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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누굴 위한 섬인가? (上) 제주는 지금 '인구빅뱅'과 씨름중

 


제주판 ‘인구빅뱅’(Big Bang)이 현실화되고 있다. 폭발 일보 직전이다. 인구·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청정과 공존의 섬이란 가치도 무색할 정도다. 자연의 생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주택 등 부동산 값 폭등으로 그동안 제주의 자랑거리였던 '삶의 질'은 피폐 일로다.

 

하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아리송한데다 진단과 처방은 앞뒤가 맞지 않고, 선후가 엉켜 있는데다 뾰족한 출구를 알리지도 않고 있다. <제이누리>가 3연속 진단기획으로 제주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 여전히 뜨거운 제주 이주 열풍 …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젠트리피케이션'

 

지난해 말 장모(35)씨는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고공행진하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그의 선택이다. 지금껏 살아온 제주시 도심지를 벗어난 다소 동떨어진 외곽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했던 회사는 이젠 차를 타고 30분을 내달려야 한다. 본가에서 홀로 독립, 아직 제 집을 마련하지 못한 장씨의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하루빨리 임대형 행복주택이 생기기만을 바랄 뿐이다.

 

제주 도심지역 개발로 원주민들이 밀려나고 있다. 폭발적으로 이주민이 증가하다보니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그러다보니 임차료마저 크게 치솟아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1960년대 영국 첼시에서 일어난 현상이기도 하다.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는 1960년대 영국 첼시에서 도시개발로 이주민이 몰려와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보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명명했다. 최근 제주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관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주 원도심, 또는 시가지 등에서 거처하던 원주민들은 외곽으로 쫓겨가는 상황이다. 도심에서 읍·면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웃돈)도 제주가 평균 1020만원을 기록,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한정된 공간에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경제의 수요-공급 법칙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투기 수요까지 밀려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집세는 몇년사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결국 집세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은 도외 지역으로 빠져 나갈 수 밖에 없다. 도심지역은 어느덧 돈 가진 이주민들의 차지가 돼버렸다.

 

최근 주택건설과 인구유입이 '핫'한 곳으로 떠오른 제주시 외도동의 경우 외지 1만5000여명 인구 중 절반이 제주가 아닌 다른 지방 유입인구라고 추정될 정도다. 외도동 주민센터 한 공무원은 "2~3년 전부터 외지에서 오는 전입신고 가구가 하루 10여건을 훨씬 웃돈다. 예년 2~3건과는 눈에 띄게 확 다른 변화"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66만 인구 시대를 열었다. 2013년 8월 6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3년만에 또 다시 인구의 10%가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인구는 66만1190명. 제주시 인구는 48만3325명, 서귀포시는 17만7865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해인 2015년에 비해선 1년 사이 1만9835명이 늘었다. 한달 평균 1600여명씩 늘어난 셈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인구 폭발 현상의 주 요인으로 귀촌·귀농과 제주 이주 열풍 등으로 인한 제주 정착민 증가를 꼽고 있다.

 

19세기 말 대한제국 시대 당시 제주도 인구는 1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어 제주도로 승격, 출범한 1946년에는 27만6148명으로 3배 가량 늘었다. 인구통계 조사가 시작된 1955년 제주 인구는 28만8781명이었다. 10년 간 1만2633명이 는 정도였다. 도제실시 20년만인 1965년에는 33만4765명으로 30만 시대를 열었다.

 

1975년에는 41만 1992명으로 40만시대를, 1987년에는 50만 5534명으로 50만시대를 열었다. 70~80년대 관광산업개발과 감귤산업 등 국가 주도 정책으로 인구증가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1995년 민선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2009년까지 인구는 감소추세로 반전됐다. 1990년대부터 2009년까지 제주 인구는 매년 1000~3000명가량 줄었다. 이촌향도 현상에 따라 도민들이 육지부 대도시로 빠져나갔다. 한자녀 선호 등 사회현상도 한 몫 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제주 인구는 2010년에 전년대비 1.43%가 증가했다. 이후 2012년에는 1.57%, 2015년 3.19%의 급증추세를 보였다.

 

이는 국내 경기침체로 인한 젊은 층의 제주 유입과 천혜 자연환경을 뽐내는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려는 은퇴자들의 이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으로 인한 인구유입과 국제자유도시 정책에 따른 외국인 증가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관광의 1번지’ 제주 … 끊임없는 관광 발길에 ‘멍’드는 제주

 

지난달 10일 제주시 연동 한 외국인 면세점 앞 도로를 지나던 박모(23)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면세점 이용객들을 위한 관광버스로 일대 도로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차도가 주차장이 된 것이다. 박씨는 면세점 직원을 불러 따졌다. 그러나 면세점 직원은 "주차장이 가득 차 버스 댈 곳이 없어 잠시 정차 중이다"며 별 일 아니란 듯이 냉대했다.

 

현장은 1차로에 정차한 전세버스와 마구잡이로 넘나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부새통인 상황. 도무지 다른 차량은 길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도로가 도민의 통행을 위한 곳 인지, 외국인 관광객 쇼핑거리인지 알 수가 없는 지경으로 변했다.

 

관광객의 폭증으로 도민들의 불편도 폭증하고 있다. 이젠 이주민이 아닌 관광객으로 오히려 원주민이 내몰리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관광객의 급증으로 기존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500만명을 돌파, 1600만명에 육박하는 1585만명이었다. 사상 최고기록이었다. 역시 ‘한국 관광의 1번지’ 다웠다.

 

천혜의 환경이 지친 도시인들을 끌어다니고 있다. 비·성수기 구분없는 휴양과 관람, 레포츠 등은 관광객의 꾸준한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다.

 

1966년 10만명을 넘긴 제주 관광객은 1983년 100만명, 2005년 500만명, 2013년 1000만명을 넘겼다. 이어 지난해 12월 11일에는 1500만명을 기록했다. 기록적 폭증이다.

 

제주는 ‘한국관광의 메카’로 이미 자리잡았다. 그와 동시에 각종 불명예도 가득 안았다.

 

범죄발생률과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대표적이다. 모두 전국 1위다.

 

지난해 9월 17일 제주에선 어이없는 참변이 벌어졌다. 제주시 연동 모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던 신도 김모(61·여)씨가 중국인 관광객 천궈레이에 의해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됐다.

 

9일 대검찰청이 발간한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5년 전국 평균 범죄 발생건수는 10만명 당 3921건이었다. 그러나 제주지역은 10만명 당 5739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에 비해 1800여건이나 더 많은 수치다. 2위인 광주광역시(4560건), 3위 부산광역시(4453건)와 1000건 이상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제주는 2010년 이후 6년 연속 범죄발생비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4000~5000건을 기록하면서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범죄발생건수는 3만6631건. 1일 101건의 범죄가 발생한 꼴이다.

 

◆ 청정제주? 1일 쓰레기 발생량 1161톤

 

21일 오후 6시 제주관광의 1번지 성산일출봉 현장. 탐방객이 돌아간 뒷자리는 쓰레기가 대신하고 있었다. 널따란 들판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성산일출봉의 웅장함에 연신 감탄하던 탐방객들은 쓰레기를 마치 팁(tip)처럼 내던지고 가버렸다.

 

청정제주가 아프다. ‘쓰레기 몸살’에 걸렸다. 

여러 통계를 살펴보면 도내 1일 쓰레기 배출량은 지난해 말 기준 1161톤이다. 2010년 639톤보다 무려 45%가 증가했다. 쓰레기 발생량 전국 1위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최근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소가 제주발전연구원에 의뢰, 지난해 7~11월 ‘재활용품 선별처리 민간위탁 타당성 조사용역’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용역에서는 제주관광협회 자료를 근거로 2015년 기준 연간 관광객 수 1366만여명(하루 평균 18만5643명)을 도민수에 합산, 쓰레기 발생량을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환산한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1.4㎏로 집계됐다.

 

하지만 폭증하고 있는 쓰레기에 비해 청소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제주도 전체 청소인력은 412명에 불과했다. 쓰레기 배출량이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하던 2010년 청소인력 413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제주시 봉개동 회천 쓰레기매립장은 이미 포화율이 90%를 넘어섰다. 나머지 도내 8곳의 쓰레기 처리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작 이를 위한 방책은 아직도 기약이 없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제주도내 쓰레기 발생량은 겨울보다 여름이 많다"며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 양도 전체 발생양의 30%에 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국장은 "포화 위기를 맞은 도내 쓰레기 처리시설은 현재 증량한 상태"라며 "내년 7월까지 발생하는 쓰레기는 감당할 수 있다. 또 내년 5~6월쯤 새 처리시설이 준공된다"고 단기 처방을 내놨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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