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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의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18) 제2공항 최대 수혜자는 한진그룹?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원희룡

 

최근 제주도 전체 도민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온평리 제2공항은 반대 여론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문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단순하게 공항 찬성 반대로 나눌 경우 5대 5, 기존의 제주공항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포함할 경우, 기존 제주공항 활용이 더 우세한 형국이다.

 

대체로 제2공항 건설보다 기존 공항을 활용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항목에 손을 들어줬다. 또한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조사의 필요성에는 84.1%가 동의했고, 제2공항 갈등 원인으로 국토부와 제주도의 일방적인 추진이 문제라는 비율이 33.3%로 가장 높았다.

 

국토부의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된 것도 여론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현 제주공항을 개선하면 제주도의 장기 항공 수요인 연간 4,560만 명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를 국토부가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게 결정적으로 여론의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2020년 신년 인터뷰에서 원희룡은 제주공항 확장안은 불가하다고 재천명했다. 30곳 넘는 후보지를 두고 공청회·설명회를 거치고 예비타당성 용역까지 끝낸 마당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것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도민들에게 다시 추진 여부나 입지 선정에 대해 묻는 행위는 내용면에서나 절차적으로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장황한 말이었다.

 

이어 자신이 제2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어 도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만큼, 다소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도지사로서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공항에 대한 도민 공론조사를 실시할 의향이 없음을 에둘러 시사한 것이었다.

 

원희룡이 쐐기를 박듯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이만큼 추진되었고, 결론도 났는데, 이제 와서 찬반을 묻는다고? 도민 의견이 전혀 반영 안됐음을 전제로 제2공항을 할 거냐, 말 거냐, 제주공항 확장할 거냐를 공론조사에 붙이라고?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건가

 

정치인의 허황한 말잔치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보자.

 

용역관계자와 국토부 등 항공마피아가 ADPi 보고서를 은폐하고, 정석비행장을 배제하려고 점수 조작까지 해가면서 불공정한 용역 평가서를 만들었다면, 최종적으로 노리는 게 있을 터이다.

 

우선 원안이었던 신산리 해안형의 입지부터 천천히 따져보자. 지도를 펼쳐놓고 봐야 한다. 신산리 해안형의 경우, 활주로의 양끝 중 표선 쪽에는 현대자동차의 해비치리조트가, 성산 쪽에는 한화아플라넷 그리고 보광그룹의 휘닉스아일랜드가 각각 걸려 있다. 한때 제주도로부터 국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여 중국계 자본에 되팔아 땅장사 물의를 일으켰던 보광그룹은 지금도 섭지코지 일대에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과 각종 해양관련시설, 그리고 공연장 등 대규모 성산포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석비행장이 위치한 제동목장의 입지를 되짚어보자. 여기에서는 더 흥미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북쪽 대록산 건너편에는 사이프러스골프장이, 남쪽으로 부영골프장과 해비치골프장, 남서쪽으로 더클래식골프장이, 남동쪽으로는 샤인빌파크골프장이 위치하고 있다.

 

마치 골프장들이 제동목장을 중심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형국이다. 정석비행장에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골프장들이다. 물론 대기업 소유다. 앞서 설명했듯 이 골프장들은 과거 대부분 마을공동목장 부지였다.

 

이게 뭐가 이상하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쪽 온평리 제2공항 예정지로 방향을 돌려보자. 온평리, 수산리, 난산리, 신산리 인근에는 어찌된 일인지 골프장 한 군데도 눈에 걸리지 않는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항공마피아와 대기업 자본의 노림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제2공항의 예상부지는 약 150만평으로 제주국제공항 부지의 1.4배에 달하는 수치다. 3,200m의 메인 활주로 외에 예비용도로 1본을 더 조성한다. 3,200m의 활주로가 연간 2,500여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데, 항공수요예측에 따라서 2035년 4,500만명이 이용하게 되면 예비활주로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렇다면 제주2공항이 현 제주공항보다 규모가 더 커지고, 신제주가 제주공항을 매개로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제주시보다 더 큰 시가지가 온평리 인근에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신제주에 버금가는 신도시가 제주2공항 인접 지역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새로 들어설 신도시 위치를 추정해보면 이 음모론의 바닥에 닿을 수 있다. 제2공항이 정석비행장에 들어서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뻔했던 사이프러스골프장․부영골프장․해비치제주골프장․더클래식골프장․샤인빌파크골프장은 두루 혜택을 볼 것이고, 신산리 해안형이 채택될 경우 지옥에 떨어질 뻔했던 표선 해비치리조트․한화아플라넷․휘닉스아일랜드는 극적으로 회생하게 된다.

 

또한 유병언의 소유로 의심받는 청초밭영농조합과 대기업 소유의 땅들이 신도시 예정지로 우뚝 서게 된다. 이들은 모두 제2공항에서 10km 내외로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요지에 위치해 있다.

 

과연 대기업은 단 한 군데도 피해를 보지 않는 ‘신의 한 수’ 다운 위치 선정이었다. 이쯤 되면 골프장이나 대기업의 땅이 없는 지역을 찾아다니다가 온평리로 낙점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그중에서도 가장 혜택을 보는 땅이 있으니, 이 모든 음모론의 주연(主演)은 단연 제동목장이다. 제동목장은 제2공항에서 직선거리로 15km 떨어진 핵심 요지에 위치해 있다. 제주도 전체면적의 1%를 차지하는 제동목장은 상상도 하지 못할 노른자위 땅이 되었다. 이번 용역을 주도한 자가 정석인하학원의 교수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세간에는 제주 제2공항 최대 수혜자가 제주도민이 아니라 한진그룹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제동목장의 부동산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온평리 제2공항 발표 직후 정석비행장 인근 땅값은 평당 5만원에서 15만원선으로 급등했다. 주택용지는 30~4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평당 10만원만 적용해도 제동목장의 토지 가치는 5,240억원이다. 1971년 박흥식에게 18억원에 산 땅이 1990년에는 240억원으로, 2016년에는 5,2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로 뛰었다. 지금은 얼마인지 계산하기도 힘들고, 신도시가 들어서면 셈은 단위가 달라져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중연= 충청남도 부여 태생으로 20여년 전 제주로 건너왔다. 2008년 계간 『제주작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탐라의 사생활』, 『사월꽃비』가 있다. 제주도의 옛날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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