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주상절리를 찾은 관광객이 해안절경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19/art_17466638238749_ac97db.jpg)
올들어 제주를 찾은 누적 관광객 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13%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전체 수요를 지탱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 관광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내국인 수요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제주 누적 입도 관광객 수는 잠정 401만855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준일(4월 22일)보다 11일 늦게 4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5일 기준 누계는 410만999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중 내국인은 349만4133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시점 402만5724명과 비교하면 13.2% 감소한 수치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누적 61만4672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58만637명)보다 약 6% 증가했다.
제주 관광의 무게중심이 내국인에서 외국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보다 400만명 돌파 시점이 11일 늦어진 것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외국인 수요가 통계를 지탱하며 회복세처럼 보이지만, 내국인이라는 핵심 버팀목이 빠지면서 구조 자체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환율, 국제정세 등 외부 변수 하나에도 수요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황금연휴 기간 제주를 찾은 일일 입도객 수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부터 4일까지 나흘 연속 하루 평균 4만명을 넘겼고, 4일에는 4만9151명을 기록했다.
제주도는 이를 "정책 효과와 마케팅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내국인 수요 감소에 대한 원인으로는 ▲항공료 급등 ▲고가 렌터카 ▲숙박·음식 가격 부담 ▲교통 혼잡 ▲콘텐츠 중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내 여행사 대표 최모씨(57·여)는 "요즘 MZ세대는 가격과 피로도를 따져 제주 대신 일본 오사카나 동남아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해외 단거리 여행이 오히려 제주보다 간편하고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재 상황을 단기적인 '수치 회복'이 아닌 장기적 '관광 기반 약화'로 보고 있다. 외국인 수요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내국인과의 관계 회복 없이는 구조적인 불안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제주 연동 소재 A호텔 지배인 양모씨(58)는 "이제는 단순한 방문자 수보다 '다시 오고 싶은가'를 물어야 할 시점"이라며 "경험의 다양성, 지역 간 분산, 가격 대비 품질에 대한 신뢰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금의 회복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여행·관광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청년 정모씨(31)는 "요즘 내국인, 특히 20·30세대는 가격과 경험의 밀도를 따져 움직인다"며 "과거처럼 '제주니까 간다'의 시대는 끝났고, 이젠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