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경빙(競氷·빙상경주)' 도입과 관련, "지방재정 확대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굳이 도민들이 반대한다면 강행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변 이사장은 10일 JDC 창립 10주년을 맞아 <제이누리>와의 특별인터뷰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경빙 논란과 관련,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할 의향이 있는냐는 질문에 "도민 여론 추이를 보면서 특별자치도와 한국빙상연맹과 함께 협의를 거쳐 추진해 나갈 문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변 이사장은 "도박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특별자치도 지방세 수입을 가장 크게 늘릴 수 있어 지방재정 확대를 통해 제주사회를 변모시킬 수 있는 산업"이라며 경빙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3천억원 가량의 지방세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이 중 700억원의 지방교육세를 거둬들이게 된다"며 "현재 제주도의 한해 지방교육세 세입이 7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들은 제주도가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을 갖고 있지만 재미가 없다고들 한다"며 "재미 없으면 다시 오겠느냐. 지속적인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경빙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이사장은 "현재 세계빙상연맹 기구는 스위스에 있지만 아마추어 기구"라며 "제주도가 먼저 치고 나가면 세계프로빙상연맹을 유치할 수 있다. 프로빙상에 관한한 세계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변 이사장은 "프로빙상연맹이 제주도에 있으면 위상이 달라진다"며 "제주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인터넷 중계를 통해 상당한 간접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제주도민이 반대한다면 강행할 의사는 없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도박산업으로만 인식한 나머지 경빙이 어느 정도 도박성이 강한 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인식이 안돼 있다고 본다"며 "(도박성이 적다는)충분한 인식을 갖게 된다면 많은 도민들이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근민 도지사가 경빙 도입에 반대하면서 도와 껄끄러운 관계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변 이사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어느 시기보다 제주도와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일축했다.
변 이사장은 "우 지사가 도지사 선거 출마 시 경빙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일이 있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JDC가 제주도와 함께 한 일(타당성 용역)이기 때문에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국회 상임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 법안 심의과정에 행정부지사를 참관시킨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변 이사장은 "오는 20일 영어교육도시 학교 유치를 위해 미국 4개 학교를 방문하는데, 제주도에 함께 가자고 요청하자 유지은 국제관계자문대사가 함께 가도록 지사가 결정했다"며 "이를 보면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근거로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김재윤 의원(서귀포시)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경빙사업에 관한 법률안'은 문광위 법안 소위에 상정됐으나 계류 중이서 이번 18대 국회에선 통과가 어렵게 됐다.
사행산업의 성장을 막고자 사행산업 총량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경빙은 '불가'라는게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JDC의 경빙 구상은 지난해 5월 겨울 스포츠를 핵심으로 한 사계절형 테마파크인 '아이스심포니월드' 건설사업을 제주국제자유도시 신성장동력 프로젝트로 선정,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론화됐다.
아이스심포니월드는 부지 면적 70만㎡에 총 사업비 9000억원을 들여 경빙장인 실내 아이스링크를 비롯해 실내 스키장, 봅슬레이 체험장, 컬링 체험장 등을 갖출 예정이다.
JDC는 1단계로 부지 3만7000㎡에 1042억원을 들여 연간 1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3만1000여㎡ 규모의 경빙장과 아이스쇼 공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업의 핵심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과 같은 빙상경기에 베팅이 가능한 '경빙' 을 세계 최초로 제주에 도입하는 것.
부지는 안덕면 서광리 신화역사공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 핵심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신화역사공원 A.H지구 테마파크의 투자유치가 무산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대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 이사장의 강한 추진 의지와 달리 정작 제주도는 냉담한 반응이다.
경빙법률안을 보면 사업승인 권한을 관련부처의 장(장관)이 아닌 제주도지사로 명시하고 출입제한이나 경기운영 방식, 기금의 사용까지 도조례로 위임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국회 심의 과정을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격이다.
우근민 지사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구성지 의원(한나라당, 안덕)의 질의에 "개인적으로는 경빙 사업을 찬성하지 않는다"며 "다만, (취임 이전에) 제주도가 도박과 관련된 문제가 있어서 타당성 용역을 JDC에 의뢰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도의적으로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 행정부지사를 참관시킨 적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제2의 경마장'이 될 것이란 사행성 논란을 잠재우는 것도 관건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선 JDC가 제시한 사행성 저감대책은 실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경빙사업에 관한 법률안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