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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희생자 유해 2구, 고(故) 김희숙씨와 고(故) 강정호씨 ... "아버지 사랑합니다" 유족들 오열

 

그 이름을 되찾기에 7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누구도 그 죽음을 알지 못했고, 버려지듯 그들은 땅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유해가 햇빛을 보았지만 누군지 알 길도 없었다.

 

4.3의 참화 와중에 제주공항 부지에서 학살돼 매장됐던 4·3 희생자 유해 2구가 그 이름을 되찾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4일 오후 2시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4·3 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4·3 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희생자들의 신원이 밝혀지는 순간,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행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김창범 4·3유족회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예비검속 희생자인 고(故) 김희숙씨와 9연대 소속 군인이었던 고(故) 강정호씨다. 지난해 진행된 유전자 감식을 통해 4·3 희생자 유가족 281명의 채혈 시료와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유해를 대조한 결과 두 희생자의 신원이 밝혀졌다.

 

고 김희숙씨는 1921년생으로 4·3 당시 한경면 저지리에 거주했다. 6·25전쟁 발발 직후 예비검속돼 모슬포경찰서로 끌려간 후 행방불명됐다. 그동안 섯알오름에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해가 제주공항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는 2007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서북편에서 발굴됐다.

 

고 강정호씨는 1926년 성산읍 오조리 출신으로 제주 출신 9연대 군인들이 집단희생 당할 때 함께 끌려갔다. 이후 가족들은 그가 행방불명된 채 소식이 끊겼고, 아버지·어머니와 형제들마저 성산포 터진목 해안과 난산리에서 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 유해는 2009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편에서 발굴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조소희 서울대 법의학교실 박사가 신원 확인 과정을 설명한 뒤 희생자의 유해가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유해가 담긴 함이 가족의 손에 전달되자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고 김희숙씨의 아들 김광익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 유해를 찾아 고향 땅에 모실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아버지를 보고 싶을 때마다 알뜨르 비행장 비석에 새겨진 이름을 만지며 불렀는데 이제야 직접 모실 수 있어 행복하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눈물을 삼켰다.

 

고 강정호씨의 조카 강중훈씨는 "감히 불러보지 못했던 숙부님의 이름을 70여 년 만에 처음 불러본다"며 "늦었지만 4·3 당시 희생당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형제들의 원혼도 이제는 함께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의 유해에 직접 이름표를 달고 헌화와 분향을 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추도사에서 "오랜 세월 이름 없이 잠들어야 했던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며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긴 세월을 눈물로 보냈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제주에서 발굴된 유해 417구 중 272구의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4·3 희생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4·3 희생자의 유해 발굴 작업은 2006년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11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2007~2009년 제주공항(388구), 2010~2021년 표선면 가시리 외 8개소(12구), 2023년 안덕면 동광리(2구), 2024년 애월읍 봉성리(4구) 등 제주 전역에서 진행됐다. 모두 417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도외 지역에서 발견된 유해 2구를 포함해 모두 147명이다.

 

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앞으로도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2023년 도외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를 바탕으로 대전 골령골 학살터, 경산 코발트광산, 전주 황방산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 중 4·3 수형인 희생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전자 감식과 대조 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보고회가 끝난 후에도 유족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희생자의 이름을 오랜 시간 애타게 불러왔던 가족들에게 이날은 가슴 뭉클한 순간이자 또 다른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는 유족들에게는 희망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도민 최모씨(52·여)는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한 분이라도 더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유해 발굴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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