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A씨는 지난 4월 구직사이트를 뒤져 일자리를 찾던 중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발견하고 이른바 현금수거책(피해 금원을 수금하는 역할)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윗선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피해자들을 속여 8000여만원을 가로챘다.
#현금수거책을 맡은 30대 남성 B씨 역시 지난 1월 32회에 걸쳐 피해자 18명으로부터 모두 3억3000여만원을 받아냈다. B씨는 피해자들에게 건네받은 돈을 조직원에게 송금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로 피해금 5520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또다른 30대 남성 C씨는 지난 3월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 '기존 대출금을 갚으면 저금리로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수법으로 피해자 7명으로부터 1억7000여만원을 가로챘다.
제주에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검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이끌려 범행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경찰청은 10일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기존 계좌이체형이 아닌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더이상 대포 통장을 이용해 돈을 송금 받지 않고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전달받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의 상위 조직원은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가장한 현금수거책을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들은 특히 일자리나 대출을 알아보던 중 상위 조직원의 거짓말에 따라 미필적 고의로 범행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경찰청 집계결과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제주에서 일어난 보이스피싱 사기건수는 218건, 피해금은 모두 45억5000만원이다.
제주에서 일어난 보이스피싱 범죄는 최근 5년간 모두 2226건·295억3400만원 규모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304건·24억9300만원 ▲2017년 378건·34억3400만원▲2018년 505건·55억2600만원 ▲2019년 565건·95억4600만원 ▲지난해 474건·85억3500만원이다.
최근 자주 일어나는 범죄 수법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범인이 전화를 이용해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대출이나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이는 방식이다. 범인은 메신저로 대화를 유도해 대출신청서 작성을 위한 앱을 가장한 악성코드(URL)로 개인정보를 빼낸다.
‘대출사기형’ 범죄로 인한 피해금은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4개월만 해도 43억원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의 흐름을 보면 어느 수법이라고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유형이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구직사이트를 통해 '채권추심'이라거나 현금을 받아 송금하는 일자리는 보이스피싱 자금 수거책일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