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7일 밤 15년간 미제로 남아있는 '제주시 관덕정 여인 피살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을 조명해 세간에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목격자 없는 이 엽기적 살인사건은 공소시효를 불과 4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다.
당시 사건은 이렇다.
1997년 8월 14일 제주시 관덕정 옆 공사현장에서 30대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런데 알몸 상태의 여인 시신의 일부가 엽기적으로 무참히 훼손됐다. 훼손된 곳에는 이빨 자국과 예리한 흉기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사망 추정시간은 새벽 세시경이다.
숨지기 직전 그는 업소의 주인과 함께 길을 가고 있던 중이었고, 둘은 동시에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당시 50세이던 여주인은 살아남았지만, 한쪽 눈을 실명하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
제작진은 용의자를 태운 택시기사 양상수(가명)씨를 만났다. 양씨는 그날의 일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진술에 따르면 용의자는 사건당일 새벽에 관덕정 앞에서 택시를 탔다. 흰 반팔 티셔츠에 피가 묻어있는 옷을 입고 있어 술을 마시고 싸웠나보다고 생각했다. 첫인상은 나쁜 편이 아니며 순해 보였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술을 마신 것도 아닌 것으로 기억했다. 어디까지 가냐는 물음에는 '대학동'이라고 짧게 말했다. 대학동은 이 지역에 사는 사람만이 부르는 동네이름으로 외지 사람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옅은 쌍꺼풀에 이마에 굵은 주름이 있었으며 15년 전 당시 머리길이는 귀에 덮일 정도였다.
20여 일간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경찰서에 1시간 30분 간격으로 같은 내용의 전화 다섯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자는 “너희들이 뛰어다니면, 나는 날아다닌다. 내가 범인이다”라며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했다. 완전한 농락이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검찰로 송치된 용의자가 사건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 앞에서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나는 무죄다”라며 갑자기 범행을 부인하고 나선 것.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는 여죄에 대한 처벌만 받았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15년이 흘러 공소시효를 4개월 남겨놓은 시점에서 여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범인의 첫 살인일 수는 있어도 마지막 살인은 아닐 것이라 설명했다. 또 범인이 이성을 물건처럼 다루면서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냈기 때문에 현재 범인의 행각이 더 잔인해졌을 거라고 분석했다.
목격자 없는 이 살인사건은 공소시효를 불과 4개월 남짓 남겨놓은 현재 미해결사건으로 신고와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자신을 범인이라고 자백했다 번복한 이씨와 택시기사가 목격한 50대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