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논란을 빚는 제주관광이 "돈을 더 내더라도 차라리 해외를 가겠다"는 여행객 심리를 헤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3박4일 기준 여행자 1인당 지출 금액은 제주 52만8000원, 해외 115만7000원이다.
국내 다른 여행지 33만9000원과 비교하면 제주도는 1.6배, 해외여행은 3.4배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흔히 '제주도 갈 돈이면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말하지만 이것이 비현실적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이 말의 속뜻은 '제주가 해외의 반값이라도 가고 싶지 않다'로, 많은 사람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 가느라 1.6배 쓰는 것보다 해외 가느라 3.4배 쓰는 것이 낫다는 ‘불합리’한 여행계획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서치에서 지적된 제주관광의 주된 문제점은 계속된 고물가 논란이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7년간 평균 여행비용은 국내.외 모두 2020년까지 4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21년의 여행 경비 상승률은 국내 18%, 해외 21%였지만 제주도는 15%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국내·외 여행경비 상승률이 모두 3%에 그쳤지만 제주도는 14%를 기록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강원도는 최악의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행비 11% 감소를 실현해 전년도의 악재를 단숨에 털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물가상승 압박으로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초긴축 여행으로 돌아섰지만 제주는 나홀로 2021년 비용 수준 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비용에 머물렀다"면서 "그 결과 제주는 '물가·상도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불명예를 쓰고 '그 돈이면 해외로 갈' 여행지라는 오래된 오명을 다시 불러들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돈이면 해외 가겠다’는 소비자 얘기는 ‘제주도가 반값이더라도 가지 않겠다’는 심리의 표현”이라며 “‘반값이라도 제주도는 가지 않겠다’는 의견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제주관광의 만족도는 부동의 1위에서 4위까지 주저앉았으며 재방문 의사 및 관심도 등 주요지표 또한 강원도 대비 열세로 전환됐다.
앞서 컨슈머인사이트는 "코로나 이후 일시적인 침체기를 겪은 후 뒤따른 경제 불안과 물가 상승으로 초긴축 여행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소비자 마음 속에서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고, 다음 여행지로의 고려대상 리스트에 끼지 못하고, 실제 행선지로 선택될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속도가 전례없이 빠르다는 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