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독도의 날' 유래는 이렇다. 124년 전인 1900년 10월 25일, 고종 황제는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공포해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했다. 세계만방에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날이다. 그후 이 날은 독도 수호 의지를 다지는 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독도와 한반도 남단 가장 큰 섬 제주도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연결고리는 바로 제주 해녀다. 일제강점기부터 제주 해녀들은 독도에서 물질(해녀 작업)을 하며 독도 수호에 큰 역할을 해왔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제주 해녀들은 생계를 위해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며 해산물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일제의 수탈로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해녀들은 천연 동굴인 '물골'에서 머무르며 전복, 소라, 미역 등을 땄다.
특히 1953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독도에서 조업 활동을 펼쳤다. 한국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하지만 해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독도로 향했다. 일본 경비정과 마주치며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고 물질을 했다. 이러한 활동은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실제로 보여주는 '실효적 지배'의 증거가 됐다.
최근 독도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본은 여전히 독도를 자국 영토로 주장하며 외교청서와 방위백서 등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야 할 대한민국의 현 상황은 아이러니다. 최근에는 '독도 지우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 6곳에 설치되었던 독도 조형물 중 일부가 철거되면서 이러한 논란이 촉발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조형물의 노후화와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하고, 대신 독도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교통공사는 '독도의 날'에 맞춰 2호선 시청역, 5호선 김포공항역, 6호선 이태원역 등 3개 역에 설치된 노후 독도 조형물의 복원 작업을 마쳐 다시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또 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22일 열린 여행박람회 '트래블쇼 2024'에서는 일본 측 부스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한 지도가 제공된 사례도 있었다.
해양수산부의 독도 관련 홍보 활동도 예전 같지 않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해수부 블로그에 독도의 해양생명 자원 등 독도 주제 게시물이 한 해 평균 11건 게재됐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0건'이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독도 문제는 국제법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정치권의 대립으로 인한 논쟁은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며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과 별개로 역사적인 주체성을 가지고 독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의 날을 맞아 전국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독도가 위치한 경상북도에서는 한 달간 '독도의 달'로 지정해 독도 교육과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상북도는 초·중·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독도 교육을 실시하고, 독도 홍보 버스를 운행하며 외국인들에게도 독도 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울릉군은 '울릉군민의 날'과 '독도의 날' 기념행사를 함께 열어 독도의 날 공포, 공연, 다큐멘터리 상영 등을 진행한다. 성주군은 '독도 티셔츠 입고 온 국민 하나되기 운동 주간'을 마련해 독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독도 수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제주도청 제1청사에서 '제주해녀, 독도를 지켜내다'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전시회는 독도 연안 어장에서 진행된 제주 해녀들의 물질 시연 행사의 역사적 기록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 해녀와 독도의 인연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주 해녀항일운동 90주년을 기념해 제주 해녀 30여명과 오영훈 제주지사가 독도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1950~60년대 독도에서 물질을 했던 고령의 해녀들도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그들은 과거의 물질 방식을 재현하며 독도의 해양 생태계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4일부터 7일까지는 경북 울릉도와 독도 연안 어장에서 제주 해녀들의 어업권과 영유권 수호 활동을 기념하는 물질 시연 행사가 열렸다. 과거 독도에서 물질을 했던 제주 해녀들의 염원을 실현하고, 그들의 역사적 가치와 헌신을 재조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계숙(71,여) 제주해녀협회장은 "깨끗한 독도 바다에서 감태, 소라, 성게, 보말, 홍합을 본 경험은 아직도 가슴이 뭉클하다"며 "다시 한 번 독도에 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50여년 전 독도에서 물질을 했던 장영미(69,여) 제주해녀협회 부회장은 "독도의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바다 속은 50년 전 그대로 아름다웠다"며 "독도에 다녀와서 느낀 좋은 감정들이 젊은 해녀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주 해녀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 미흡하다. 울릉도에 위치한 독도의용수비대 기념관에 '제주해녀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진행 상황은 더디다.
독도의용수비대 관계자는 "제주 해녀들이 독도 수호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천명하고자 제정된 '독도의 날'이 124주년을 맞았지만 독도의 날 유래와 독도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독도의 날 계기 교육'을 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초·중·고 학교를 대상으로 도외 학교와의 연계 교육을 통해 독도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환경과 화산섬 형성과정에 대한 지질교육일 뿐 역사를 설명하는 내용은 없다.
지난해의 경우 제주교육박물관에서는 '독도의 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없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독도 교육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시기"라며 "교육 당국은 독도 교육 매뉴얼을 정립해야 하며, 정부는 시·도교육청이 교육을 적극 유도·독려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독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그들의 노고를 기리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의 이름 없는 영웅인 제주 해녀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한국어 내레이션을 맡은 나영석 PD는 "독도에서의 제주 해녀 활동을 목소리로 직접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며 "많은 국내·외 누리꾼들이 제주 해녀와 독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독도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제주 해녀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들의 정신이 이어져야만 '독도는 우리땅'을 되뇔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