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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의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15) 두 마리 토끼 손에 쥐는 '황금 입지'

 

집념의 기초비행훈련원

 

조중훈은 1990년 노태우의 5·8경제조치 때 비행훈련장만큼은 비사업용이 아니라고 반발했을 만큼 이 땅에 애착을 보였다. 이후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소송전을 불사하면서도 평생에 걸쳐 이 훈련장 확장에 집착했다.

 

조중훈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비행훈련장에 목을 맨 것일까. 녹산장 땅을 산 이유도 비행훈련장 때문이라고 했다…… 그 순간 전광석화처럼 김수남의 뇌리를 때리는 게 있었다. 그렇다, 녹산장 터에는 일제가 만들어놓았던 활주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1000m×100m 1본, 900m×50m 1본.

 

김수남의 동공이 바로 지진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조중훈은 일제가 가미카제 특공대 비행장의 활주로를 그대로 사용하려 했다는 말인가……. 애당초 조중훈은 땅을 구입할 때부터 가미카제 비밀비행장의 활주로 재사용을 염두에 두었을 공산이 컸다. 특히 1982년 비행훈련장에 개설한 활주로 크기가 900m×25m라는 점이 의미심장했다.

 

그렇다면 1000m×100m 활주로 자리가 하나 더 남아 있을 터였다. 물론 뒤바뀌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중훈만은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간에 30년간 사용하지 않아 형체가 거의 사라져 재사용이 불가했다 해도 적어도 입지 만큼은 조중훈의 회고처럼 ‘황금 같은 적재적소’였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았을까. 교래리나 가시리 주민조차 모르는 비밀비행장의 존재를 조중훈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조중훈의 회고에 따르면 길도 나 있지 않아 헬리콥터로 답사했을 정도로 사방이 꽉꽉 막힌 황무지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누군가 그 위치를 귀띔해주었을 것이다. 이 고급 정보를 알려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가능성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조중훈이 제휴를 시도했던 일본항공 관계자 아니면 정부의 고위관료, 둘 중의 하나일 터였다.

 

일본항공 대주주 오사노 겐지라면 교래리 비밀비행장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항공 업계관계자라면 누군가는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어찌어찌 오사노의 귀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오사노의 제안을 받고 조중훈이 녹산장 땅을 구입한 다음 오사노와 제휴를 시도했을 수도 있다.

 

오사노 겐지는 전시 통제경제 아래에서 자동차부품회사를 만들어 군부에 납품하여 급성장했다. 패전 후에는 일본에 진주한 미군수송용 버스의 운영권을 손에 넣어 오늘의 국제흥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뒤로 일본 관광지의 호텔뿐만 아니라 하와이와 미국 본토의 호텔 매수에 나섰으며, 관광사업 이외에 항공사업에도 뛰어들어 일본항공의 대주주가 되었다. 어딘지 모르게 조중훈의 삶과 비슷한 면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김수남은 정부의 고위관료 쪽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상황은 예측 가능했다. 편타대출건으로 박정희가 박흥식을 버렸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것은 흥한화섬의 부도로 직결될 터이고, 그것은 곧 박흥식 소유의 토지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는 의미였다. 거기에는 제주도 녹산장 땅과 송당목장 인근 부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훗날 그것들을 차지한 이는 조중훈과 조중건 형제였다.

 

김수남은 이렇게 추정했다.

 

정부 고위관료 역시 박정희의 복심을 알아차리고, 조중훈이 축산장려정책에 적극 부응한다는 명분으로 녹산장 땅을 샀다고 언론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미카제 활주로 얘기는 뒤로 숨겨놓고 제동목장 건설을 전면에 내세웠다.

 

조중훈은 비행훈련장 입지뿐만 아니라 돈을 적게 들이고 활주로를 닦을 수 있는 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는 엄청난 특혜였다. 적자투성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게 만든 박정희의 미안함과 정경유착이 이 물밑 거래의 몸통이었을 터였다.

 

그렇다면 누가 땅을 소개해 주었을까. 박정희의 복심을 알아차린 그 정부의 고위관료는 대체 누구였을까.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중연= 충청남도 부여 태생으로 20여년 전 제주로 건너왔다. 2008년 계간 『제주작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탐라의 사생활』, 『사월꽃비』가 있다. 제주도의 옛날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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