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내려갔다. 출산율 0.6명대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으로 0.7명대에 턱걸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는 한국 외에 2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뿐이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산율 0.8명대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0.7명대로 떨어진 출산율은 다시 2년 만인 올해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으로 기록된 한국은 출산율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지에 대한 세계적 연구 대상이 됐다. 지난해 해외 언론과 학자들이 “한국은 망했다”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인구 격감”이라고 분석 평가했다. 2월 28일 통계청의 지난해 4분기 출산율 발표에 맞춰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실었다. 아사히·요미우리·닛케이 등 일본 신문들도 ‘급속한 저출산, 일본의 미래인가’ 등 제목으로 다뤘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16년 동안 280조원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정당들의 후보 공천과 이를 둘러싼 잡음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또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사단체와 정부 간 마찰,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병원 근무 중단으로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정치·사회 분야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 다툼이 노골화하고 관련 뉴스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세상의 이목이 총선과 치킨게임 양상의 의정(醫政) 충돌에 집중하는 사이 민생은 고달프고 멍들어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 3.5%인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말부터 1년 넘게 동결됐다. 과일과 식료품, 외식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상반기에 어렵고, 미국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나 검토될 전망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가계부채는 1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계속 불어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기 위해 빌린 돈을 갚으려면 부지런히 일해 벌어야 할 텐데 일자리 사정이 여의치 않다. 1월 취업자 수가 2774만3000명으로 지난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돈 많은 장인 웨이드 구스타프손(Wade Gustafson)에게 사업자금 75만불을 빌려달라고 어렵게 부탁하지만, 장인은 못 미더운 사위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은 채 손사래부터 친다. 제리가 ‘이게 다 당신의 딸과 손자를 위한 것’이라고 장인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려보지만 장인은 “내 딸과 내 손자는 내가 알아서 먹여 살릴 테니 자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무지막지하게 잘라버린다. 제리는 장인의 태도와 멘트에 깊은 ‘빡침’을 느끼고 아내를 납치해서 몸값으로 8만불을 뜯어내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를 접선해서 ‘발사 버튼’을 누르고 돌아온 날 저녁 뜻밖에도 장인으로부터 “만나서 그 사업 얘기를 해보자”는 연락이 온다. 제리는 아내 납치 작전을 취소하기로 하고, 부푼 마음으로 장인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장인은 그의 널찍한 집무실에서 그의 재정 고문이자 투자의 귀재인 유대인 스탠(Stan)과 버티고 앉아 제리에게 앉으라는 말도 없이 세워 둔 채 본론으로 들어간다. 장인: “스탠에게 자네 계획을 물어보니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설이 지나고 봄이 오는데 서민 살림살이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물가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아서다. 물가 오름세는 2년 연속 서민 가계를 위협했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도 3.5%로 높았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2월 들어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3대 변수가 들썩이고 있다. 국제유가와 먹거리 가격, 대중교통 요금이 그것이다. 국제유가는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먹거리 가격과 교통요금은 서민생활과 직결된다. 가장 큰 변수는 기름값이다. 지난해 말~새해 초 안정됐던 국제유가가 2월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대로 재진입했다. 중동전쟁 확산 우려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 여파로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리터당 1600원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도 1500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오는 29일 종료되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정도다. 현재 휘발유에 25%, 경유와 LPG 부탄에는 37% 인하율을 적용하고
영화 속에서 최악의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가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로부터 청부받은 대로 제리의 아내를 납치하기 위해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 도시 입구에 웬 거대한 조형물과 표지판이 화면 가득 찬찬히 클로즈업된다. 그 표지판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폴 버니언(Paul Bunyan)의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home of Paul Bunyan).” 폴 버니언은 “주민들이 감사한 마음에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아주는 곡식 한 됫박만 받고 미국 대륙의 울창한 산림을 개간했다”는 전설적인 벌목꾼이자 ‘노동 영웅’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브레이너드시 경계에서 폴 버니언이 그의 충직한 조수인 자그마한 ‘푸른 소(Blue Ox)’를 데리고 큼지막한 도끼를 어깨에 얹고 환하게 웃고 있다. 물론 미국 도처에 조형물이 있는 폴 버니언의 고향이 ‘브레이너드시’란 근거는 없다. 중국인들도 모든 ‘좋은 것’의 원조는 무조건 자기네라고 한다. 우리네 정치인들도 훌륭했다는 자기 선조 어르신이 지나
2024년은 세계적으로 76개국에서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말 세계경제 전망을 수정 보완하면서 전반적인 저성장, 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함께 이를 거론하며 “위기 요인은 여전하다”고 진단한 배경이다. 선거가 많다고 민주주의가 탄탄해지지도, 경제가 나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등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며 악영향을 받는 ‘폴리코노미(Policonomy=정치·politics+경제·economy)’ 현상이 두드러진다.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선거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이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며 무역규제가 확산할 공산도 크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 요인이다. IMF에 따르면 2019년 약 1100건이었던 각국의 무역규제가 지난해 3000여건으로 늘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무역전쟁과 미국우선주의가 가속화하리란 우려가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나는 자동차산업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가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에게 발주한 ‘아내 납치’ 청부는 비교적 단순한 일이다. 수임료 4만불도 그럭저럭 적당해 보인다. 이 미션이 분명 북한 영변에 침투해 플루토늄을 탈취해 오라는 톰 크루즈급 ‘미션 임파서블’은 아닐 텐데, 이 간단한 ‘미션’이 6명이나 죽어나가는 ‘블록버스터’급 범죄액션물이 되는 것이 황당하다. ‘납치 청부’라는 일을 하다보면 누구든지 게어와 쇼월터처럼 그토록 폭력적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게어와 쇼월터가 태생적으로 원래 폭력적이었기 때문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청부업자에게 일을 맡기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난장판이 되고 마는 걸까. 아니면 제리가 좀 더 ‘착한’ 청부업자를 고용했다면 ‘해피엔딩’이 가능했을까. 이 궁금증은 매우 오래된 정치의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정치에 발을 담그면 누구나 부패하고 ‘입벌구(입만 열면 거짓말이란 속어)’하는 악당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정치의 영역이란 본래 그런 기질이 있는 사람들만 찾아가는 곳일까.”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던 SF 대작 영화 ‘듄(Dune)’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바빠졌다. 정당들은 18일 저출산 극복 대책을 동시에 발표하며 정책 공약 경쟁에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유급 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 0세~초등학교 저학년 자녀 대상 보육 지원, 중소기업의 대체인력 수급 개선 등을 내놓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두 자녀 이상 부부에게 공공임대 아파트 우선 분양, 신혼부부에게 1억원 대출 및 자녀 수에 따른 원리금 탕감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일주일 뒤 맞벌이 부부가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초등학생 자녀를 학교에서 돌봐주는 ‘늘봄학교’ 확대 등 두번째 저출산 공약을 발표했다. 사사건건 비방과 정쟁을 일삼던 정당들이 늦었지만 저출산 정책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의무화나 신혼부부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은 이미 총선거·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여러 차례 나온 재탕이다. 여야 합의와 입법, 의무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번에도 총선용 ‘떴다방 공약’에 그칠 공산이 크다. 여야는 스스로 내놓은 정책들이 실현 가능한지, 투입 예산 대비 효과는 있는지, 재원 마련은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총선 공약이라서 표를 노린 선심이 작용할 소지가 있다. 실현 가능성과 효과가
영화 ‘파고’에는 2명의 진정한 ‘빌런’이 등장한다. 한명은 장인에게 몸값을 뜯어내기 위해 자기 아내를 납치해달라고 청부하는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다. 또 한명의 ‘빌런’은 노르웨이계로 보이는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다. 영화 속에서 대사도 몇마디 하지 않는 그는 누구라도 신경을 건드리면 닥치는 대로 죽여버린다. 코언 감독은 영화 ‘파고’에 빌런 2명을 등장시킨다. 한명은 청부살인업자에게 아내 진(Jean)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제리 룬더가드다. 제리는 자동차대리점 판매사원답게 상냥하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붙임성도 좋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실한 사회인으로 보인다. 그렇게 고객을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채 꼼꼼하게 벗겨먹는다. 장인과 아내를 향한 불만도 속으로만 ‘빌드업’할 뿐 한번도 드러내지 않는다. 결코 충동적이지 않다. 장인과 아내에게 상냥한 미소를 머금고 아내를 납치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심지어 청부업자들의 비위도 건드리지 않고 예의 바르다. 이처럼 제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거짓말을 일삼지만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못한다.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모습이다. 소시오패스는 윤리의식은 없
총선의 해 벽두부터 대통령실과 정부가 각종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민생 회복을 위해 필요한 대책임을 내세우지만, 상당수가 감세 중심이라서 세금징수와 재정수입 감소를 초래하고, 세수 부족으로 나라살림에 주름을 지울까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한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20여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가 거의 사흘에 한번꼴이다. 상당수 대책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민생토론회’나 고위급 당정협의를 통해 나왔다.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선 주식 세제 개편이 중점 거론됐다. 2025년 도입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금투세 폐지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일 새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붉은색 넥타이도 맸다. 윤 대통령은 보름 뒤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를 주재했고, 금융위원회는 금투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인하해온 증권거래세는 금투세 폐지의 관계없이 예정대로 내년까지 0.15%로 낮추기로
코언 형제 감독은 영화 속에 그들다운 매우 짧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시퀀스를 배치한다. 미네소타주의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시의 여자 경찰서장 마지(Marge)는 고속도로 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용의자들과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의 나이 어린 창녀를 찾아가 용의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그 장면이 매우 신선하다 못해 코믹하기까지 하다. 군더손(Gunderson)이란 성(姓)을 보면 마지는 노르웨이계 이민자다. 통통한 어린 창녀들도 영화 속에서 성을 밝히진 않지만 특유의 억양으로 짐작건대 노르웨이계임이 분명하다. 어쩌면 코언 감독은 북유럽, 특히 ‘얀테의 규율(Laws of Janteㆍ난 남보다 특별하지 않다)’이라는 노르웨이ㆍ덴마크 특유의 문화적 규범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의 배경을 굳이 생소한 ‘미네소타’로 정하고 주인공에게 노르웨이 이름을 부여한 듯하다. 미국 미네소타주는 인구 570만여명 중에서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주축으로 한 북유럽 이민자들이 30%가량을 차지하는 특이한 주다. 북유럽의 ‘얀테의 규율’이 미국에 이식된 곳이다. 창녀라는 직업은 아무래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떳떳하지 못한 직업이다. 그러나 이 직종에 종사하는 ‘노
통상 전년도 12월 말에 해온 새해 경제정책방향 발표가 2024년이 밝은 지 나흘째인 1월 4일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신분인 경제부총리를 교체하고, 경제부처 장관들을 대거 총선용으로 차출하는 정치 과열이 새해 경제정책 추진 일정을 꼬이게 만들었다. 예년보다 늦게 나온 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야 할 텐데, 현실 인식은 안이하고 처방은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얼룩졌다.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 복합위기 상황이다.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선 가계부채 탓에 내수도 냉각했다. 고물가 속 국민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서민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부자 감세와 정부의 엉터리 추계로 지난해 60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정책방향 첫 페이지에서 지난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세일즈 외교로 기업의 수출·투자 저변을 확대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제조업과 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했는데도 고용은 양호하다고 했다. 건설사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가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시공능력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는데도 금융시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