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땅 제주, 그리고 한라산, 또 널린 기생화산. 그곳을 안식처로 삼은 조랑말과 소까지 들여다보면 어느덧 마음이 숙연해진다.
하지만 그 피사체는 카메라렌즈 안이 아닌 밖으로 성큼 다가온다. 여느 작가와도 다른 따뜻함이 펼쳐진다.
작가 김수오의 사진전 '신들의 땅'이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제주시내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에서 열린다.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은 제주 사진작가 고(故) 고영일 선생의 뜻을 기려 제주도의 자연과 생활, 인물 등의 모습을 남기는 사진작가들을 발굴, 전시·공유하고 있다. 이번 김수오 사진전의 기획의도도 그렇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은 모두 25점. 새벽과 저녁의 제주 오름 풍광을 담은 작품들이다.
한의사이기도 한 김수오 작가는 제주시 연동에서 늘푸른경희한의원을 운영하면서 5~6년 전부터 새벽과 퇴근 후에 제주 오름을 올랐다. 빛과 색, 그리고 오름에 기대어 살아가는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올해 김수오 작가는 제주오름 사진을 찍고 최창남 작가는 제주와 오름 이야기를 글로 써 책 '섬오름 이야기 신들의 땅'을 발간했다.
김수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길을 지날 때 밤길 어둠 속에서 실루엣으로 보이는 오름, 해안의 불빛 등을 황홀하게 바라본 적이 많다"며 "이런 제주가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사라지기 전에 현재 제주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소개한다.
최창남 작가는 소개의 글에서 "누구나 오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오름 너머의 세상을 보지는 못한다. 오름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지는 못한다"며 "너머의 존재를 찾아 전하는 것이 이 땅의 예술가에 주어진 역할이라면 김수오는 이 땅의 예술가임이 분명하다. 그는 이 땅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이 땅의 기록자"라고 말했다.
김수오 작가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다시 한의대로 진학, 한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낮에는 늘푸른경희한의원에서 진료하고 퇴근하면 카메라를 들고 오름과 제주들판에서 사라져가는 제주 풍광을 담고 있다.
그는 2019년 '화산섬제주국제사진제', 2020년 '제주의 자연 사진전', 2022년 '섬 보다 듣다 가다'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계간 '제주작가'에서 포토에세이를 연재 중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