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전망치보다 약 30조원 덜 걷힐 것으로 정부가 재추계했다. 세수가 367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예산을 짰는데 337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공식화됐다.
세수 결손의 주된 요인으로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가 지목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교역 위축과 반도체 업황 침체로 법인세 감소폭이 예상보다 컸다”고 밝혔다. 당초 전망보다 덜 걷히는 법인세가 14조5000억원으로 전체 세수 결손의 절반을 차지한다.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양도소득세가 5조8000억원 덜 걷히고, 유류세 인하 조치를 계속 연장한 결과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도 4조1000억원 펑크 났다. 하지만 기업 실적 부진이나 자산시장 위축은 예견된 일이다. 정부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장밋빛 전망을 고집하며 세수 추계의 기본인 경기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규모 세수 추계 오류는 최근 연례화했다. 2021년 이후 4년 연속 수십조원 오차를 냈다. 세수 오차율이 2021~2023년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8.1%에 이른다. 2000년 이후 평균 오차율이 4%대인 점과 비교하면 ‘세수 추계 오류’를 넘어선 ‘세수 예측 실패’다.
김영삼 정부 이후 30년간 5% 이상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한 시기는 올해까지 14개 연도다. 이 중 세수 결손이 발생한 7개 연도는 모두 보수 정부 시절이고, 초과 세수가 발생한 7개 연도 가운데 6개 연도가 진보 정부 때였다.
세수 결손은 경제 상황이나 세수를 낙관적으로 예측해서, 초과 세수는 비관적으로 예측한 결과다. 기재부가 보수 정부 때는 감세 정책 기조를 떠받치려고 낙관적인 추계를, 진보 정부 때는 재정 확대를 견제하려고 비관적인 추계를 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도 한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에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입 추경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세수 펑크를 메울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기금 여윳돈을 활용하고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에 예산을 쓰지 않는 방식(不用)으로 부족분을 메울 방침이다. 지난해처럼 환율 안정을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쓰는 등 기금으로 돌려막기를 하거나 계획된 지출을 줄이는 예산 불용 카드를 쓸 모양이다.
하지만 기금 전용ㆍ예산 불용 방식으로 대처하기에는 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너무 크다. 기금은 특수 목적에 쓰도록 용도를 제한한 자금이다. 이런 기금을 가져다 쓰는 것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쓰지 않는 ‘불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불용은 2021년 3조7000억원, 2022년 7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9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예산을 짤 때는 재정 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까지 감안해 결정한다. 지출을 줄이면 그러잖아도 침체한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는 총선이 있었던 상반기 예산 집행률이 63.6%로 높아 연말 재정을 운용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관가에선 올해 예산 사업의 일부 강제 불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은 경기를 방어하는 재정 본연의 역할을 저해한다. 세수 펑크로 재정 기반이 흔들리면 재정이 경기의 마중물 역할을 함으로써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는커녕 계획된 예산 집행에도 차질을 빚는다.
부족에 빠진 정부가 3분기까지 한국은행에서 75차례 152조6000억원을 빌려 썼다. 그 중 142조1000억원을 갚고 10조5000억원이 남아 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을 가져다 쓴 것으로 개인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비슷하다.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가 1936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세수 결손액이 86조원 규모다. 경제부총리의 유감 표명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의 세수 추계 모형을 공개하고, 민간 전문가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세수 오차 못지않게 세수가 부족한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경기와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세수가 펑크 난다면 세수 기반 확충에 관심을 둬야 한다. 집권 3년차를 맞아 현 정부의 감세 정책 기조가 기대하는 낙수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세수 결손의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았는지 따져볼 때다.
4조원 넘는 세수 펑크를 초래한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과 같은 포퓰리즘 대책도 재고할 시점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로선 건전재정뿐만 아니라 추가 세원 확보와 전체 세수를 늘리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