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조'에서 '흉조' 신세로 전락한 까치가 국토 최남단 마라도 생태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4~5년 전 마라도에 들어 온 까치 2~3마리가 현재 10여마리가 관찰되고 있고, 둥지가 발견돼 개체수가 늘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까치로 인한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바다를 건너 날아와 지쳐 탈진한 이동철새나 맹금류를 공격하거나 국제 멸종 위기종인 섬개개비의 번식기에 알이나 새끼를 약탈하는 등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제주도는 18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센터장 김은미)와 함께 마라도에서 까치 퇴치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까치는 지난 1989년 일간스포츠 창간 기념행사의 하나로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제주에 '길조'를 들여오자는 취지에서 3차례에 걸쳐 53마리가 방사됐다.
이후 천적이 없는 까치는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가 늘어 현재 제주에 약 9만6천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까치는 감귤 등 농작물을 먹어치우는가 하면 다른 조류의 알과 파충류를 포식하면서 제주도 고유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고 전신주에 둥지를 틀어 정전사고를 일으키면서 설비보강 등 까치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10억원을 넘고 있다.
고영철 제주도 환경자산보전과 종다양성보존담당은 "까치가 마라도에 이입됨으로서 생태계에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까치 퇴치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며 "향후 마라도뿐만 아니라 제주도내 이입종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고유 야생동식물의 멸종, 생물종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변화에 적극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