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반환점을 맞아 열린 3일간의 제주도의회 임시회가 개운치 못한 뒤끝을 남겼다. 도의원과 도지사 모두 '품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정질문 첫날부터 오영훈 제주지사의 돌발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일 김황국 국민의힘 의원(용담동)이 백통신원 방문과 제2공항 입장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오 지사는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하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 발언은 전례 없는 도지사의 막말 논란을 밎었다.
오 지사는 발언 직후 사과했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쉽게 수습하기는 어려웠다. 이튿날 이상봉 의장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국민의힘 제주도당의 규탄 논평까지 나오자 오 지사는 다시 사과해야 했다.
오 지사는 김 의원의 반발에 즉시 사과했으나 "명예를 훼손하는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고 느꼈다"며 변명도 덧붙였다.
오 지사의 태도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제415회 임시회와 올 초 제426회 임시회에서도 감정적 대응이 반복됐다. 당시에도 오 지사는 성숙되지 못한 표현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도의회 일각에선 "오 지사가 과거 도의원이나 국회의원 시절에 이런 대우를 받았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되묻고 싶다"며 "도의회의 위상이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도정질문의 품격을 떨어뜨린 사례가 이어졌다.
도정질문의 본래 목적은 견제와 비판, 그리고 대안 제시에 있다. 도지사의 발언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심도 있는 질문을 통해 명확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회기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질문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서면질문으로 전환했다. 이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하고 점심식사에도 참여한 것을 고려할 때 이를 개인적인 사유로 보기 어렵다.
이번 도정 질문에선 첫날인 3일 강성의, 김기환, 박두화, 현기종, 김경미, 임정은, 김황국 의원 등 7명이 나섰다. 이틀째인 4일엔 강철남, 양홍식, 강충룡, 이경심, 현길호, 양경호, 양영수, 양영식 의원 등 8명이 도정 질문을 진행했다. 마지막 날인 5일엔 오승식, 이남근, 현지홍, 정민구, 김대진, 양용만, 송영훈, 강연호 의원 등 8명이 질문에 참여했다.
질문에 참여한 의원들 중 상임위원장급 다선 의원들은 서면질문으로 대체했다. 또 3일간의 도정질문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일괄질문 후 보충질문 기회를 포기했다.
도정질문은 도지사와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일문일답'과 원고를 읽고 도지사의 발언을 요구하는 '일괄질문'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괄질문 직후에는 보충질문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일괄질문 후 보충질문이 이어진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의회 내부에서는 보충질문 생략이 일종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동료 의원들이 서면질문으로 전환하거나 보충질문을 생략하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본회의장은 밝은 분위기로 가득했다.
도의회를 지켜본 A씨는 "임시회 도중 오 지사의 발언에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도의회는 스스로의 역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지사의 '지적 수준' 발언 당시 본회의장에서는 오 지사의 태도가 아닌 의원의 질문을 문제 삼는 발언이 속속 들려왔다.
정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도의회 분위기 속에서 오 지사의 의회 경시 발언이 가벼이 여겨지며 문제를 키웠다"며 "도정질문을 두고 오 지사의 '의회 길들이기'라는 도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지금이라도 의회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