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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 2.3%
한국은행 관리목표 넘어서 ... 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4월 소비자물가가 2.3% 오르며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물가상승률 2.3%는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2%)를 웃도는 수치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레이션 경고음은 나라 안팎에서 울려댄다. 주식과 부동산에 이어 국제유가와 원자재, 농축산물까지 들썩이며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한국보다 한달 빠른 3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3월 물가상승률 2.6% 또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목표치(2%)를 넘어선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당시 “물가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통화긴축을 일축했다. 

 

그런데 지난 4일 직전 Fed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고, 미 증시의 나스닥지수가 급락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7%에 이르리란 전망이 나온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두고 금리인상 가능성을 미리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 월가에선 오는 8월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신호가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하고 물가가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해지면 Fed가 코로나 사태 이후 대규모로 공급했던 유동성을 회수하거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초저금리 상황에서 신흥국에 몰렸던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이 통화긴축에 들어가거나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미국의 움직임에 맞춰 국내 금리가 오르면 당장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가계가 위험해진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726조원,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2%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부담이 12조원 불어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해서 집을 사거나 주식, 가상화폐에 투자한 젊은이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러 면에서 국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 당장 인플레이션율만큼 화폐가치가 하락함으로써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그전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 결과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세금이란 이름으로 월급에서 돈을 빼가는 것과 같은 결과를 빚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택스(tax)’라고 부른다.

 

인플레이션이 서민이나 봉급생활자에게 불리하듯 인플레이션 택스도 근로소득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계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유층이야 현금을 보다 안전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며 인플레이션 택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서민층은 생활비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빈자(貧者)의 세금’으로 불리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물가수준이 이례적으로 낮았던 때와 비교하는 기저효과로 4월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며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대파와 계란을 비롯한 농축산물과 석유류 등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 급등하면서 체감물가가 크게 올라 인플레이션 불안심리가 커졌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억눌렸던 소비가 터져 나오는 펜트업(pent-up) 효과도 위험요인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미국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해 각종 상품의 원료인 목재와 구리, 펄프, 고무 등 원자재와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두배인 60달러대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3%에 대한 유가의 기여도는 0.5%포인트에 이른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0.5%이고, 1년 가까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고 재정지출이 확대되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 2월 현재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274조원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평균보다 464조원 불어난 상태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물가상승의 불쏘시개가 돼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국민 삶을 위협할 수 있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 빈발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또한 돈을 더 풀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 내 경제팀은 돈 더 풀기를 자제하면서 물가관리를 정교하게 해야 할 것이다. 금리조정 시기와 폭도 시장에 충격이 덜 가도록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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