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 4명이 추가된 6일 서울 송파구 일대 초등학교 3곳이 휴업했다. 이튿날에는 확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반경 1㎞ 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20곳으로 휴업학교가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커졌다. 이미 2ㆍ3차 감염자가 확진자의 절반을 넘는다. 확진 환자의 접촉자는 1400여명에 이른다.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생겨났다.
중국에 한정됐던 해외 감염 유입 경로가 일본ㆍ태국ㆍ싱가포르로 넓어졌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방역망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큰 걱정거리다. 3월 개학을 앞두고 대거 입국할 중국 유학생들의 격리 관리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 생활의 상당 부분을 바꿔놓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신종 코로나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파장은 이미 심각 단계다. 관광객이 급감하며 항공과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시민들이 외출과 모임을 기피하며 음식숙박업ㆍ유통업 등 내수 업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내 부품공장이 조업을 중단하자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긴 현대차가 생산라인을 멈췄다.
전염병이 크게 번지면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ㆍSARS)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도 꽤 큰 생채기를 냈다. 사스는 2002년 11월 발병해 2003년 초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수출에 큰 피해를 주며 2003년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주저앉혔다.
2015년 발병한 메르스는 내수를 크게 위축시켰다. 그해 5월 첫 환자가 나타났는데 다음달인 6월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3.2% 감소했다. 4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수출이 안 좋은 터에 내수까지 흔들리며 1분기 0.9%였던 성장률이 2분기에 0.2%로 고꾸라졌다. 메르스는 결국 그해 성장률을 0.2~0.3%포인트 갉아먹었다.
사스가 주로 수출에, 메르스는 내수에 피해가 집중된 반면 이번 신종 코로나는 수출과 내수 모두에 복합 타격을 주는 양상이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커진 탓이다.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사스가 발생한 2003년 16%에서 현재 27%로 높아졌다. 중국인 관광객 수도 같은 기간 10배 증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들의 피해 상황을 취합한 결과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중간재 수출업체, 부품 조달에 애로를 겪는 국내 완성품업체, 중국 현지 투자 차질, 소비심리 악화로 매출이 감소하는 내수업체 등 네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예상되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급망과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핵심 소재ㆍ부품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4월 총선을 의식해 서로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하고서도 신종 코로나 문제를 다룰 국회특위 구성 시기와 명칭을 놓고선 갑론을박하고 있다.
정치공학적 노림수에 익숙한 정치권보다 보통 시민들이 훨씬 위대하다. 광주에선 감염 위험이 있는 격리시설에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서울 강동구 주민은 자율방제단을 만들어 경로당ㆍ공원 등을 소독했다.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머무는 충남 아산시에는 소독제와 마스크, 과일 등 전국에서 수억원 상당 물품이 답지했다.
다행히 확진자들 상태가 안정적이고, 완쾌해 퇴원한 경우도 나왔다. 정부는 촘촘한 방역대책과 함께 감염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해 국민 불안을 덜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총선을 의식한 표 계산 이전에 할 일을 하라.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관건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치권의 초당적 대응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