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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25)] 농부가

 

제주민요에 별로 많지 않은 ‘농부가’다. 아마 제주민요가 작업이나 노동별로 세분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래 내 꿈은 농사짓는 교수였다. 지금도 그렇다. 다만 전임이 안 되고 겸임이어서 ‘농사짓는 학자’로 약간 수정했다.

 

제갈량만큼은 아니더라도 주말농사로 농지원부 등록 한지도 오래됐다. 지금은 콜라비, 배추, 무, 시금치, 브로콜리를 키우고 있다(한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하는 브로콜리에는 평균 1,660여 마리의 벌레가 들어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주장이다. 그래서 브로클리는 먹기 전에 잘 씻어야 한다. 그 애벌레와 알도 단백질이긴 하다.)

 

농부로다 농부로다 천하지대부가 농부로다 엉허어요 상사대야오
요 농사를 지어다가 늙은 부모님 공양 ᄒᆞ(하)세
요 농사를 지어다가 어린 자식 먹여 살려
검질(김)짓고 골 너른(넓은)밧디(밭에) 곱은쉐(굽은쇠, 호미를 말함)로나
우겨 가자 앞 멍에야 들어나 오라 뒷 멍에야 나고나 가라
앞 문 열고 바루(파루)를 치니 대명산천에 ᄃᆞᆯ(달) 솟아온다
하영(많이) 먹젠(먹으려고) 산전(山田)에 올라 머루 줄(줄기)에 발 걸려 율어간다(말
간다)
산도 설고 물도나 선데 요 집 올레를 넘고 가자
산 앞 각시 시앗(씨앗)에 궂언(나빠서) 산 뒤에 튿으레(뜯으러) 가난(가니)
내 눈에랑 요만들적(요만큼들때) 임이 눈에야 안 들소냐
강남서도 들어온 새여 일본서도 나 들어온 새
오널(늘)가며 낼(내일)가저 ᄒᆞᆫ(한) 게 ᄂᆞᆯ(날)개 젖언(젖어) 못 가겠네
산도 첩첩 물도나 첩첩 산수 바당을 건너갈 제
누굴 보고서 내 여길 왔나 임을 보고 여기 왓소
지저지저 산둘렁 지저 베ᄍᆞᆯ란(짧아) 못지엄저(못짓는다)
한라산 중허리 칠성단을 무어놓고 칠성제를 지내는
세상살기가 기가 막혀 보리방아를 짛자(찧자) ᄒᆞ니(하니)
남방에에 보리를 놓고 어깨가 빠지게 짛어 밧네
아무리 요 방엘(방아) 져도(쪄도) 먹을 것이 안 나왓네
죽엉(어) 가민(면) 썩엉갈(썩어갈) 궤기(고기, 몸)
산 때 미영(움직여) 놈이나 궤라(사랑하라)(농부가)

 

대부분의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지금은 휴한기가 따로 없다. 특히 하우스 시설농사를 하는 분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한 철 농사 다 날라 간다. 양식장처럼. 요즘은 스마트팜이 대세이긴 하지만 어차피 다 센서 기술기반이라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래도 예전 농사는 기승전결이 있었고 민화(民畵) 소재가 무궁무진해 농부들이 대접받으며 살았다.

 

좀 길긴 하지만 ‘전통사회 제주도 농가의 영농일지(營農日誌)’를 소개하려 한다. 이때나 아니면 언제 ‘옛날 살아난 말’ 할 수 있을까 해서다. 물론 마을마다 약간씩 다르다. 이는 토양군이 달라 주요 재배작물이 달랐기 때문이다.

 

1. 농한기(農閑期)
보리 파종이 끝난 12월 중순부터 다음해 농사가 시작되는 4월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 밭에 나가 농사를 짓지 않을 뿐 다음 농사에 대비하여 농기구를 손질하고 새로 만드는 일, 집을 손보는 일, 지붕 손질 등과 각종 상조사(相助事) 등 바쁜 나날을 보낸다. 부녀자들은 길삼질, 굴묵 땔감 마련 등으로 바빴다.

 

2. 춘궁기(春窮期)
겨울에 비축해 두었던 곡식을 다 먹고 보리익기를 기다리는 시기다. 주로 3월에서 5월까지. 이때 아직 덜 여문 보리를 장만하여 먹거나 해초류 등 먹지 못하는 것 빼고 다 먹을 정도로 식량이 귀했다. 이 시기에 농사는 보리밥 김매기, 각종 묘종(苗種) 파종하기(고구마 묘상 설치, 호박심기, 감자파종), 밭 자갈 치우기, 돌담 정리, 우마 낙인찍기, 가축 관리 등으로 분주했다. 또한 춘궁기 때 ‘톨 범벅’ 해 먹거나 고구마를 쩌 먹기도 하고 전분주시(전분찌꺼기) 윗부분에 있는 고구마 껍질을 그릇에 담아와 물에 깨끗이 씻고 보리 가루나 좁쌀 가루를 약간 섞어 범벅이나 떡으로 만들어 먹었다.

 

3. 산디(陸稻)갈기와 묘판(苗板) 설치
산듸는 ‘봉가리산듸’라 해서 겨울 농사 안 한 밭에 파종했다. 4월 하순경 산디(밭벼)씨를 파종한다. 주로 중산간 지대 개간지 화산회토에 재배했다. 제주에서 산듸(陸稻)는 4가지 품종이 있다. 뒈시리, 갈산듸, 원산듸, ᄎᆞᆯ산듸 등이다. 소만(小滿)에 파종하여 상강(霜降) 전후 수확한다. 씨 뿌리고 나서 섬비로 밟아준다. 이 일을 ‘산듸밧 ᄇᆞᆯ림’이라 한다. 물기가 촉촉한 땅(ᄌᆞ는 땅)에는 파종 3~4일 후 싹 트지만 건조한 땅은 발아가 더디다. 대부분 중산간 목장밭(화전밭) 갈고 씨 뿌린 다음 소나 말로 다진다.

 

4. 고사리 꺽기
눈이 많이 온 해는 고사리 풍년이 든다. 고사리는 청명(4월 5일)부터 하나씩 나기 시작하여 4월 하순부터 고사리 꺽기가 시작된다. 고사리 장마 때가 절정이다. 고사리는 제사상에 반드시 올리는 나물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고사리 꺽기에 열중한다. 청명(淸明) 전후 ‘고사리 장마’가 지나 여린 고사리가 나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들판을 돌아다니며 고사리 꺾는다. 다만 산소 위에 자란 고사리는 꺾지 않는다. 제사 때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사리가 돋아날 때 꺾고 또 꺾어 아홉 번 재생(再生)하므로 자손이 번성한다는 속설이 있다. 조상신(祖上神)이 제사 때 먹다 남은 제물을 고사리 세 줄기로 지게처럼 뻗은 가지에 끼워 승천(升天)하다. 이런 믿음 때문에 고사리가 기제사(祈祭祀)와 명절에서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나물이 되었다.

 

5. 섯보리 장만하기
춘궁기 때 덜 익은 보리(보리가 익기 20일 전쯤) 이삭 베어다 말리면 보리쌀이 된다. 이를 ᄀᆞ래에 갈아 죽을 쑤거나 다른 곡식을 조금 섞어 밥을 지어먹었다. 어려웠던 시절 추억으로 남아있다. 또한 양식이 모자라 10월에 수확할 고구마를 새 곡식이 나기 전인 8월에 파다 먹기도 했다. 이를 ‘섯감저 파먹기’라고 한다.

 

6. 미역 해체(解採)
제주도에는 미역 채취를 금하는 ‘금체기(禁採期)’가 있다. 4월이 되면 이 금채기가 끝난다. 보통 음력으로 3월 보름날이 되면 최고로 물이 잘 싸는 날이기 때문에 이날을 기점으로 ‘미역해치’가 시작된다. 좀녀가 있는 농가에서는 4월경 미역 해치가 있어 작업에 나선다. 정해진 구역에 모여 있다가 입수(入水) 허락 신호가 떨어지면 동시에 모두 바다에 뛰어들어 미역을 체취하기 시작한다. 좀녀들은 미역을 채취해 망사리에 가득 담아 뭍으로 올린다. 남자들은 이를 받아 ‘바지개’로 짊어져 집으로 나르고 이를 말려 판매한다. 남편 없는 좀녀들도 동네 남자들이 망사리에 담긴 미역을 물 밖으로 옮기는 작업을 도와주었다.

 

7. 보리 수확
대개 6월 상순에서 하순까지이다. 쌀보리가 맥주맥(麥酒麥) 보다 수확시기가 빠르다. 보리 수확은 보리를 베고 밭에서 하루나 이틀쯤 말린 후 깨로 묶어 소나 말로 집으로 가져온다. 소 한 마리에 실어 오는 묶음을 한 바리라 하는데 소 등 한쪽 질메에 열뭇(속)씩 양쪽 스무 단을 한 바리라 한다. 보통 세 바리면 한 섬이 된다. 집에 실어온 보리를 마당에 깔아놓고 도깨로 타작하고 소나 말로 발린다. 보리틀이 보급되면서 보리틀로 장만하는데 보리를 잘 훑으는 사람은 하루에 30바리 정도 ‘흝는다’고 한다. 보리를 훑는 데는 보리를 날라 오는 사람, 보리를 훑기 쉽게 한 줌씩 쥐어주는 사람, 보리 훑는 사람 3인이 동원된다. 이렇게 훑은 보리는 소나 말로 발리거나 도깨로 타작하여 바람을 이용하여 알맹이와 ᄀᆞ시락을 분리하는 불림질 한다. 보리 수확기가 늦어 장마가 겹치면 낭패 본다. 보리 수확에서 간혹 ᄀᆞ시락을 불에 살짝 태운 다음 ‘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장마로 인해 보리가 충분히 건조하지 못할 때(주로 ᄀᆞ시락이 긴 질우리 품종) 예외적으로 행해졌다.

 

8. 고구마 줄심기
파종은 육묘에서 나온 줄기를 심기 때문에 육묘(育苗)와 옮겨심기로 나누어진다. 육묘(育苗)하는 밭을 ‘모종터’라 한다. 고구마 생장(生長)은 뜬 땅이 적합하지만 모종터로는 된 땅이 좋다. 뜬 땅에서는 순만 올라올 뿐 줄기가 길게 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모종터로 사용했던 밭은 지력이 떨어진다. 지력이 떨어진 상태를 제주에서 ‘메ᄌᆞᆯ랐다’고 한다 이처럼 모종터를 가려 묘상(苗床)을 설치하기 때문에 다시 모종터로 쓰지 않는다.

 

제주도에서 음력 2월 20일경에 묘상을 설치한다. 섣달쯤 거름을 깔아 밭갈이로 묻어 썩힌다. 또 싹이 나는 대로 오줌을 준다. 이렇게 해서 40~60일 지나면 고구마 줄기를 잘라낼 수 있다. 옮겨심기란 네 개의 고지를 하나의 판을 만드는 ‘넷벳데기’ 방식으로 밭을 갈고 판에 줄기를 묻어 심는다. 줄기는 쉬 무성하게 뻗기 때문에 밭매기는 쉬운 편이다.

 

장마철인 6월 중순에서 7월 초순에 심는다. 이미 묘상에서 키운 고구마 줄기를 잘라 고구마 밭에 옮겨 심는다. 묘상에서 줄기를 잘라낸 고구마를 ‘구감’이라 한다. 이를 버리지 않고 삶아 먹었다. 김치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가 된다. 섬유질 많고 단물 가득해 먹는 손이 끈적끈적해 졌지만 맛은 좋았다.

 

9. 조밭 ᄇᆞᆯ리기
6월 하순 경 보리 수확 끝난 뒤 좁씨 파종(播種) 한다. 오줌 버물린 재에 좁씨 섞어 뿌리고 말이나 소 혹은 사람이 밟아준다. 조는 바람에 날아가거나 토양에 수분 보존률이 떨어져 발아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좁씨 뿌린 후 반드시 진압(鎭壓)해 줘야한다. 소나 말 2마리에 나뭇가지로 만든 섬피를 매달고 파종 후 조밭을 꼭꼭 밟아줬다. 간혹 소나 말이 아닌 여자들이 섬피를 끌고 밭을 밟아주었다.

 

10. 콩, 팥 갈기
6월 상순에서 7월 하순가지 휴경지나 보리를 수확한 밭에 콩 씨나 팥 씨를 뿌리고 이를 갈아엎는다. 콩은 토지 이용률 높이고 지력(地力) 향상에 많은 도움 되기 때문에 작부체계에 필수 작물이다. 이러한 콩도 보리 뒷그루에 심는다. 6월 5일~15일경 쟁기로 밭 갈고 적당한 간격으로 뿌려 밭갈이했다. 이를 2~3cm 정도 흙 덮어주면 밟지 않고 고르지 않아도 그걸로 파종이 끝난다. 1960년대부터는 조파(條播) 또는 점파(點播)를 하는 농가가 많았으나 인력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11. 밭 초불 번하기
화학비료가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연작(連作)하면 지력이 떨어져 농사를 짓기 어렵다. 따라서 가을걸이가 다 끝나면 보리를 갈지 않고 1년 간 휴경(休耕)하는 경우가 많았다. 휴경했던 밭에 보리를 갈기 위해 두 번 갈리 해야 한다. 첫 번째 갈리를 ‘초불 갈리하기’라 하며 7월 상순경에 한다.

 

12. 메밀밭 초불 번하기
메밀은 보통 목장밭에 씨를 뿌린다. 목장밭이란 화전밭을 말한다. 이 밭에 소의 겨울먹이인 ᄎᆞᆯ의 일종인 자굴씨를 뿌리고 2년 간 촐을 벤 다음 이 밭을 번해서 2년 간 메밀농사를 짓는 데 2년 윤번연작(輪番連作)인 셈이다. 그 외 새밭(띠밭)을 갈아서 메밀 농사를 짓는다. 이 역시 ‘초불번 한다’고 한다. 새밭을 번하는 데는 힘이 센 소로 하고 두 마리 소로 한다. 이를 ‘저릿쇠’라 한다. 이 소를 앞뒤로 메어 똑같이 힘을 내게 하여 당기면 잠대가 새(띠)덩이를 엎어 나가면 나간다.

 

메밀은 파종 후 3일이면 발아(發芽)한다. 처서(處暑) 3일전 파종했다가 상강(霜降) 넘어 거두어들인다. 메밀은 생육 기간이 짧고 기온에 대한 적응력이 커서 중산간 지역에 재배되었다. 8월 하순경 메밀 씨를 재에 섞어 세 번째 간 밭에 촘촘이 점파(點播)로 뿌린다. 그리고 나서 ‘섬비’를 소에 메어 밭 위를 끈다. 메밀은 재로 밑거름하고 간혹 웃거름 준다. 고구마, 유채, 마늘 등도 재배하였다. 메밀은 한번 제초하거나 안 하고 넘어간다.

 

13. 조 초불 검질 매기
좁씨나 산듸씨를 뿌린 뒤 약 1개월쯤이면 검질(잡초)을 맨다. 이를 ‘초불 검질메기’라 한다. 초불 검질 매기는 많게는 2~30명이 사대소리 부르며 한다. 이 시기 산듸 검질도 매야 하고 봄 감자도 수확해야 한다. 조 농사는 보리농사와 달리 3~4회 정도 김매기 하였다. 파종 후 25일 전후해 초벌 검질, 초벌 검질 후 15일 후 두불 검질, 그 후 15일 세 벌 검질 맨다. 또한 조는 간격이 15cm 정도 되야 ᄀᆞ그리가 충실하다. 솎아내기도 겸했다. 한편 조 김매기는 1차 김매기 때 솎음질이 제일 중요하다. 즉 씨 뿌려지지 않았거나, 뿌렸지만 발아 안 되거나, 흙이 많이 덮였거나, 발아했다가 죽은 조 들을 솎음질하고 이식해준다. 햇볕 나면 말라죽기 십상이어서 소나기 올 때 반드시 솎음질해야 한다. 3차 검질 매기 때 이삭 팬 후 질 나빠진 ᄀᆞ라조를 뽑는다.

 

14. 두불 번하기
초불 번하고 약 1개월(8월 중하순) 후에 다시 밭을 갈아엎는다. 메밀밭은 이 보다 이르게 번한다. 새밭을 초불 번한 밭은 두불 번하기 전에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번한다.

 

15. 두불 검질 매기
초불 검질 매고 약 1개월 후에 두불 검질 매기 한다. 이때에는 산듸나 나록이 많이 자란 시기라 조심해야 한다. 산듸는 세 번 밭매기 한다. 파종 1개월 후 첫 밭매기를 한다. 첫 밭매기 때는 김을 매줄 뿐 아니라 씨앗이 발아하지 않아 듬성한 곳에 발아 잘된 곳 모종을 뽑아다가 옮겨 심는 일도 겸(兼)한다. 때문에 첫 김매기를 ‘벙골름 검질’이라 한다. 그 후에 시간 나는 대로 자주 밭매기 한다. 네 차례 김매는 경우도 있다.

 

16. 메밀 씨 파종
8월 하순경에는 메밀 씨를 재에 섞어 세 번째 간 밭에 촘촘이 점파(點播)로 뿌린다. 그러고 나서 섬비를 소에 메어 밭 위를 끈다. 이때가 갈옷 만들기 위한 감물 들이는 작업 할 시기이다. 갈옷은 한마디로 실용적이고 경제적이며 위생적이다. 갈옷은 처음 감 즙 들였을 때 황토 빛이 나고, 입을수록 차츰 고운 갈색으로 변한다. 일단 갈색으로 변하면 더러움도 덜 타고, 더러워져도 쉽게 눈에 띠지 않고 더러워진 걸 빨면 때가 쉽게 빠진다. 쉬 더러워지지 않아 세탁 자주 할 필요 없고 촉감도 산뜻해 항상 새 옷 입는 느낌이 든다. 방부성과 통기성이 우수해 위생적이다. 더운 여름에 일할 때 옷이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빳빳하고 질기기 때문에 거친 가시덤불이나 풀밭에도 상처 입지 않는다. 먼지, 진흙, ᄀᆞ스락(보리 가스랭이)등 거친 오물도 쉽게 달라붙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옷을 바랠 때 처음 10일 정도 물을 계속 적셔 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빼면 제작과정도 쉬운 편이다.

 

17. ᄎᆞᆯ베기
음력 8월 15일에서 9월 15일 사이 보통 양력 9월 상순경 자굴을 시작으로 겨울철 소 먹이인 ᄎᆞᆯ베기 작업이 시작된다. ᄎᆞᆯ은 비어서 하루 정도 말렸다가 묶는다. 하늬바람 센 날은 잘 마르기 때문에 오전에 빈 ᄎᆞᆯ을 오후에 묶을 수 있다. 마소 주인은 봄부터 ‘ᄎᆞᆯ왓(꼴밭)’에 촐이 잘 자라도록 관리해 두었다가 온 식구가 모여들어 한쪽 구석부터 꼴을 베어간다. 벤 꼴은 햇볕에 잘 말린 다음 적절한 크기로 묶어둔다. 이렇게 베어온 마른 ᄎᆞᆯ은 마당 한 구석에 눌(낟가리) 눌어 두었다가 겨울철 마소에게 여물로 준다. 마소에게 먹일 수 없거나 여물 먹이다 남는 마른 ᄎᆞᆯ은 퇴비로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소 한 마리의 한 겨울 소요량은 보통 30바리(한 바리는 보통 30단) 정도이다. 그러나 항상 이보다 많이 준비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베는 양은 보통 세 바리, 좋은 밭은 4, 5바리 정도이다. 베어낸 ᄎᆞᆯ은 집에 실어다 마당에 눌 눌러 저장한다.

 

18. ᄀᆞ슬걷이(가을걷이)
10월 들면서 조 베기를 시작으로 산듸, 나록, 콩, 팥 고구마 가을걸이가 시작된다. 나록은 논에서 장만하여 집으로 날라 와 말리고, 조나 산듸는 소로 실어와 눌 눈 다음 장만한다. 조는 ᄀᆞ그리(이삭)를 낫으로 잘아와 ᄆᆞᆯᄀᆞ래를 돌려 장만하고 산듸는 나록과 같이 훑어 장만한다. 콩이나 팥은 마당에 풀어서 도깨로 타작한다. 고구마는 땅에서 캐어 생고구마는 자루에 담아 전분공장에 날로 판매하거나 구덩이 파 저장하고 일부는 절간고구마로 만들어 주정공장에 판매한다. 11월 메밀을 수확한다. 메밀을 베어 멍석을 깔고 멍석 위에 풀어놓아 도깨로 타작(打作)하여 장만한다. 메밀 장만이 끝나면 가을걷이가 완료된다.

 

19. ᄃᆞᆺ거름 발하기
ᄃᆞᆺ거름은 각종 농작물의 짚들을 마당에 깔아 어느 정도 썩히고 난 후 다시 통시에 담아 돼지 오줌, 변과 사람 오줌, 변들과 같이 섞어 만들었다. 통시는 6~7 평정도 되는 넓이, 2m 깊이 통을 파 만들었다. 보리 파종에 필요한 ᄃᆞᆺ거름을 밭에 운반하는 작업이다.

 

일 년 동안 외양간에서 소나 말을 키우면서 얻어진 쇠거름을 ᄃᆞᆺ통에 담아 넣었다가 늦가을 보리 파종 하게 될 때 이 거름을 파내어 조금 두껍게 펼쳐놓고 보리씨를 뿌리고 쇠스랑으로 잘 고른 다음 소나 말로 이 거름을 잘 발린다. 적당히 발려지면 쇠스랑으로 찍어 뒤집고 또 발린다. 소나 말로 ᄃᆞᆺ거름을 발리는 이유는 씨가 거름에 잘 달라붙고 또한 거름이 끈적끈적한 덩어리가 되도록 함이다. 이렇게 발려진 거름은 한가운데 쌓아놓고 돗거름 착에 담아 소나 말에 실어 밭으로 나른다. 이 거름을 밭 전체에 골고루 뿌려주면 보리 파종이 되며 이를 쟁기를 매어 갈아엎으면 보리 파종이 끝난다.

 

20. 가마니 짜기
농한기 때는 농사에 필요한 멍석이나 멩탱이, 가마니를 짜는 경우가 많았다. 멍석이나 멩텡이는 산듸 짚을 이용해 짜는 데 보통 부탁 받고 짜거나 보리쌀 등을 받고 팔기 위해 짜는 경우도 있었다. 간혹 숯가마니 짜는 경우도 있었다. 숯 가마니는 억새를 베어다가 짰다.

 

 
▲ 진관훈 박사

21. 미녕 짜기
농한기 때 남자들이 가마니를 짰다면 여자들은 미녕 짜기에 여념이 없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거의 베틀이 있었다. 면화를 갈아 미녕(무명)을 짜서 식구들 옷을 만들 옷감으로 사용한다. 여분은 시장에 내다 팔아 가계에 보탠다. 미녕은 다래를 따다가 씨를 뽑고, 솜을 태우고, 고치말기, 실잣기, 베날기, 베매기, 베짜기 순으로 이루어지며 직조(織造)는 보통 봄에 많이 하였다.

 

<참고문헌>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1998),『제주도의 농기구』.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03690&menuName=구술(음성)>민요
좌혜경 외(2015),『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하효마을지편찬위원회(2010),『下孝誌』.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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