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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窓] 학살터에서 나와 또 10년 ... 이제 가족을 찾다

 

유해로나마 아버지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것도 70년이나 걸렸다. 아버지는 그렇듯 70년이 지나서야 그저 뼛조각만으로 자식에게 그날의 참상을 알렸다.

 

22일 오전 제주 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발굴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

 

대정읍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강애자(71·여) 할머니는 그저 눈물만 흘렸다. “남편이 장인어르신 유해를 확인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제야 아버지를 찾았다는 기쁨이 이내 가슴속 슬픔으로 북받쳤다”고 말했다.

 

이날 보고회는 2007~2009년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쪽과 동북쪽에서 발굴된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4·3희생자 29명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자리였다.

 

제주4·3 유족청년회가 유해 29구를 4·3평화교육센터로 운구하면서 보고회가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이내 울음을 쏟아냈다.

 

강명숙(77·서귀포시 중문) 할머니는 “7살 때 행방불명됐던 외삼촌을 오늘에야 찾았다”면서도 “오늘 가족 품으로 돌아온 외삼촌의 아버지는 아직까지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속도를 내서 찾아주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유가족들은 평화교육센터로 운구된 유해에 이름표를 붙이면서 어둠 속에서 이름 없이 70년을 지낸 이들의 한을 달랬다.

 

강옥자(74·서귀포시 대정읍) 할머니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해 죄인이라는 기분으로 살았다. 죄송한 마음에 큰길은 피해서 다녔다”면서 “거의 포기하고 애만 태우고 있었는데 이제야 아버지를 찾았다”고 눈물을 흘렸다.

 

29구의 신원확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비 12억원이 지원돼 가능했다. 10년 전 발굴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신원 확인 작업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는 “유전자 감식을 통해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원해준 제주도와 여러 기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추도사에 나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한 맺힌 70년을 뒤로하고 가족 품에 안기는 희생자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오늘 추도식을 계기로 더 많은 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원 확인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4·3의 완전한 해결과 세계평화의 중심으로 제주가 앞서가는 그날까지 영령들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믿는다”면서 “가족 품에서 평안히 안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대행은 “감식 작업이 늦어지다 보니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남편의 유해를 기다리다가 남편이 돌아오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미망인이 숨을 거두기도 했다”면서 하루빨리 희생자가 유족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추도식이 끝나고 유해는 4·3평화공원에 봉안됐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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