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1일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교도대 북쪽 일원 유해 발굴 현장이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41146/art_17313770666505_bd7275.jpg)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의 시신 1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양성홍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의 할아버지인 고(故) 양천종씨로 밝혀졌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12일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중 1구의 신원이 4·3 행방불명 희생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의 확대를 통해 이루어졌다.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의 신원이 75년 만에 밝혀지는 결실을 맺었다.
도와 4·3평화재단은 지난해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서 처음으로 4·3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한 이후 도외지역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 사업을 확대해왔다.
이번에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가 제공한 광주형무소 옛터 발굴 유해의 유전자 정보를 4·3 희생자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와 대조한 끝에 새로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원이 확인된 고(故) 양천종씨는 1898년생으로 제주시 연동리 출신이다. 그는 4·3사건 당시 가족들과 함께 피신 생활을 하다 토벌대의 선무공작에 따라 귀순해 한 달간 주정공장에 수용된 후 풀려났다.
그러나 1949년 7월 농삿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다시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되었고, 11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안부 편지를 전한 후 같은 해 12월에 사망 통보를 받았다. 가족들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유해를 찾지 못했다.
이번에 확인된 유해는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형무소터의 무연분묘에서 발굴된 261구 중 하나로 당시 약 200여명이 수감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형무소는 1908년 광주감옥으로 출발해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쳐 1971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됐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에 대해 예우를 갖춰 고향으로 모셔올 예정이다. 다음달 16일에는 유가족 및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계 절차가 이뤄진다. 제례 후 유해는 화장될 계획이다. 다음달 17일에는 항공편으로 유해가 고향 제주로 봉환된다. 봉환식과 신원 확인 보고회가 열릴 예정이다.
도는 현재까지 417구의 4·3 희생자 유해 중 14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번 성과로 모두 145명으로 늘어났다.
제주도는 매년 약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유가족 및 친척의 체혈을 통해 유전자 감식을 지속하고 있다. 친지, 사촌, 팔촌까지 감식 범위를 확대해 희생자 신원 확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도는 또 진실화해위원회와 협력해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광산, 전주 황방산 등 도외지역의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며 신원 확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번 신원 확인은 매우 뜻깊은 성과로, 앞으로도 타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추가적인 신원 확인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