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 끝내 무산됐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이 16년 만에 코앞으로 다가오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16대 대선 당시 공약집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통한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을 약속하며 검찰 개혁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문민화는 시대적 과제"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검찰 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라는 두 가지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공수처의 경우 수사권만 주고 기소권은 주지 않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당시 야권의 반발로 무산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한나라당은 무조건 반대했다. 검찰은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국회에 로비를 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러면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도 자신의 자서전 '운명'에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몇 가지 있다. 공수처 설치 불발과, 국가보안법을 폐지 못한 일도 그렇다"고 돌이키며 공수처 설치 불발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책으로 남긴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미완의 과제'인 공수처 출범을 포함한 검찰개혁의 완성을 위해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을 자신의 제1호 공약으로 내걸며 취임사에 담아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를 통해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견제 장치가 바로 공수처였다. "과거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권력기관 개혁 제도화 작업에 속도를 냈고 지난해 12월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검찰 개혁의 첫 단추를 뀄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과도기적 국면에서 공수처라는 제도적 장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가 1년 가까이 샅바 싸움을 벌이면서 그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당초 지난 7월 15일이 공수처 출범 법정 기일이었지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10일 검찰개혁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야당 측이 비토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실상 여당 뜻대로 공수처장 후보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 대통령 지명, 인사청문회 등 후속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에서 올린 최종 후보자 2명 중 한 명을 지정하게 된다. 절차대로 연내 출범을 위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의 유업인 공수처라는 제도적 개혁의 마침표를 문 대통령이 찍게 되는 순간이 눈앞으로 다가오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중요시했던 게 바로 공수처 출범"이라며 "참여정부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더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고자 하였다"며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