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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만 한달 최소 5000만~6000만원 ... "임대료만 저렴할 뿐 정체성 모호해 메리트 없어"

 

"되크냐(되겠나)..." 

 

서귀포 대정읍의 국내 첫 민관협력의원 개원이 또 미뤄졌다. 의원 운영자(의사) 모집을 위한 공개입찰이 두 차례 모두 지원자 '0'명으로 무산되면서다. 

 

서귀포시가 건물과 의료장비를 지원하고 민간 의료진이 운영하는 민관협력의원은 '국내 처음'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현실성이 없다'며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18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한달간 벌인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 운영자 모집 공개 입찰이 응찰자가 한 명도 없어 1차에 이어 또 유찰됐다. 

 

국내 첫 민관협력의원은 서귀포 대정읍 상모리 부지 4881㎡에 의원동과 약국동, 부대시설로 세워졌다.

 

의료 접근성이 부족한 의료취약지 서귀포시 동‧서부 읍면지역 주민들의 야간·휴일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해 정부의 지자체 평가에서 '우수 사례'로 제시되기도 했다.

 

의원 동(885㎡) 1층에는 진찰실과 처치실, 방사선실, 검진실, 물리치료실 등이 조성됐다. 시는 2억3000만원을 들여 흉부방사선과 내시경, 복부초음파, 물리치료 장비 등 15종 46대의 의료장비도 비치했다. 약국동(80㎡)에는 조제실 및 민원대기 공간 등이 있다. 지난 2월 내부공사를 마치고 간판설치까지 마친 상태다.

 

시는 당초 지난달 20일 문을 열 목적으로 대표의사 1명, 약사 1명과 각각 계약을 체결하고 간호사도 확충할 계획을 세웠다. 민관협력약국 운영자는 지난 1차 입찰에서 9명이 신청했다. 서귀포시는 이들 중 1명과 계약을 맺고 의원 개원시기에 맞춰 약국영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관협력의원에 근무하겠다는 의사가 없다. 

 

지난 2월 1차 공개입찰 당시 개원 시기가 촉박하다는 의견 등이 있긴 했다. 이에 지난달 13일 이뤄진 재공고에서는 의원 개원을 계약일로부터 45일 이내로 완화했다. 또,  '365일 휴일·야간 22시까지 진료' 조건은 개원 후 3개월 유예로, 건강검진 기관지정 조건도 개원 후 6개월 이내를 조건으로 2차 공모를 벌였다. 

 

하지만 1차에 이어 2차 공모에도 지원한 의사가 없었다. 의료계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주시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도내 의사들은 (서귀포 민관협력의원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라면서 "(얘기가 나오면) '되크냐'면서 고개를 젓는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타지역 의사들의 경우 대략적인 관심은 많다. '공적인 마인드', '국내 최초'라는 말에 호기심을 갖는다. 잘만 하면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의원을 운영할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구체적인 부담은 모른 채 "좋은 아이템이다, 잘 해봐라"라고 격려만 한다.

 

서귀포시 또한 "(서귀포 민관협력의원에 대한) 문의전화는 많았는데, 제주지역 의사보다는 타지역 의사가 대부분"이라면서 "개원 조건이나 '몇 명이나 지원했냐'는 문의가 많았다. 추가 공고가 이뤄질 경우 참여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입찰이 거듭 유찰되면 시에서도 조건을 점점 완화할텐데, 그러면 하겠다는 의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 의사는 운영이) 참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서귀포 민관협력의원이 들어선 서귀포 대정읍 주민의 의원 이용실적은 2018년 기준 △외래급여 실인원 4만5806명 △청구건수 58만4386건 △진료비 총액 190억1149만원이다. 인근 안덕면의 경우 △외래 급여 실인원 2만5018명 △청구건수 32만 9210건 △진료비 총액 106억4765만원 등이다.

 

또, 서귀포 대정읍, 안덕면 주민들이 야간과 주말에 제주시 소재 의원을 이용하는 규모는 △연 청구건수 10만2583건 △연 건보 진료비 28억1741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서귀포 민관협력의원 이용이 예상되는 규모는 대정읍 및 안덕면에서만 △연 청구건수 52만4938건 △일 청구건수 2134건으로 추측됐다. 대정읍, 안덕면의 야간.주말 제주시 종합병원 수요를 다 흡수하지는 못해도 30% 수준인 8억원대를 흡수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렇다지만 차량으로 20분이면 제주시내 병원을 이용할 수가 있다. 따라서 제주지역 의료업계는 환자들이 서귀포민관협력의원을 많이 이용할지 '운영을 시작해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업계가 드는 서귀포 민관협력의원의 가장 큰 장벽은 운영의로서 수지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인력문제다. 민관협력의원의 공모 조건은 의사 2~3명 이상으로 내과와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소 1명 이상이다.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돼야 하는 만큼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충분한 간호인력도 추가 돼야 한다. 

 

A씨에 따르면 365일 연중무휴로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진료하려면 의사가 최소 3명에서 5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일명 '페이닥터'들은 시간대비 기본 월 50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3명이서 스케줄 근무를 소화하려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4명이면 그래도 조금 숨쉴 만하다. 5명이면 편해진다. 

 

간호인력도 최소 10명에서 12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최소'로 맞춘다고 해도 간호인력 인건비만 한달에 3000만원 정도로 추측된다. 물리치료실에 있을 물리치료사들도 1인당 월 40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한 명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고, 최소 2명은 있어야 한다. 여기다 야간진료까지 하는 연중무휴 의원이면 대체적으로 있는 직원 휴게공간도 없어 현장의 육체적 부담도 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 의료현장을 간과한 건물구조로 진료실과 치료실 등 의료진과 환자의 동선이 비효율적으로 배치돼 의료업계는 상대적으로 인력을 더 배치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를 감안하면 직원은 15~20명까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일단 개원을 하면 환자가 없더라도 매달 급여는 나간다. 이와 함께 의원동 임대료는 867만1870원, 물품대부료는 평가액의 6%인 1518만원이다. 최저입찰가는 이를 더한 2385만1870원으로, 개원 첫 해 월간 약 200만원 꼴이 임대료와 대부료로 나간다. 

 

통상적으로 의원은 개원 후 6개월까지는 단골도 없어 적자가 뻔하다. 기존에 있던 서귀포 영어교육도시 내 의원의 존재도 위험부담이다. A씨에 따르면 서귀포민관협력의원의 임대료가 무료라고 했을 때 추측되는 첫 해 적자는 약 4억~5억원이다. 

 

그는 "만약 대출을 받아 개인소유 의원을 차릴 경우 시간이 지나면 값이라도 오른다. 월 임대료를 100만원이라고 치면 제주시내 구도심권에서 30평 정도 의원이 그 정도 수준"이라면서 "인건비 등 적자와 많은 위험부담을 지면서까지 굳이 (서귀포민관협력의원에) 안 들어갈 것"이라고 회의감을 표했다.

 

임대료는 저렴하긴 하지만, 설립된 지역 자체가 환자가 많은 지역이 아닌데도 의무적으로 야간과 주말에도 의사를 고용해야 한다. 게다가 건강검진기관을 지정받아야 한다는 점 등 운영조건이 까다롭지만 임대료만 저렴할 뿐 별다른 예산지원이 없어 메리트가 없다는 게 현재 업계의 시선이다.  

 

A씨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시설과 장비 대여료 등을 '0원'으로 하거나, 하다못해 행정업무를 담당할 공무원을 배치해주거나 행정직원 1명쯤 고용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직원이 많이 필요할텐데 1명이라도 지원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성을 강조하려면 장애인건강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거나 어르신과 장애인 등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시설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통합돌봄 시스템도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환자들 입장에서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야간과 주말에도 진료받을 수 있을 뿐 민간의원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원의 정체성이 모호해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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