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봄을 깨울 ‘'2017 정유년 탐라국 입춘굿’이 다음달 3일부터 4일까지 제주시 목관아와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암울한 국내 현실에 밝고 희망적인 의미를 던지고자 ‘빛의 씨앗을 품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입춘굿은 사전 행사격인 입춘맞이와 본 행사격인 본 굿으로 나뉜다.
입춘맞이는 25일 오전 11시 관덕정에서 열리는 기원코사, 춘등달기로 시작된다. 봄이 오길 기다리면서 입춘굿의 성공을 함께 기원하는 이날은 간단한 제례를 지내고 관덕정 마당에 춘등을 건다.
제례를 통해 제주 1만8000여 신이 한 해 임무를 마치고 하늘로 올라가는 '신구간(新舊間)'의 시작을 알린다. 춘등을 걸며 신들이 지상에 내려와 새해의 일을 시작하는 '새 철 드는 날'을 기다리는 의미다.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중앙지하상가에서는 한 해 소망과 건강을 비는 소원지를 내거는 '시민참여축원마당'이 열릴 예정이다.
입춘 하루 전인 3일에는 입춘굿의 시작을 알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오후 2시부터 뚜럼브라더스, 아이씨밴드, 민요패 소리왓, 전통공연예술개발원 마로 등 음악·공연자들의 흥겨운 무대와 땅줄타기(김주열), 버나놀이(이석규)가 더해지는 난장 한마당이 펼쳐진다.
오후 5시에는 동자복과 서자복에서 축제 시작을 알리고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 ‘제주성 미륵코사’가, 오후 5시 30분부터 흥겨움을 널리 알리는 거리 퍼레이드를 한다. 밝게 빛나는 춘등, 제주신상이 거리를 가득 채운다.
저녁부터는 항아리를 깨트려서 모든 액운을 제주도 밖으로 내모는 퍼포먼스(사리살성), 큼지막한 휘호 쓰기(입춘휘호), 풍년을 기원하는 유교식 제례(세경제), 나무로 만든 소와 함께 하는 제례(낭쉐코사)가 이어진다.
입춘인 4일에는 제주도·제주도의회·제주도교육청·제주시 청사를 돌며 새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액막이 굿 '춘경문굿'과 함께 제주목관아 일대에서 초감제, 도액막이 등 제주 전통 '입춘굿'이 열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축하공연과 농경의례인 '낭쉐몰이', 입춘날 펼쳐지는 제주 유일의 탈굿놀이인 '입춘탈굿놀이'에 이어 마무리 폐막 난장 등으로 전체 행사는 마무리된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탐라국입춘굿은 제주도 굿 본연의 신앙적인 요소를 창조적으로 계승한다. 시민사회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고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누구나 함께 체험하며 즐기는 도심형 전통문화축제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탐라국입춘굿은 먼 옛날 탐라시대부터 이어지는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1841년 이원조가 쓴 《탐라록》을 비롯해 여러 문헌에는 탐라국의 왕이 친경적전(親耕籍田, 왕이 몸소 농사를 지으며 농업을 장려하던 풍속)과 더불어 풍년을 기원하며 의식을 치렀다고 밝힌다.
입춘굿의 역사는 탐라국이 고려에 복속된 시기를 지나 조선 후기까지 계속됐다. 그러던 중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잠시 맥이 끊겼지만 1999년 제주 민속학자 문무병 선생을 중심으로 한 제주민예총이 복원하면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이누리=김리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