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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각종 청년정책 나왔지만 … 청년 문제 근원엔 못 닿아
비수도권 일자리 늘리고 ... 미스매칭 해소해야 할 때
단기 공공알바는 임시방편 ... 규제 풀어 민간에 활력 줘야, 창업 유도하는 생태계 필요

 

3월 기온이 기상관측 이후 가장 높고 벚꽃도 일찍 피었지만 취업전선에는 찬바람이 쌩쌩 분다. 지난 2월 우리나라 취업자 수 증가는 31만2000명으로 2년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15~ 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5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는 최근 10년 새 두배로 늘었다. 

이처럼 고령 취업자는 해마다 수십만명씩 늘어나는 데 청년층 취업자는 줄고 있다. 반도체 등 제조업이 부진한 데다 취업을 유예하면서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들이 많아진 결과다. 

더 큰 문제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청년이 5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자신의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취업 포기 청년층이 49만7000명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취업·진학 준비나 군 입대 등 특별한 사유 없이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청년이 이 정도라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가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알바나 임시직 등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 내몰리다 이마저 끊기면서 구직 의욕를 잃은 것이다. 이는 젊은 층의 결혼·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의 미래도 암울하게 만들 것이다. 

일본에선 1990년대 중반 거품 붕괴 이후 청년층의 취업빙하기가 20여년간 지속됐다. 그 결과 20대 청년이 40대가 될 때까지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취업빙하기는 청년들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사회의 활력을 저하시켰다. 

특히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청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 세대로 이어지며 사회문제화했다. 취업빙하기에 20~30대를 보내며 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들이 50대가 돼서도 80대 부모의 부양을 받는다고 해서 ‘8050문제’로 불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7일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24만4000명으로 추산된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청년기본법에 따라 지난해 7~8월 19~34세 청년 가구원을 포함한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청년 삶 실태조사’를 한 결과다. 이는 전체 청년의 2.4%이고, 은둔형 생활의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서(35.0%)’였다. 

1월에 나온 서울시 조사 결과(2022년 5~12월 서울 거주 19~39세 청년 5513명 대상)를 보면 은둔형 외톨이 청년 규모는 더 크다. 서울 청년의 4.5%, 최대 12만9000명이 고립·은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고립·은둔 계기도 ‘실직 또는 취업 어려움(45.5%)’이 가장 많았다.

취업 포기 청년층이 급증하는 것은 사회의 활력이 저하되고 건강성이 악화하고 있음이다. 청년의 생애 과업인 독립, 소득활동(취업·창업 등), 결혼과 출산의 공식은 깨진지 오래다. 노동시장이 안정적인 정규직과 불안정한 비정규직 트랙으로 나뉘어 있다. 복지도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기대난망이다. 

치솟은 집값 때문에 상당수 청년이 부모와 함께 살고, 서른이 넘어도 독립하지 못한다. 혼인 가능성도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훨씬 높고, 첫째 아이 출산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진 가운데 행정수도 세종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것도 일자리 안정성에 남성의 육아 참여가 가능한 공공 부문 종사자가 많은 점이 작용했다.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고 각종 청년정책이 나왔지만, 청년 문제의 근원에는 닿지 못한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지역별 일자리 격차가 더 벌어져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좇아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이 심할수록 청년층 내 일자리 경쟁과 수도권 내 거주지 확보 경쟁도 치열해진다. 그 탓에 수도권 지역 은둔형 외톨이 청년 비중도 높아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청년실업은 일자리 미스매칭과 관련이 깊다. 청년들에게 외면받는 기업들의 매력도를 높이고, 벤처·중소기업 근무 경험이 긍정적인 경력 자산이 되도록 정부와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단기 공공 알바는 임시방편이다. 청년층이 바라는 안정된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낡은 규제를 풀고,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민간경제가 활발히 돌아가게 해야 한다. 아울러 젊은층의 참신한 창업을 적극 유도하는 생태계 구축도 긴요하다.

정부는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바로잡겠다며 ‘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MZ세대 노조가 반대하자 오락가락했다.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면 청년이 겪는 현실부터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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