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마일리지 전용 항공편을 편성하며 '여행객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일리지 소멸 기한을 앞둔 소비자들의 불만을 달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에 마일리지 전용 좌석을 배치한 특별 항공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28일, 30일, 내년 1월 1일 모두 3일간 김포발 제주행 항공편 일부를 마일리지로 우선 발권할 수 있는 특별기로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다음달 2일부터 15일까지 '제주 해피 마일리지 위크' 프로모션을 통해 제주 노선 56편의 잔여 좌석 약 4500석을 마일리지로만 판매한다. 이 항공편의 편도 기준 마일리지 공제는 5000마일리지다.
항공사들은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마일리지 사용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연말 여행 수요를 겨냥한 특별 이벤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일리지 소멸 기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못해 불만이 커진 소비자들의 반응을 무마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고객들이 마일리지 사용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대한항공 마일리지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어 합병 전에 이를 소진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특별편성이 소비자 편의를 고려했다기보다는 고객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한 김모씨(36)는 "계획에도 없던 제주에서 서울로 가야 할 판"이라며 "강제적인 선택을 강요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건 이벤트가 아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행 일정이 이미 정해진 고객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특별편성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마일리지 항공편은 소비자 불만에 급히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며 "항공사들이 진정으로 소비자 만족을 고려한다면 마일리지 소진을 위한 항공권 선택지를 보다 확대하고, 장기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