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섬'을 목표로 전기차 보급을 활발히 추진 중인 제주도가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의 6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전기차 충전기 수는 8394대로 지역별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반면 수도권과 경상도, 충청도 등 주요 지역에는 수만대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제주가 상대적으로 충전 인프라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도내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전기차 수를 나타내는 '차충비' 역시 높아 충전기를 찾기 어렵고, 충전 대기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차충비가 높다는 것은 한 대의 충전기를 여러 대의 전기차가 공유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는 충전 인프라의 부족을 의미한다. 반대로 차충비가 낮으면 충전 여건이 양호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제주 지역 실제 운행 차량 대비 전기차 비율은 9.09%로 전국 평균인 2.32%를 크게 웃돌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운행 비율이 사실상 '전국 1위'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정책분석팀에 따르면 제주에 등록된 전기차는 4만3117대로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차량 비율은 수도권이 1.9대인 반면 도는 8.1대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주의 전기차 보급 확대는 친환경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그 결과 다수의 관광객이 제주에서 전기차 렌트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잦다.
전기차 렌트카를 이용한 관광객 최모 씨는 "호텔 내 충전기가 3대뿐이라 다른 관광객들과 충전기를 두고 경쟁해야 했다"며 "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전기차 렌트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의 충전 인프라는 전국의 2.2%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SK, LG전자, GS, 롯데 등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활발히 확장하며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 충전 인프라를 확보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대기업의 충전 인프라 투자가 더디게 이뤄지면서 인프라 개선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 R사 관계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제주에서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나 전기차 관련 이벤트가 활발한 반면 제주도는 여전히 고정형 충전기에 의존하고 있어 인프라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말까지 추가 충전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