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법원에서 발송한 등기의 배송 상황이 미입력돼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1042/art_17604234838103_bb6e98.jpg?qs=5206?iqs=0.8370818211221546)
지난달 말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 여파가 사법 절차에까지 미치며 법원의 기능이 사실상 멈췄다. 제주지방법원에서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채권자가 판결 확정 이후에도 송달이 이뤄지지 않아 채권 압류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지법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채권자 A씨는 법원의 결정을 받고도 집행 절차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판결문 송달이 전산망 마비로 지연되면서 채권 압류를 위한 결정문 발송과 집행명령 절차 자체가 중단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관계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서버가 아직 복구되지 않아 사건 서류의 송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산망이 정상화돼야만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편하시겠지만 현재로서는 법원에 직접 문의해 재판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법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로 A씨처럼 판결문을 받아들고도 실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사건은 압류·추심 명령 송달 지연으로 소멸시효가 임박하거나 제3채무자가 재산을 이전해 집행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지법에서 압류·추심 명령 결정을 송달받은 김모씨(37)는 "지난달 27일 결정을 받았지만 아직 제3채무자에게 송달이 이뤄졌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아 사건이 오리무중"이라며 "법원에서는 송달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하니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도내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 시스템 마비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법 정의 실현을 직접적으로 지연시키는 상황"이라며 "법원의 판단이 실효성을 잃는 초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말 발생한 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전체 정부 전산시스템 복구율은 지난 13일 기준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달청 전자입찰 시스템과 보건복지부 바우처 결제망, 금융 민원 접수 시스템 등이 멈춰서면서 행정·금융 전반에서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부 핵심 시스템을 대구센터로 이전하고 클라우드존 구축을 추진 중이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