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혹은 안철수 교수가 참여하는 정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중도, 무당파, 20~40대 지지 동원에 있어 결정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정당학회(회장 장훈)는 25일 하얏트리젠시제주호텔에서 '정당정치 위기와 한국정당의 미래'란 주제로 연례학술회의를 가졌다.
류재성 계명대 교수는 '안철수 현상과 정당정치의 위기와 과제'란 논문 발표를 통해 "'안철수 신드롬'은 단연 2012년 총선과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는 키워드"라며 "안철수 신드롬은 현재 진행 중이며, 한국 정치 전반 혹은 정당정치의 일대 변화를 추동하는 가장 큰 팩터"라고 진단했다.
그는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 기존 정치 엘리트와 그들의 정치 행태에 대한 실망에 기반한다"며 "한국의 정당정치가 칭송받은 적이 없을 뿐더러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기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면에서 현재의 정당의 위기는 일반 대중들의 불신과 불만의 정도가 기존 정당의 존립자체를 위협할 만큼 확대 심화되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 구도와 관련한 중요한 변화는 야권 통합의 폭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야권의 경우 정당 및 정파간 연합은 최대, 기존 야권 정당 및 안철수, 김기식, 조국 등의 세력을 포함하는 신당 창당으로부터 최소, 선거승리를 위한 기존 야당 후보간 선거연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어떤 구도가 형성되든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 20~40대, 무당파 유권자의 지지 확보가 절대적"이라며 "하지만 이들은 지지 결집 대상이 아니고, 지지 동원 대상이란 점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지 동원의 동력은 기존 야당 후보간 선거연합으로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집할 지지 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야권의 입장에선 새로운 지지를 창출 동원해 낼 수 있는 안철수가 필요하며, 여당 입장에선 마찬가지 이유(지지 개발과 동원)로, 강호동(방송인).김난도(서울대 소비자학과교수).나승연(평창 유치위원회 대변인)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내년 총선까지 이같은 류의 정치적 이벤트는 계속될 것"이라며 "그 종점은 안철수 신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안철수는 이미 재산의 사회환원을 통해 정치를 시작했다"며 "그가 어떠한 형태로든 내년 총선에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쇄신'을 위한 내홍이 불가피하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각 정파를 단일 대오로 묶어내기 위한 '통합'에 내년 선거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안철수(교수) 중심의 '신당', 문재인(변호사) 중심의 '혁신과 통합', 시민단체 활동가 김기식.조국 교수의 '내가 꿈꾸는 나라', 박세일(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의 신당 창당 움직임과 한나라당 내부의 친박, 친이 중심의 새로운 정당 창당 움직임까지 더해져 내년 총선과 대선 구도는 아직 형성 중"이라며 "가장 현실성 있어 보이는 시나리오는 기존 야당과 야권 성향의 모든 정파간의 반 한나라당 연합 형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 한나라당 연합이 정당 통합으로까지 진전될 지 선거연합(정당 후보간 단일화 혹은 전략지역구에서의 정당 공천 조정)으로 나타날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반 한나라당 연합이 파괴력이 크다는 점에서 우선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현재의 흐름이라면 통합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의 통합을 통한 신당 창당이 이뤄지고, 총선 시점에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非(反) 한나라당 선거연합정치(혹은 후보단일화 전략)가 효과적으로 실행된다면 한나라당 입장에선 매우 어려운 선거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연합 또는 후보단일화가 갖는 부정적 측면도 제기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비용 보전 등을 포함하는 문제에 있어 정당과 후보간 부당 거래나 밀실 거래 가능성이 엄존한다"며 "가뜩이나 취약한 정당-유권자 연계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후보 단일화는 선거연합을 매개로 통치연합의 구성이나 정당통합으로 나아가지 못했으며, 그러한 방향으로의 진전을 계획하지도 모색하지도 않았다"며 "이는 후보단일화가 선거 승리를 위한 공학 차원에서 실행돼 왔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럼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선거연합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갖는 정치적 파급력은 명확하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 역시 정당 통합 또는 정당간 선거연합이 핵심 이슈가 되고 있고,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는 여론의 흐름을 배경으로 기존 정당들의 통합과 새로운 정당 창당 움직임이 역시 총선 구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라고 진단했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은 '10.26 재보궐선거와 2012년 선거 전망'이란 논문 발표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범야권 통합이나 선거연대가 이뤄질 경우 내년 선거는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혹은 진보 대 보수의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민사회 세력이 정치 전면에 등장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례는 정당정치의 위기를 반영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제도권 정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가 정당의 대체물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제도권 정치의 개혁과 변화"라며 "야권통합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대응이라고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통합의 결과물이 단순히 선거 승리를 위한 외연의 확대에 그친다면 유권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며 "통합의 형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천제도 개혁, 정책 정당화,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 구현, 유권자와의 소통 채널 마련 등을 통해 시대의 변화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