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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시간당 100㎜ 호우 못 막는 서울 치수 ... 국민 지키는 건 국가의 기본 책무

외신들이 한국의 폭우 피해를 전하면서 ‘반지하’ 주거 형태에 주목했다. 영어로 ‘semi -basement(준 지하실·절반 지하층)’ ‘under ground apartment(지하의 아파트)’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말 발음을 알파벳으로 옮긴 ‘banjiha’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반지하가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반지하 침수사고 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가수 싸이의 히트곡 ‘강남 스타일’에 등장하는 부촌 강남구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강남이 경제의 중심이고 개발이 잘된 곳이라는데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니 아이러니”라고.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반지하 주택은 32만7320가구. 이중 20만849가구(61.4%)가 집값이 비싼 서울, 서울에서도 침수 피해가 잦은 관악·동작구 등지에 몰려 있다. 저소득층이 폭우 피해를 피하기 어려운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거다.

서울시가 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기존 반지하는 10~20년 유예기간을 두어 순차적으로 없애거나 창고·주차장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만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보 등 주거안정 대책이 시급하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국민이 반지하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은 이제 없어야 한다.

서울은 지형적으로 평탄하지 않고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섞여 있다. 지표면 대부분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집중호우가 땅에 흡수되지 않고 저지대로 쏠리는 구조다. 이유가 어쨌든 2010년 9월과 2011년 7월 물에 잠겼던 강남역 일대가 이번에 또 침수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조원 규모 홍수대책을 발표했다. 8500억원을 들여 광화문·양천구·강남역 등 상습 침수지역 7곳에 ‘대심도大深度 빗물터널’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대심도 터널은 지하 40〜50m에 지름 3.5~7.5m 크기 관을 묻어 집중호우 때 빗물을 저장했다가 지상으로 끌어올려 주변 강으로 흘려보낸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면서 계획이 축소됐다. 과도한 토목공사라는 지적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7곳 중 양천구에만 대심도 터널을 건설했다. 박원순 전 시장도 10년간 3조7000억원을 들여 배수시설을 개선하긴 했지만 이번 집중호우에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오세훈 시장이 다시 강남역 등 상습 침수지역 6곳에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대심도 터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심도 터널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시간당 110㎜를 견디게 만든다지만 150㎜ 폭우가 오면 어쩔 텐가. 대심도 터널은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수십년 만에 한번 쓸 정도로 효용성이 떨어진다. 정치권과 서울시가 네 탓 내 탓 공방을 하지 말고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보다 비가 많이 오는 나라의 수해방지 시설을 참고할 만하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스마트 터널은 평소 차량용 도로로 사용하다 집중호우 때 빗물 저장소이자 물길로 바뀐다. 일본은 대심도 터널 외에 빗물저장·통수 기능을 보완하는 작은 저류조를 다수 만들어 강수량을 분산한다. 상습 침수지역의 학교 운동장에 저류조를 만들어 집중호우 때 저장소로 사용하고, 비가 그치면 대형 저류조로 흘러가도록 한다.

치수사업에 들어가는 예산 확보도 긴요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선심성 예산 지출을 줄이고, 안전 부문에 선제적 투자를 늘리는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복구비용이 적잖음은 물론 전염병 확산 등 2차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2011년 서울 강남지역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72㎜였다. 그런데 이번 8~9일 내린 폭우는 최대 116㎜였다. 관측 이래 최고치이자 10년 전의 1.6배로 늘어났다.
 

 

지난 3월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 동해안 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빈번해진 집중호우, 산불, 폭염, 폭설과 한파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재난 대책도 재정비해야 한다. 

천재지변은 자연의 영역이지만, 그 대처는 인간의 일이다. 미리 예고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기후변화 시대에 극단적 기상은 ‘뉴노멀’이다. 그동안 110㎜ 이상 비가 내리는 것을 100년 만에 한차례 빈도로 보았는데, 이제 그 개념을 바꿔야 한다. 100년 만의 폭우가 잦아질 것에 대비한 수방 대책을 세울 때다. 수해방지 시설은 시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장기적 기상 변화에 기초해 설계하고, 투자 우선순위도 앞당겨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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