에 대해서 딴지를 거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4․3 평화상을 수상한 김석범 선생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며 도민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아프게 하는 행위"라며 "4․3 평화상에 대한 행자부의 태도의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4․3 관련단체는 물론 제주도민들과 연대해 강력하게 싸워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4.3평화상 수상자인 김석범 선생은 수상소감을 통해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표방했지만 친일파, 민족반역자 세력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승만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할 수 없었으며 이에 맞서 단선.단정수립에 대한 전국적인 치열한 반대투쟁이 일어났고, 그 동일선상에서 일어난 것이 4.3사건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수상소감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문제제기를 하고 일부 보수단체들이 '4.3평화상 박탈'을 요구했다. 보수언론인 조선과 동아일보가 '건국정신을 훼손했다' 는 입장으로 비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제이누리=이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