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한 제주도 예비군 관리대장이 40년 만에 국가로부터 인권침해 피해를 인정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로고]](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8/art_17399248066088_14eadf.jpg)
19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한 제주도 예비군 관리대장이 40년 만에 국가로부터 인권침해 피해를 인정받았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제98차 위원회에서 '제주 보안부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인 정모씨에 대해 중대한 국가의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정씨는 1985년 8월경 보안사 제주지부인 508보안부대로 끌려가 22일간 불법 구금됐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그가 억울하게 뒤집어쓴 혐의는 군사 기밀 누설이었다. 당시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던 민간인 A씨가 1980년 제주도 예비군 관리대장(해병 소령)이었던 정씨로부터 군사 기밀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정씨가 끌려간 508부대는 제주도민들 사이에서 '한라기업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한 번 들어가면 두 다리로 걸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정씨에게 A씨가 간첩이라는 진술을 강요하며 폭행과 가혹행위를 가했다. 그러나 정씨는 끝까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결정은 정씨가 누설했다는 군사 기밀이 사실상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제주방어사령부가 정실에 위치하고 있다"는 수준의 정보였다는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 정부는 실정을 감추기 위해 조작 간첩 사건을 기획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씨는 '간첩 만들기' 희생양이 됐고, 간첩 혐의를 받았던 A씨 역시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까지 현역 군인이었던 정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후 2년 만에 스스로 군복을 벗었다. 사실상 이 사건이 그의 전역을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명예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40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정씨는 현재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