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보상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가 새해 벽두 정치권 화두로 등장했다. 대선을 앞둔 여야 정당과 대선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대선 이전 2월 추경 편성 논의가 가시권에 접어든 모양새다. 실제로 2월에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 9일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한 추경안 제출 이후 가장 이른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5조~30조원 액수를 거론하며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정부 여당간 협의가 먼저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난색을 보이던 정부 입장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지난해 말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방역 진행상황, 소상공인 피해와 추가 지원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추경 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위드 코로나가 후퇴하고 거리두기 및 영업제한 조치가 다시 취해진 상황에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충분한 피해 보상을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추경 편성은 선심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해 말 추경 편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정부는 4조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확정하고 예산을 배정했다. 소상공인 320만명에 100만원씩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고, 손실보상 대상에 이ㆍ미용업, 키즈카페 등 인원·시설이용 제한업종 12만곳을 새로 포함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국회를 통과한 기정예산과 각종 기금,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편성한 예비비는 3조9000억원. 이중 일부를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 확대에 쓰더라도 예비비ㆍ기금 등 가용예산은 남는다.
올해 예산이 607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돼 막 집행이 시작됐다. 100만원의 소상공인 방역지원금과 500만원의 손실보상금 선先지급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기존 지원방안이 신속하게 제대로 이뤄져 실질적인 효과를 내도록 주력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코로나 피해보상 추경은 지원 대상과 규모가 관건이다. 정부도 이재명 후보가 요구하는 대규모 추경 편성은 부담스러워한다. 20조원 이상 국채 발행에 따른 부작용이 가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채 발행은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쳐 시중금리 상승으로 연결된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많은 서민이나 소상공인이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지난해 10월 이재명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자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리란 전망에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금리 발작’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 추경을 편성하는 경우에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 1인당 최소 100만원 정도씩 맞춰주자는데 이렇게 하려면 5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충격을 빌미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제안했다.
1인당 25만원씩 추가 지급하자는 주장에 정부가 재원의 한계와 효율성 문제로 반대하고, 국민 다수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접었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가 철회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이슈화하자 다시 꺼내들었다.
흔히 공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회계연도가 막 시작된 현시점에선 재원 대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미래 청년세대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재명 후보는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그 돈이 결국 소상공인에게 흘러들어간다고 주장하지만, 과도한 돈 풀기는 포퓰리즘을 떠나 그러지 않아도 불안한 물가오름세를 자극하는 등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금리인상을 공식화한 통화당국과의 정책 엇박자도 우려된다.
추경 논의는 코로나19 진행 및 방역조치 상황을 보며 신중하고 치밀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지원 규모 못지않게 시점과 대상도 정밀 조준해야 마땅하다. 지난해 말 요소수 사태와 연초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금지에서 보듯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하다.
자원의 무기화 조짐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대외적 불확실성 요인이 산적해 있다. 그만큼 재정 수단을 가동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재정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데 제대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충분하고 신속한 소상공인 지원이 우선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