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는 "제주 4.3 사건이 더 이상 소모적인 이념 대립의 희생대에 올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3일 제주 4.3평화기념관에서 열린 제64주기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 추도사에서 "4.3 사건은 정부가 진상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사건"이라며 "정부는 4.3 사건으로 희생되신 분들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이 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씻기지 않을 한(恨)을 세상에 남겨둔 채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긴 세월동안 사회의 편견과 불명예에 떨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마저 가슴에 담아둬야 했던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4.3 사건은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극심한 이념적 혼란을 겪고 동족 간 전쟁까지 치르는 상황에서 무려 7년 7개월에 걸쳐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되었던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였다"며 "이는 과도한 이념의 대립이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경종"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뒤늦게나마, 지난 2000년 4.3 사건이 재평가를 받고 '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동안 정부는 이 특별법을 바탕으로 진상을 바로잡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또 위령탑 건립, 평화공원 조성, 기념관 개관 등을 통해 수많은 영령과 유가족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애써 왔다"며 "여러분이 느끼기에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만, 정부는 앞으로도 4.3 사건으로 희생되신 분들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총리는 "4.3 사건은 정부가 진상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사건이며 이 사건이 더 이상 소모적인 이념대립의 희생대 위에 올라서는 안 된다"며 "지난달 대법원이 ‘4.3 사건 희생자결정 무효확인’ 상고를 기각한 것도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대법원 결정이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큰 위로가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4.3 사건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비극적인 교훈’이다"며 "우리는 역사가 주는 이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이 곳 평화공원에 ‘교육센터’와 ‘고난극복 전시관’이 세워지고 ‘4.3 평화의 종’이 설치되고 나면, 이곳은 평화와 인권을 위한 ‘살아 있는 교육장’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오늘 4.3 사건을 추모하면서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있다"며 "과거의 아픈 역사를 정리하면서 유가족과 제주도민이 보여 준 ‘상생과 화해’의 정신이 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유가족과 제주도민들은 4.3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의 갈등과 대립을 관용과 화합으로 승화시키고 미래를 향한 더 큰 발전의 디딤돌을 놓았다"며 "제주도민이 보여 준 이 같은 저력이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곳 제주도가 ‘세계 속의 제주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해 나가는데 소중한 밑거름"이라고 피력했다.
김 총리는 "4.3 유가족과 제주도민들이 그동안 보여주신 ‘상생과 화해’의 정신으로 저 넓은 대양, 그리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이곳 제주도를 ‘화합의 섬’으로 가꿔 주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제주가 노래하면 반도도 노래할 것이요 제주가 가슴앓이하면 반도도 가슴앓이 할 것이다"며 "그러기에 제주는 희망, 평화, 번영의 섬이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60여년 전 억울하게 희생되신 수많은 원혼들이 이곳 ‘평화의 섬’, ‘화합의 섬’에서 길이, 못다한 안식을 누리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영령들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