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1 (토)
"걸어서 행복해져라. 걸어서 건강해져라. 오래 사는 최선의 방법은 끊임없이, 목적을 갖고 걷는 것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말이다.
제주의 대표 도보여행길 올레길을 걷다보면 대문호의 말처럼 '건강'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다.
제주의 '역사·문화'다.
걸으면서 건강과 행복, 게다가 배움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제주를 한 바퀴 잇는 올레길 437㎞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 문화유산과 흔적들을 만나보자.
◇ 제주 자연풍광 담은 보물 '탐라순력도'
올레길을 걷다보면 탁 트인 바다와 오름 곳곳에 숨어있는 절경 등에 저절로 감탄을 하게되곤 한다.
동시에 '지금 봐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 옛날에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돋기도 한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게 바로 조선시대 제주의 모습을 그린 기록 화첩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보물 제652-6호)다.
조선 숙종 1702년 3월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이 도내 각 고을 순시를 비롯해 한 해 동안 거행했던 여러 행사 장면을 화공(畵工) 김남길에게 그리게 하고 간략한 설명을 곁들여 만든 화첩이다.
43면으로 된 가로 35.5㎝, 세로 55㎝ 크기 탐라순력도에는 41가지 그림이 담겼다.
올레길 1코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성산일출봉은 '성산관일'(城山觀日)이라는 제목으로 화첩에 실렸다.
이형상 목사 일행이 성산일출봉에 올라가서 해 뜨는 장면을 보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성산일출봉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면서도 봉우리까지 올라가는 길이 매우 가파르게 묘사돼 있는데 지금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파도치는 바다 한가운데 떠오르는 해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며 그 아래 우도의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다.
탐라순력도 '천연사후'(天淵射帿)에 담긴 올레길 7코스 천지연의 모습은 독특하다.
제주목사 일행이 천지연 폭포에서 활을 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폭포의 한쪽 편에 과녁을 설치해 화살을 쏘는 모습, 폭포 좌우에 줄을 동여매고 짚이나 풀로 만든 인형인 추인(芻人)을 달아 화살을 주고 건네받는 모습을 통해 경치를 감상하며 무예를 즐기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올레길 8코스에 있는 천제연 폭포에서도 '현폭사후'(懸瀑射帿)란 제목의 그림으로 이와 비슷하게 활을 쏘는 모습이 표현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다양한 올레길 풍경이 화첩에 담겨 있다.
깊어가는 가을 사방에 주렁주렁 매달린 귤로 금빛 풍광을 담은 '고원방고'(羔園訪古), 용이 사는 연못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용연(龍淵)의 다른 이름 취병담(翠屛潭)에서 배를 타며 풍류를 즐기는 '병담범주'(屛潭泛舟), 산방산의 산방굴 안에서 술잔을 드는 모습을 그린 '산방배작'(山房盃酌) 등이 제주의 아름다운 옛 올레길 풍경을 보여준다.
◇ 제주 역사·문화 걸으며 보고 배우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만 올레길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탐라국, 고려·조선시대,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제주 역사와 제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있다.
제주의 남서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 올레길 12코스에는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고산리 유적이 있다.
우리나라 신석기 유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받아 중·고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유적이다.
고산리 유적은 수월봉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넓은 들판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지난 1991년부터 3차례의 발굴조사를 거쳐 한반도 빗살무늬토기보다 2천년 앞서 만들어진 '고산리식 토기'와 후기 구석기 전통 석기 등 한국 신석기문화 형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유물이 나왔다.
이로써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의 시작점이 종전 강원도 오산리 유적을 기준으로 했던 기원전 6천년에서 기원전 8천년으로 수정됐다.
올레길에는 고산리 유적뿐만 아니라 신석기·청동기 유적이 발견된 강정동 유적, 탐라국(耽羅國) 형성기로 여겨지는 기원 전후 형성된 취락 유적인 화순리 유적 등이 있다.
올레길 2코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는 탐라국을 세운 고·양·부(高·梁·夫) 삼신인(三神人)이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를 맞아 혼인을 올린 연못 혼인지(婚姻池)가 있다.
벽랑국 공주는 지금의 온평리 바닷가에 떠내려온 나무상자 안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 해안을 '황루알'이라고 부른다.
전설에 따르면 이 나무상자 안에서 오곡의 씨와 송아지, 망아지 등이 나와 제주의 농경과 목축이 시작됐다고도 한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혼인지는 지난 1971년 제주도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됐다.
온평리마을회에서는 제주 고유의 혼례잔치 축제인 '혼인지 축제'를 매년 10월 개최하고 있다.
올레길 10코스가 지나는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해안에는 커다란 범선 한 척이 서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상선을 본뜬 하멜 상선 전시관이다.
하멜이 탄 선박이 난파돼 이곳에 표착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80년에 네덜란드 대사관과 공동으로 세운 것이다.
1653년(조선 효종 4년) 8월 16일 하멜 일행이 탄 네덜란드의 상선 스페르웨르호는 일본으로 가던 중 거센 풍랑을 만나 제주 해안에 난파됐다.
당시 승선원 64명 가운데 28명은 숨졌고, 나머지 36명은 조선에 억류됐다.
조선에 억류된 동안 21명이 세상을 떠났다.
13년 뒤 이 배의 서기였던 하멜은 동료 8명과 함께 일본으로 탈출, 고국으로 돌아가 조선에서 겪은 경험담을 자세히 쓴 보고서를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출판된 책이 바로 우리나라를 서방에 처음 알린 '하멜표류기'다.
하지만 하멜 일행의 정확한 표착지(물결에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뭍에 닿은 곳)에 대해서는 서귀포시 대포·중문, 강정, 모슬포, 사계 해안,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한장동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사이 해변 등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올레길 곳곳에는 제주의 옛 관청이 있던 시설인 '제주목관아', 몽골군에 대항했던 삼별초 역사를 엿볼 수 있는 '항파두성',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중국 침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사용됐던 '알뜨르 비행장' 등 다양한 역사·문화 현장을 걸으며 엿볼 수 있다.
최근 국립제주박물관과 제주올레가 업무협약을 체결, 올레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제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이사는 "올레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올레길의 매력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열 국립제주박물관장은 "올레길을 찾는 이들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쉽게 살펴볼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립제주박물관은 제주 역사문화의 보고로서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 확산을 위해 연구와 협력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변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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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교육계 현장이다. 도무지 민주제 작동원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교육감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마디로 절차적으로도 문제지만 주민자치 직선이란 대의명분을 몰각하고 있다. 교육계 현장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잣대가 등장하는 것도 마뜩치 않지만 현 이석문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맞서는 보수성향 그룹의 단일화 방식은 우선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후보를 정하겠다는 논리가 문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대의원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선거인단’을 꾸려 후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주도한 건 제주바른교육연대다. 진보진영 이석문 현 교육감에 대항할 보수성향 후보로 고창근(71)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김창식(65)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2명이 참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조사(ARS) 조사 방식으로 한다. 조사대상은 제주도민 50%와 선거인단 50%다. 선거인단은 교육단체
찰스턴 항구 해변에서 항법장치가 고장난 거대한 유조선이 백사장에 올라와 앉는 황당한 사건을 시작으로 모든 인터넷은 물론 TV, 전화까지 불통되는 ‘중세시대’로 돌아가자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와 클레이(에단 호크 분) 부부는 별수 없이 와인을 마시며 ‘젠가(Jenga)’라는 보드게임을 한다. 젠가는 엄지손가락만 한 납작하고 작은 직사각형 나무 블록 54개를 한 층에 3개씩 놓아 18층 높이의 탑을 쌓아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 룰은 간단하다. 번갈아 밑에서 아무 블록이나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빼서 위에 올려놓는다. 처음에는 밑에서 아무 블록이나 빼내어도 탑이 무너질 위험이 적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탑의 높이는 올라가지만 아래는 불안해지면서 점점 아래에서 블록 하나 빼기가 만만치 않아진다. 결국은 헐거워진 기반이 점점 올라만 가는 탑의 높이를 견디지 못하고 어느 순간에는 무너진다. 탑이 무너지는 마지막 블록을 움직인 사람이 패배란 쓴잔을 마신다. 아만다는 이미 상당히 위태로워진 젠가 탑에서 초집중한 끝에 블록 하나를 무사히 빼어 위태로운 탑 위에 역시 무사히 얹는 데 성공하고 의기양양해 한다. 이제 자기 차례가 된 클레이는 절망적으로 탄식한다.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 가족은 찰스턴 항구 해변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하던 중 대형유조선 ‘화이트 라이언(White Lion)’호가 백사장을 밀고 올라와 앉는 봉변을 당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실시간으로 뜨는 인터넷 정보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려 하지만 이미 인터넷도 불통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은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 그렇게 심란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아만다는 길가에 있는 ‘스타벅스’를 발견하고는 ‘스타벅스는 무조건 마셔줘야지’ 하는 듯 차를 세운다. 그런데 아만다나 가족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없다. 종업원이 카운터에 놓아주는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큼지막한 종이컵을 화면 가득히 보여줄 뿐이다. 도무지 영화적 맥락이 없다. 스타벅스 종이컵 등장이 얼핏 너무 난폭해서 실패한 PPL(상품 배치 간접광고) 같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PPL은 아닌 듯싶다. 아름다운 해변에 나뒹굴고 있는 페트병과 스타벅스의 종이컵을 연결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인 듯하다. 커피는 이제 우리도 숭늉처럼 마시고 사랑하는 음료이지만, 사실 커피 재배는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못지않게 환경재앙을 유발하는 산업이다. 대규모 커피농장을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