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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패턴 변화로 새 일자리.아이템 눈길 … 짐옮김이·번개맛집·플리마켓

 

제주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여행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일자리.사업이다. 중국관광객 급감 추세를 비웃듯 어느덧 형성된 제주의 새로운 관광패턴을 포착, 새로운 일자리·사업이 뜨고 있다.

 

국내 굴지의 신혼여행지에서 개별여행객의 낙원이 된 제주에 생긴 새 트렌드다.

 

7080시대에 신혼부부의 발이 돼 주던 관광택시기사가 ‘핫’ 했다면 이젠 ‘뚜벅이’들의 손이 돼주는 ‘딜리버리 서비스’가 인기다.

 

어느샌가 ‘제주관광’의 키워드는 ‘신혼’보다 ‘나홀로’·‘즉흥’·‘힐링’이 됐다. 나홀로족과 힐링족, 반려동물 여행족이 '제주판 신(新)노동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 “무겁지? 짐은 내게 맡겨” … 뚜벅이 여행족 위한 ‘딜리버리 서비스’

 

“여기 제주시 A게스트 하우스 인데요, 제 짐 좀 서귀포시 B게스트하우스로 옮겨 주세요.”

 

올레길과 오름, 숲길. ‘힐링’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곳들이다. 그들은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는다. 손엔 지도가 들려있다. 그리고 걷는다.

 

 

그들에게 짐을 들 손은 없다. 아니 짐 들 손은 필요없다. 전화 한 통화면 된다. 숙소에 도착하면 제주시에 있던 짐이 서귀포로 옮겨져 있다. 렌터카 대신 걷기를 택한 그들은 ‘딜리버리 서비스’로 짐 옮길 필요없는 편리한 여행을 한다.

 

“2002년부터 택배 일을 시작해왔는데, 택배는 비수기가 길어 고민이 많았죠. 그러던 중 게스트하우스를 하던 사촌동생으로부터 ‘올레꾼들이 가방 옮기는 것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게 올레옮김이를 만든 계기가 됐죠.”

 

관광객이 아닌 그들의 짐을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주는 강명남(47)씨의 이야기다. 그는 2010년 3월 12일 ‘올레옮김이’를 만들었다.

 

그는 “올레길을 걷는 여행객들에게 ‘짐’은 말대로 ‘짐’이죠. 올레길을 걷기 위해 맨몸으로 나섰다가 도착하면 다시 택시를 타고 묵었던 숙소로 와서 다시 짐을 가져간다더라구요. 그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우리가 대신 하는거죠.”

 

딜리버리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하고 올레꾼들은 한결 편해졌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에는 아예 딜리버스 서비스 신청서가 있다. 그 곳에 전화번호와 이름, 목적지만 적으면 관광을 하고 다음 숙소에 도착하면 ‘짐’이 도착해 있다.

 

짐뿐만이 아니다. 렌트카도 가능하다.

 

지난해 9월 제주공항 주차장에서 렌트카 출·반납이 전면 금지됐다. 이에 제주공항 인근 교통정체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관광객의 불편이 생겼다.

 

그러며서 등장한 게 렌트카 배·반차 대리 서비스다. 원하는 곳에서 배차를 받을 수도, 원하는 곳에서 대리 반납을 할 수도 있다.

 

관광객이 느끼는 불편이 편의 도모 서비스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어서 와! 같이 떠나자” … 제주도민, 여행 길잡이 됐다

 

제주도민이 함께 한다. 여행책에 소개되지 않은, 좋은 곳들도 여행한다. ‘픽업’은 물론 ‘샌딩’까지 여행객의 하루를 책임진다.

 

제주판 데일리투어가 뜨고 있다. 소규모 그룹 여행객 또는 개별여행객을 모아 이들의 여행가이드를 자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99km in 제주’가 제주판 데일리투어에 나섰다. 이를 고안한 이는 주초롱(29·여)씨다.

 

주씨는 “동남아 여행때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하는 데일리투어를 떠난 적이 있어요. 그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동남아나 제주나 모두 관광이 주된 곳인데 제주엔 단체관광만 많지, 소규모그룹 투어가 없잖아요? 그거였어요. 그렇게 99킬로미터 in 제주가 생겨났죠.”

 

주로 나홀로 여행객 또는 2~3명의 소그룹 여행객이 주 고객이다. 흔한 여행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고 사진찍고 추억을 남기는 여행이다.

 

후기도 좋다. “혼자 왔는데, 좋은 곳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좋은 여행, 편하게 했어요” 등. 주씨가 생각하던 여행 이상의 여행을 찾는 관광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

 


 

◆ “오늘은 여기서!” … ‘번개맛집’이 뜬다

 

“3월 13일 오픈 공지합니다. 오후 1시 대정 영어마을에서 오픈입니다.”

 

이젠 맛집을 쫓는다. 내비게이션에 상호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사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번개’를 칠 뿐이다. 그럼 ‘번개맛집’ 주소가 정해진다.

 

‘번개맛집’이 뜨고 있다. 주소가 없는 맛집이다. 점포 대신 옮겨다니는 푸드트럭이 있을 뿐이다.

 

“한 군데서만 머물면 재미가 없잖아요? 좋아하는 장소 위주로 돌아다니며 장사하고 있어요.”

 

와이키키제주 사장 한정우씨는 제주에 여행을 왔다가 제주의 정취에 빠져버렸다. 그러던 중 요리사인 친구와 함께 제주에 정착하게 됐고, 그들이 좋아하는 장소 위주로 돌아다니며 ‘번개맛집’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한 곳에 머무르며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의 안정성은 없는 것은 사실이에요. 매출보단 좋아하는 곳을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것이 매출보다 더 좋은걸요. 이젠 단골손님들도 여럿 있답니다.”

 


◆ 플리마켓, 제주 新시장으로 자리잡다

 

‘플리마켓’(flea market)은 이제 새로운 제주의 장터풍경이다. 오일장과 전통시장, 대형마트가 공존하는 제주시장판에 프리마켓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젠 제주 장터의 한 종류다.

 

 

바닷가를 낀 포구는 물론 오름, 카페, 축제장, 공방 등 열리는 장소도 다양하다. 주기적으로 여는 곳도 있고 반짝 여는 곳도 있다.

 

‘소랑장’, ‘벨롱장’, ‘줌마장’ 등 나름의 브랜드도 생겼다. 플리마켓은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미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플리마켓에선 중고·골동품 뿐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제주를 담은 작은 소품과 엽서, 자신의 끼를 담은 공예품 등 하나의 문화공간이 됐다. ‘맛’도 등장한다. 이곳 저곳 유랑하는 푸드트럭이 '플리마켓표 맛집'이다.

 

벨롱장은 제주 플리마켓의 대표적인 예다. '벨롱'은 살짝 틈새가 열리는 모양을 표현하는 제주말이다. 비영리단체 벨롱이 운영하는 문화행사로 세화리의 장소 협조와 구좌읍사무소의 행정 지원을 받으며 매주 토요일(세화오일장날, 동절기 제외) 세화포구에서 열리고 있다.

 

다양한 셀러들이 제주지역 특산물을 가공, 여행객들에게 알리고 판매하는 등 경제적인 역할은 물론 제주를 알리는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을 견인하고 있다.

 

플리마켓 입점 경쟁도 치열하다. 셀러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재능으로 만든 상품을 판다. 엽서부터 음료, 잼, 모빌, 액자 등 플리마켓에선 제주만의 혹은 셀러만의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열풍에 한도진(27·여)씨도 셀러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씨는 “제주 이곳 저곳에서 잘 찍은 사진들이 아까워 엽서를 주 종목으로 셀러 등판을 준비하고 있어요. 플리마켓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 파는 시장 이전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인 것 같아요. 제가 셀러 등판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에요”

◆ “어디서나 함께 하자” … 이젠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 대세!

 

어느샌가 ‘애완동물’이란 명칭이 ‘반려동물’로 바뀌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이젠 한 가족이 됐다. 이젠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반려동물 여행족이 몰려오고 있다.

 

봄을 맞아 송유나(27·여·인천)씨는 제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의 이번 여행컨셉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제주여행’. 송씨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식당·카페·숙소·관광지 찾느라 여념이 없다.

 

제주에 ‘반려동물 동반 가능’을 내건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말게스트하우스’는 반려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다. 이 곳은 사람의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 ‘개스트하우스’로 나뉘어 있다.

 

‘개스트하우스’는 반려동물 여행에 특화된 숙소다. 반려동물의 샴푸와 배변패드, 캣타워, 전용 샤워실 등이 마련돼 있다.

 

제주시 애월읍 더럭분교 인근의 식당 ‘오데뜨’는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 과거 뭍 지역에서 애견훈련사, 애견카페를 운영해 온 정유진씨가 제주로 내려와 차렸다. 펜션과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펜션에도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

 

제주시 삼도2동 ‘쌀다방’도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카페다.

 

소인국테마파크와 돌하르방공원 등 일부 관광지는 유모차나 캐리어가 있으면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

 


 

◆ “네 ‘인생샷’을 맡겨봐” … 관광객은 관광만, 사진은 스냅사진 전문가가

 

“조금만 더 가까이 붙어봐요. 조금만 더요. 웃어요. 좋습니다. 김치”

 

이젠 카메라 없이 여행한다. 풍경은 눈으로, 음식은 입으로 담는다. 사진은 스냅사진 전문가가 찍는다.

 

"저도 여행을 즐기곤 했어요. 사진 찍는 것도 즐겼구요. 그러다 문득 제가 '카메라'로 세상을 보고 있다고 느꼈어요. 안타까웠죠. 그 안타까움이 제주관광객들에게서도 느껴졌죠. 그렇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죠."

박보미(33·여) 요망진스냅 대표는 여행객들이 눈이 아닌 카메라로 여행을 즐기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제 저희가 여러분들의 여행을 담아내드립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시간, 벅찬 풍경, 높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이젠 눈과 마음에 담으세요.”

 

그는 그렇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친구와 함께 올해 1월부터 스냅사진가로 변신했다.

 

그들의 고객의 대부분은 관광객. 친구와 온 여행, 홀로 온 여행, 가족 여행 등 고객층도 다양하다.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파파라치 컷' 스타일로 사진을 찍는다.

자연스러움을 안겨주며 미쳐 여행객들이 담지 못했던 것들까지 사진으로 담는다. 시중 출장 촬영사보다 저렴한 가격도 스냅사진의 메리트다. 관광객들이 점점 스냅사진가를 찾는 이유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처장은 "예전엔 관광객은 신혼부부가 많아 관광 택시기사가 제주에서 보편적인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관광 소비트렌드가 개별여행 시대로 바뀌면서 짐 옮김이, 여행 큐레이션, 1인 숙소 등 새로운 트랜드가 뜨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도 많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맡김이 서비스는 물론 동반 식당, 숙소, 관광지 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요즘 트렌드는 작고 예쁜 인테리어나 비주얼 좋은 음식, 소품 등"이라며 "점점 삶을 기록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인생샷'이 유행하듯 관광지에서 나를 기념하는 트렌드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젠 찾아볼 수 없는 '제주 원형'을 모티브로 한 관광 상품들이 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제주 돌담 민박집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나를 기록하고 남들에게 자랑질할 수 있는, 또 제주 고유의 것을 활용한 관광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다. 관광동향의 변화로 새로운 신종 직군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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