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이 지났다. 후반기로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비슷하거나 부정 평가가 약간 높다. 취임 초기 80%를 넘어섰던 지지율이 거의 반토막 난 가장 큰 요인은 경제난 심화다.
임기 중간 경제성적표는 낙제점이다. 3%대 경제성장률을 약속했지만 첫해만 3.2%였고, 이듬해 2.7%로 내려간 데 이어 올해는 2%마저 깨질 판이다. 석유파동과 외환ㆍ금융위기 등 쇼크라 할 만한 일이 없는데도 빚어진 저성장이다.
정부의 1호 사업인 일자리 창출은 부진하고,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고 빈부격차가 확대됐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노인 알바만 늘어나고 경제활동의 주축인 3040세대의 괜찮은 제조업 고용은 감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일률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의 부작용으로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고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잃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 실적이 지난해 12월부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함께 위축되며 재고가 쌓이고 물가상승률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고 시름시름 저성장ㆍ저물가 병세가 깊어가는 모습이다. 1990~2000년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경고까지 나온다.
중간 성적이 안 좋으니 앞으로 시험을 잘 봐야 할 텐데, 내년 여건도 올해 못지않게 힘겨울 전망이다. 이미 수출에 큰 영향을 미쳐온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독일 경제의 부진 등 대외경제 상황이 불투명하다.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비롯된 한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2019~2020년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5~ 2.6%로 2000년대 초반의 절반에 불과하다(한국은행 분석).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 이후 1%대로 떨어지리란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위기냐 여부의 논쟁을 떠나 위기에 준하는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경제활성화를 임기 후반기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낡고 불합리한 규제와 간섭을 줄임으로써 민간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 잠재성장률도, 단기 경제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
주력 제조업이 한계에 다다른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새로운 산업체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신산업이 활발하게 태동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 혁신성장과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개혁 작업이 계속 공회전해선 곤란하다. 공유경제 등 신산업이 기존 전통산업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합리적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재정 확대는 긴요하다. 그렇다고 일회성 사업이나 내년 총선 등 선거를 의식한 지역 민원을 해결하는 일에 재정을 낭비해선 곤란하다.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보탬이 되는 쪽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임기 전반기, 2년 반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반나절에 한번 꼴인 349회 지역과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동거리로 환산하면 5만9841㎞, 지구 한바퀴 반에 해당하는 거리로 ‘경제대통령’ 모습을 각인시켰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자”고 강조했다.
경제팀 등 각 부처는 과연 얼마나 현장을 찾아가 확인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해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고 정책 및 제도 개선에 반영했는지 자문해보라. 업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하는 규제완화 사안에 대해 장관들이 기업과 생산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하고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혁신성장을 가속화할 분야로 ‘DNA(Dataㆍ NetworkㆍAI)’와 BIG3(시스템반도체ㆍ미래차ㆍ바이오헬스)를 지목했다. 그럴듯한 구호 외치기와 신조어 만들기에 그쳐선 안 된다. 실행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19일 저녁 TV 생방송으로 국민과 대화할 예정이다. 민생의 어려움을 국민과 함께 나누는 한편, 경제활성화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미중 무역분쟁 등 우리가 어쩌기 힘든 대외변수가 아닌, 과감한 규제혁신과 정책 실천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만큼은 제대로 하자.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