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화재 사고 이후 보조배터리 관리가 항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사들이 각자 자체적인 규제를 시행하면서 공항 이용객들과 승무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 탑승객들이 체크인을 마친 후 보안검색대를 따라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6/art_17388867336195_b7d19b.jpg)
지난달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이후 보조배터리 관리가 항공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사별로 각기 다른 자체 규제를 시행하면서 승객과 공항 관계자들 모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해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보조배터리를 선반에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신 지퍼백을 비치해 좌석 포켓에 보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6일부터 모바일 및 키오스크 탑승 수속 과정에서 보조배터리 선반 보관 금지에 대한 승객 동의를 받도록 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탑승 수속이 불가능하다.
에어부산도 지난 7일부터 보조배터리 유무를 탑승구에서 확인하고, 확인된 수하물만 선반에 보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보조배터리의 USB 단자 및 포트에 절연테이프를 부착하도록 안내하고, 승객들에겐 보조배터리를 개별 지퍼백에 포장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다 보니 보조배터리 반입과 보관 방법을 두고 승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제주공항 내 항공사 지상직 직원 강모씨(29·여)는 "승객마다 항공사별 규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같은 항공사 내에서도 국제선과 국내선 규정이 달라 정확한 안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공항 보안검색대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안검색대 직원들은 보조배터리를 지퍼백에 넣어야 하는지, 절연테이프를 붙여야 하는지, 좌석 포켓에 보관해야 하는지 등 승객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항 차원에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공항 내 설치된 수화물 관련 안내 표지판이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6/art_17388869492432_071b2f.jpg)
지난 7일 오전 7시부터 <제이누리>가 제주공항 보안검색대 인근을 현장 취재한 결과, 곳곳에서 승객과 공항 직원들이 보조배터리 관련 규정에 대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 승객은 "보조배터리를 지퍼백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절연테이프까지 붙여야 하는지는 몰랐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제주공항 보안요원 조모씨(34)는 "국내·외에서 항공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승객들의 안전 우려는 충분히 이해된다"면서도 "항공사마다 보조배터리 규정이 다 달라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보조배터리 규제 기준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이해하고 적용하기에는 일반 승객들에게 어려움이 많다.
IAT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00Wh(와트시) 이하의 보조배터리는 기내 반입이 가능하지만 위탁수하물로 부칠 수 없다. 하지만 이 기준은 보조배터리의 리튬 함량(Wh)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승객들이 직접 자신이 소지한 보조배터리가 규정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제주공항 이용객 오모씨(36)는 "항공사들이 보조배터리의 리튬 함량을 기준으로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만 승객들은 자신이 소지한 배터리의 리튬 함량을 모른다"며 "제조사에 따라 표기 방식이 다르고, 일부 제품은 Wh 표시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 확인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객 김모씨(56)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Wh'라는 단위를 들어봤다"며 "보조배터리를 구매할 때 그나마 익숙한 단위는 'mAh(milliampera-hour)' 정도다. 그마저도 정확한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제는 와트시(Wh)까지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 역시 "항공사들이 보조배터리 규정을 안내할 때 단순히 '100Wh 이하 반입 가능'이라고만 적어 놓는 경우가 많아 일반 승객들이 혼란을 겪는다"며 "Wh 표기가 없는 보조배터리도 많기 때문에 승객들이 출발 전 항공사에 일일이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화재 사고 이후 보조배터리 관리가 항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사들이 각자 자체적인 규제를 시행하면서 공항 이용객들과 승무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7일 제주공항 맞이방에 이용객들이 분주하게 이동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6/art_17388867332733_5514cf.jpg)
국토교통부는 오는 4월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항공안전혁신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각 항공사의 의견을 취합해 보조배터리 보관 및 관리에 대한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대응을 늦추면서 항공사별 규정이 제각각 적용되고 있고, 이런 문제로 승객과 승무원들이 불필요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조배터리는 국제 기준에 따라 100Wh 이하 제품은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며 "항공사들이 국제 규정에도 맞지 않는 방식으로 승객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조배터리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장된 전자기기 역시 화재 위험이 있는 만큼, 특정 제품만 규제하는 방식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승객들이 보조배터리를 선반에 보관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국토부가 하루빨리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항공사들이 일관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사들은 국토부의 공식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보조배터리 관리 강화 조치를 유지할 방침이다.
하지만 항공사별 규정이 다른 탓에 이용객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국토부는 프랑스 항공조사위원회와 함께 에어부산 화재 기체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 분석이 끝나는 대로 사고 예방 대책을 포함한 항공 안전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