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한다해도 진단이 엉터리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킨다. 통계의 함정과 해석의 오류로 난맥상을 보이는 제주의 현실이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은 더 중요하다.
◆ 통계, 믿을 수 있는 정보인가? … 통계의 함정와 해석의 오류
제주가 치욕스런 불명예를 안았다. 범죄의 소굴이자 넘치는 쓰레기로 오염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범죄 발생률과 1인당 쓰레기 배출량에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9일 대검찰청은 ‘2016 범죄분석’을 발간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전국 평균 범죄 발생건수는 10만명 당 3921건. 그러나 제주는 10만명 당 5739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보다 1800여건이 많다.
2010년 이후 6년 연속 범죄 발생비율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최근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 2017'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지역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4470건에서 2015년 5758건으로 약 29% 증가했다.
치안연구소 관계자는 " 이 같은 흐름은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 급증과 더불어 투자자들의 방문이 증가한 데 따른다"며 "이들의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범죄 발생률도 높아 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5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외국인 범죄 통계를 보면 전체 393건 가운데 66%인 260건이 중국인 범죄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는 1인당 쓰레기 배출량도 전국 1위다.
여러 통계에 의하면 도내 1일 쓰레기 배출량은 지난해 말 기준 1161톤이다. 이 쓰레기를 제주도민을 분모로 해 나누면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1.8㎏다. 전국 평균보다 40% 더 많고 2010년 639톤보다 45%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제주개발연구원은 관광객 1000만명을 합산한 분모로 쓰레기 배출량 통계를 내놨다. 이 값도 여전히 전국 평균을 웃돌고는 있지만 1인당 배출량은 1.4㎏로 줄었다.
‘한국관광의 1번지’인 제주는 관광객으로 들끓는다. 지난해 1년간 제주를 다녀간 관광객은 1600만명에 달했다. 66만 제주도민보다 무려 20배 이상이 많다.
분수의 분모가 적으면 결과는 크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통계는 1600만명의 관광객을 무시, 분모를 ‘제주도민’으로 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가 통계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를 상주인구 10만명 당으로 비교해 비율화, 특정지역의 범죄발생률로 해석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며 "범죄발생 빈도 등 다만 특정지역의 치안상황을 가늠해 보는 자료 정도의 의미에 그친다"고 말했다.
◆ ‘책임전가형’이 아닌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쓰레기정책에 대한 도민들의 분노가 결국 터졌다. 분노는 쌓이고 쌓여 ‘쓰레기산(山)’이 됐다. 쓰레기봉투 인상과 요일별 배출제로 도민들의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
스페인의 수도 바르셀로나는 제주와 상황이 비슷했다. 170만 인구에 연간 1000만 관광객이 공존하는 곳이다. 바르셀로나도 들끓는 관광객과 그와 비례해 폭발하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았다. 연간 쓰레기 발생량은 제주의 약 7배에 달하는 260만톤이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1991년 환경시스템을 구축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 총 3곳의 에코파크를 세웠다. 그 중 한 곳인 바르셀로나 외곽 포룸항에 있는 에코파크 3에서는 연간 26만톤의 쓰레기를 처리한다. 모아진 쓰레기를 최대한 재활용해 재활용 회사에 판매한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는 박테리아를 배양해 메탄가스로 만들고, 여기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발전소를 돌린다.
연간 생산량만 200GW에 달하며 이 전기는 공장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로 공급되고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 쾨딩엔시 윤데마을은 ‘맞춤형’ 쓰레기 대책을 세운 마을이다. 바이오메스로 성공 거둔 마을로 750명(2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2001년 한스 후퍼트 괴팅겐대 교수는 윤데마을을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최적지로 삼았다. 마을에서 발생하는 축산 분뇨와 해바라기 건초 등 농작물 쓰레기는 최적지로써의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1차산업 폐기물들은 쓰레기가 아닌 전기 생산 원료가 됐다. 매탄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었다.
생산된 전기는 마을에서 사용, 남는 것을 전기회사에 되팔아 연간 19억원의 수익을 내는 마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의 폐기물관리정책은 근본적인 해결방안 모색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생활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해 제주도는 신규매립장 소각장 건설만 바라보는 안일한 정책 대응으로 일관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쓰레기 문제 해결의 시작은 ‘감량’”이라며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소각과 매립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재활용처리시설을 현대화하고 요일별 배출제의 수정보완으로 요일 확대 방안을 고려, 시민들의 재활용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 명산 ‘에베레스트’를 네팔에서 오르려면 쓰레기 예치금을 지불해야 한다. 1인당 4000달러(한화 466만원)다. 세계적인 명산이 쓰레기산으로 변모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네팔 정부의 ‘방지책’이다.
에베레스트 등정객들은 등산 중 평균 8㎏의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하산시 8㎏의 쓰레기를 되가져오면 쓰레기 예치금을 돌려준다. 하지만 이에 못 미치면 예치금은 몰수된다.
이탈리아 로마시에서는 관광세가 부과되고 있다. 지난 2011년에 도입된 관광세는 숙박비용과 함께 내도록 돼 있다. 4성급 이상 호텔 숙박객에겐 3유로(약 3800원), 그 이하 등급의 숙박시설 이용객에겐 2유로(약 2500원)를 물도록 하고 있다.
또 유적지와 박물관, 레스토랑, 관광버스, 유람선 등에도 1인당 1유로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광객들로 거두어들인 세금은 문화재의 복원과 확충, 예술 활동 지원, 미관 공사, 관광객 편의시설 확충 등에 쓰여지고 있다.
로마시의 관광세 시범도입으로 피렌체 등 유럽의 몇몇 도시에서도 관광세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진희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인한 원주민들이 시름을 앓는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관광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관광수익으로 먹고 사는 호텔이나 면세점, 관광지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 관광수익을 제주도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 해소 방안도 제시했다. “관광업계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으로 주로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제주 주민들에게 지원금이나 보조금 등으로 돌아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가관광객을 상대로 일명 입도세나 환경부담금 등을 걷는 것보단 고급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요트장, 대형쇼핑몰을 개발해 그들이 제주에서 소비하는 비용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그들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다른 섬 관광지보다 상대적으로 제주도에 부족한 요트장 같은 해양레저스포츠 시설을 확충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